[만학도 2인 2색] 하. 중학교 교복 입은 할아버지…전자공학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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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학도 2인 2색] 하. 중학교 교복 입은 할아버지…전자공학도 꿈꾸다

    • 입력 2021.10.11 00:01
    • 수정 2021.10.25 14:09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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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춘천중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이하 방통중)에는 전자공학 전문가를 꿈꾸는 만학도 김병훈(65)씨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병훈씨는 어린 시절 부친의 사업실패로 가정이 어려워져 중학교를 중퇴했다. 중학교 중퇴 후 그는 신문 배달과 호텔 음향실 보조 등으로 일하며 가정 생계를 도왔다.

     

    65세 중학생 김병훈씨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 김병훈씨 제공)
    65세 중학생 김병훈씨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 김병훈씨 제공)

    그는 매일 아침 신문 배달을 하며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또래들을 마주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숨어야 했다. 또 부러움과 서러움에 눈물도 흘렸다.

    그의 부모님 역시 가정형편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들을 보며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모친은 돌아가실 때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재학 시절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아들의 상장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배움에 대한 갈증을 가슴에 담아만 두었던 그는 지난 2017년 방통중의 문을 두드렸다. 방통중에 다니던 지인을 보고 용기를 냈다. 하지만 연장자를 우선으로 선발하는 방통중의 규정으로 나이에 밀려 입학하지 못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3년 연속 방통중의 문을 두드렸다. 마침내 2019년 방통중 입학에 성공했다. 처음 교복을 입고 등교하던 날 그는 속으로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었다.

    이후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학생이 되었다. 월 2회 일요일에 진행되는 출석수업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온라인 수업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씩 수업을 듣고 있다. 이는 농사일로 바쁘고 힘든 하루지만 가장 정신이 맑은 새벽에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런 노력으로 입학 후부터 개근상과 학업 우수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방통중 전교학생부회장에 이어 올해는 전교학생회장에 선출됐다.

     

    김병훈씨는 성실함과 우수한 성적으로 올해 방통중 전교학생회장에 선출됐다. (사진=김병훈씨 제공)
    김병훈씨는 성실함과 우수한 성적으로 올해 방통중 전교학생회장에 선출됐다. (사진=김병훈씨 제공)

    그는 학생회장이 된 후 학업은 물론 다른 학우들을 돕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통중은 가장 젊은 학생이 50대이고, 대부분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이런 이유로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전교학생회장으로서 그의 목표는 중도 포기하는 학우가 없이 같이 입학한 모두가 같이 졸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업에 빠진 학우가 있으면 전화하거나 직접 집에 찾아가 수업에 나오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는 항상 학우들에게 “할 수 있다”며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고 격려한다.

    김씨는 방통중 수업 중 과학 과목을 가장 좋아한다. 이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고 과학 지식을 통해 세상의 여러 원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영어를 배우며 어렴풋이만 알던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도 즐겁다.

    그는 방통중 교사 중에 도덕 교과를 담당하는 한종수 교사를 가장 좋아한다. 한종수 교사는 항상 올바르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항상 좋은 말로 학생들을 격려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교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방통중 교사들은 평일 일반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월 2회 일요일)에는 방통중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처럼 과중한 업무에도 항상 열정적이고 부족한 학생도 꼼꼼히 지도해 주는 모습에 그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김씨는 대학까지 진학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내년에 춘천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전자공학 전문가가 되어 노년층에게 도움이 되는 전자장치를 개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통중을 다니며 잃어버렸던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말한다. 학업 중단 후 주변 사람들과 스스로 비교하며 왠지 모르게 위축되었다. 자녀가 생긴 후에는 많이 배우지 못한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도 미안했다. 하지만 방통중을 다니며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았고 자부심도 생겼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로 김병훈씨는 주변의 배움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방통중 전도사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1호 대상은 바로 아내다. 그의 아내 역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중퇴했다. 그의 적극적인 추천과 지원으로 아내도 학업을 다시 시작할 것을 결정했다. 현재 아내는 내년에 방통중에 입학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끝>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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