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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빠져드는 점들의 세계··· ‘Dot Dot Dot(점 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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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빠져드는 점들의 세계··· ‘Dot Dot Dot(점 점 점)’
  •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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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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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림 개인전, 개나리미술관서 15일까지
생명력 가득한 점들··· 꽃으로 활짝 피어나
디지털 세계 픽셀로 치환된 도트의 단순함
류재림 작가(왼쪽 세 번째)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류재림 작가(왼쪽 세 번째)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인간의 역사는 더 작은 입자를 찾기 위한 싸움이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에 대한 관심은 세상이 물, 불, 공기, 흙으로 이뤄져 있다는 고대 자연철학자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에서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를 정리한 19세기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의 원소 주기율표로 발전했다. 20세기 이후에는 쪼개지지 않는 단위라 믿던 원자를 핵과 전자로, 또 핵을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나누며 기초과학 토대를 만들었다.

이러한 인간의 탐구본능은 자칫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미시 세계 분석을 통해 거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근원을 찾는 과정이 생존을 위한 필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비단 과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캔버스를 이루는 점·선·면 중 가장 작은 단위인 점에 집중해 세상을 그리는 점묘법이 이와 일맥상통한다. 현시대를 탐구하고 관찰하는 서양화가 류재림 작가는 전시 ‘Dot Dot Dot(점 점 점)’에서 실체 없는 무수히 많은 점으로 입체감과 생동감을 부여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오는 15일까지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Dot Dot Dot(점 점 점)’에서 포즈를 취한 류재림 작가. (사진=개나리미술관)
오는 15일까지 개나리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Dot Dot Dot(점 점 점)’에서 포즈를 취한 류재림 작가. (사진=개나리미술관)

강원대를 졸업한 류 작가는 춘천 거두리 대룡산 자락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활동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본래 추상화를 주로 작업하며 현대 문명과 기술이 집약된 동판, 납, 회로판 등을 오브제로 활용했다. 회로도와 항공에서 내려다본 세상이 겹쳐 보인 후 칩이 들어가는 자리에 자연적인 이미지와 기계적인 이미지를 병치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 전환기를 맞았다. 

류 작가는 “작가들도 세상에 포함된 사람들이지만 작업을 하며 세상을 밖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환경들이 작가를 작가답게 만드는 시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발전된 기술을 통해 삶에서 잃는 것과 얻는 것 등 세상이 변해가는 이야기를 그림 속에 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회로가 쓰인 결과물인 영상에 관심을 옮겨 영상화면을 구성하는 픽셀에 영감을 받아 도트 작업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의 옆모습과 바코드 이미지 등 함축적 의미를 녹여낸 작품. (사진=조아서 기자)
두 사람의 옆모습과 바코드 이미지 등 함축적 의미를 녹여낸 작품. (사진=조아서 기자)

점묘화의 매력은 가까이에서 점에 집중해 감상할 때와 멀리서 그림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양쪽 꽃의 이파리 사이를 그린 위 작품은 왼쪽 중간지점과 오른쪽 하단에 이마부터 턱까지 곡선으로 이어지는 두 명의 옆모습이 숨어 있다. 또 멀리서 보면 도트의 크기를 세밀하게 조절하고 일정한 세로 선을 두드러지게 표현해 바코드를 나타냈다.

류 작가는 작품마다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복선을 깔아 의미하는 바를 점이라는 매개체로 형상화한다. 그는 “우리는 영상 매체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데 흘러가는 영상은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를 읽다 보면 영상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이해되지만 그림은 한 장면만 보여줄 수 있다”며 “정지된 화면 하나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 이미지를 변형하는 등 은유적인 작업으로 시와 같이 상징적인 표현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작품은 입체적인 점을 반복적으로 확대해 각도에 따라 공간적 깊이감을 다르게 표현했다. (사진=조아서 기자)
오른쪽 작품은 입체적인 점을 반복적으로 확대해 각도에 따라 공간적 깊이감을 다르게 표현했다. (사진=조아서 기자)

착시효과를 노려 입체성을 강조한 작품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는 주사기로 짜낸 점 하나에 집중하면서 점을 도형으로 확대해 반복적인 이미지로 나타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캔버스 위 이미지는 온라인의 문을 표현했다. 온라인 속 수많은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대비와 부드러움을 조절한 얼룩 배경을 활용했다. 이를 위해 그린 계열로 통일한 작품임에도 명도와 색깔의 단계를 5가지 이상으로 나눴다.

또 이 작품은 물방울을 연상케 한다. 그 이유는 반사광을 강조한 생동감 때문이다. 류 작가는 “작품에서 하나의 도트는 그 자체로 수많은 데이터와 영상을 전달하는 생동감 있는 개체로 표현된다”며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반사광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진=조아서 기자)
진달래 이미지가 활용된 작품들. (사진=조아서 기자)

류 작가의 작품은 디지털 세계를 표현하는 의도와 달리 생동감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진달래 이미지로 의도적 차가움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조작해 꽃의 색과 품종도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야생화인 진달래는 짧은 순간 펴 봄을 알리고 지는 모습이 자연 그대로를 담고 있다. 변형되지 않고 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진달래를 디지털과 대비되는 요소로 활용했다.

그는 “차가운 디지털 작업에 대비되는 요소로 진달래의 형태적인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지만 꽃이라는 표면적인 형태가 작품과 작가를 단정 짓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면서 “순수한 시각 형상에 집중해 본질적 특징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비구상 개념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작업 변화를 예고했다.

개나리미술관 정현경 관장은 “조명의 각도, 빛의 세기 등을 세밀하게 신경 써 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실제와 허상의 구분마저 모호해진 디지털 세계에 대한 성찰을 화두로 던지는 류 작가의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시대적 메시지를 던지는 전시를 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류 작가의 개인전 ‘Dot Dot Dot(점 점 점)’은 동내면 개나리미술관에서 15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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