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보드 타기 딱 좋은 나인데~’ 60대 롱보더 이재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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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보드 타기 딱 좋은 나인데~’ 60대 롱보더 이재훈씨

    • 입력 2021.10.03 00:06
    • 수정 2023.09.07 11:53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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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도쿄올림픽 신설 6개의 종목 중 하나인 ‘스케이트보드’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도입됐다.

    지금까지 ‘길거리 아마추어 스포츠’라는 낮게 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다양한 노력으로 인식이 개선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선정되는 ‘인정’을 받았다. 그 결과 젊은 보더들이 멋진 묘기를 펼치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색다른 재미의 올림픽을 즐길 수 있었다.

    보드를 젊은 사람들의 문화로만 여기면 큰 오산이다. 춘천에 사는 이재훈(61)씨는 매일같이 춘천 공지천에 출석 도장을 찍으며 보드를 즐기는 시니어 늦깎이 보더(boarder)다.

     

    공지천 다목적광장에서 매일 롱보드를 타는 이재훈씨. (사진=서충식 기자)
    공지천 다목적광장에서 매일 롱보드를 타는 이재훈씨. (사진=서충식 기자)

    보드는 ‘스케이트보드’, ‘크루저 보드’, ‘롱보드’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가 타는 보드는 이 중에서 롱보드다. 다른 보드들보다 길이가 길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롱보드는 여러 묘기를 부리는 ‘트릭’부터 데크(발을 올려놓는 보드 본체) 위에서 춤을 추는 ‘댄싱’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다.

    ▶근육 파열도 못 막은 롱보드 사랑
    이씨와 롱보드의 첫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공지천에서 롱보드를 타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고자 입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19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롱보드에 입문해 지금까지 취미를 이어오는 중이다.

    과정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쉽지 않았다. 예전부터 인라인스케이트를 탔기에 롱보드를 어렵지 않게 배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균형을 못 잡아 보드의 가장 첫 단계인 푸쉬오프(전진) 조차 어려워하며 쩔쩔맸다. 하지만 그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무리하게 타다가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적이 있는데 완치하자마자 곧바로 롱보드에 다시 올라탔을 정도였다.

     

    롱보드 묘기인 ‘피봇 720’을 펼치는 모습. (사진=감자할배롱보더 유튜브)
    롱보드 묘기인 ‘피봇 720’을 펼치는 모습. (사진=감자할배롱보더 유튜브)

    그는 “나이가 많아 롱보드를 배우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힘들다는 감정이 나를 계속 도전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며 “보드 입문이 햇수로 3년, 달수로는 25개월 차가 됐는데 현재는 중급자 정도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교수 퇴임 후 은행의 감사로 재직 중인 이씨는 외부 강연과 천재지변,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매일 롱보드를 탄다.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퇴임 후 활력 없던 삶에서 롱보드를 탄 이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게 됐다. 특히 함께하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은 그를 더욱 밝게 만들었다.

    ▶강습으로 얻은 보람과 행복
    160명. 그의 강습을 거쳐 롱보드에 입문한 사람의 수다. 이씨를 포함해 많은 이의 롱보드 스승인 ‘노랑머리 선생님’이 직장 때문에 자주 오지 못하자 그 공백을 이씨가 자연스레 채우며 무료 강습을 하게 됐다.

    덥지 않은 가을과 봄에는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강습을 희망하는 몇몇과 함께 공지천에 나타난다. 겨울에는 그보다 한두 시간 빨리, 여름에는 6시쯤 롱보드를 타기 시작한다. 강습생 중 대부분은 초등·중학생이어서 그가 차로 직접 데리러 오가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총 50여명이 롱보드를 함께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 이씨와 함께 롱보드를 타러 온 여학생들. (사진=서충식 기자)
    인터뷰 당일 이씨와 함께 롱보드를 타러 온 여학생들. (사진=서충식 기자)

    ▶소망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지난해 6월에는 ‘감자할배롱보더’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함께 보드를 타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그냥 지나치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순간을 기록하고자 시작했다. 현재는 롱보드 입문자들이 보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기초 기술을 알려주는 채널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의 소망은 유튜브 채널의 수익과 그것을 통한 사회공헌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수익이 생길 수 있도록 더 활성화할 것이며 그 금액은 롱보드를 타는 아이들과 함께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롱보드를 타는 이유는 건강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보람과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라며 “손자와 손녀뻘의 아이들에게 롱보드를 전수해주는 기쁨이 앞으로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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