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경제, 대안을 묻다] 하. 로컬에 부는 새바람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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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경제, 대안을 묻다] 하. 로컬에 부는 새바람 ‘구독’

    '구독 서비스' 양질· 모두 대폭 성장
    춘천 커뮤니티 활용 구독 모델 시도
    샐러드 전문점 '샐러문' 구독 모델

    • 입력 2021.09.23 00:02
    • 수정 2021.09.29 16:27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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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뜬다.

    오늘날 최신 경제 트렌드로 일컬어지는 구독 경제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구독 경제는 과거에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신문이나 잡지부터 우유, 요구르트 구독만 봐도 알 수 있듯 오래전부터 흔히 볼 수 있었던 경제 모델이다.

    하지만 최근 구독 경제 모델이 다시 한번 조명받는 배경에는 구독 서비스의 양과 질 모두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는 수년 전부터 급속도의 양적 팽창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해 읽음을 뜻하는 구독(購讀)의 사전적 정의가 무색해질 정도다.

    음식은 물론 옷, 책, 화장품, 꽃, 안경과 같은 생활용품부터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재화까지 전반에 걸쳐 구독 문화가 확산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매월 자사 차량을 바꿔탈 수 있는 ‘현대 셀렉션’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구독 경제가 급속도의 양적 팽창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구독 경제가 급속도의 양적 팽창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최근에는 유형의 상품 외에도 무형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 서비스는 ‘국민 구독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 구독 경제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음원 서비스도 MP3 파일을 내려받는 대신 월정액을 내면 ‘스트리밍’해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주류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포털 업체들도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멤버십 구독자에게 포인트를 더 적립해주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카카오는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인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를 각각 운영 중이다. 이는 말 그대로 삶에 필요한 유·무형의 모든 상품에 구독이 적용되는 모양새다.

    또 양적인 팽창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구독 서비스는 크게 달라졌다. 요즘의 구독은 ICT 기술 등과 접목, 단순히 물건을 정기 배송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취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OTT 업체들이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독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구독자별 선호하는 스타일을 바탕으로 옷을 배송하고 입맛 취향을 바탕으로 한 음식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등도 인기다.

    구독 모델이 ‘초개인화’ 상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삶의 모든 분야에서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ID 경제’로 향하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독, 로컬 경제에 스며들다
    구독 경제 생태계가 확대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한 곳에서의 ‘연속 소비’를 전제하는 구독 서비스 특성상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는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구독 서비스를 위한 빅데이터와 넓은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에게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플랫폼’이 중심이 됐던 공유경제와는 달리 구독 경제는 판매자 중심의 모델이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수도권과 비교해 대기업의 시장 독점이 덜한 춘천지역에서도 로컬을 기반의 구독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상생’을 도모하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MS투데이 취재 결과, 다양한 카페들이 자리 잡은 만큼 고객의 취향에 맞춘 원두 구독부터 지역 단골을 타겟팅한 꽃 구독, 과일이나 샐러드 구독 서비스 등이 시도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 전국 단위 서비스가 아닌, 춘천지역의 특성을 살려 로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구독 서비스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샐러드로 로컬 기반 구독 경제 실현한 '샐러문'
    MS투데이 취재진은 춘천 온의동에서 샐러드 구독 서비스로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받는 ‘샐러문’ 배솜이(27) 대표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눴다.

     

    춘천 온의동의 샐러문 매장(사진=샐러문 제공)
    춘천 온의동의 샐러문 매장(사진=샐러문 제공)

    한림대에서 컴퓨터공학은 전공한 배 대표는 샐러문을 창업하기 전부터 구독 경제 모델에 관심이 많았다. 배 대표가 처음 구독 서비스를 시도한 분야는 ‘과일’이었다. 대학교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과일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일자에 맞춰 정기적으로 기숙사 문고리에 ‘컵 과일’을 걸어놓는 서비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좋은 반응을 거두며 컵 과일 서비스를 지속하던 도중 “샐러드도 배송받고 싶다”는 고객의 요청은 배 대표가 샐러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현재 샐러문은 춘천 시내에 있는 구독자의 집이나 직장으로 매일 아침 신선한 샐러드를 배송한다. 하루에만 평균 50건의 정기배송이 이뤄질 정도로 반응이 좋다. 체계적인 구독 시스템이 만들어진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기 구독자들도 있을 정도다.

    ■수익 창출은 물론 사회적 가치 실현도
    구독 경제 모델은 필요한 만큼만 생산이 가능한 만큼 자영업자들의 오래된 고민인 재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까지 실현하는 방안으로도 거론된다.

    배 대표도 구독 서비스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더불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버리는 재료들이 적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더불어 “샐러드의 재료도 직접 키우거나, 최대한 지역 농가의 것들로 활용하면서 지역 내 선순환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샐러문 배솜이 대표(사진=샐러문 제공)
    샐러문 배솜이 대표(사진=샐러문 제공)

    지역 내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들과 협업, 다양한 분야로 구독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도 기획 중이다.

    판매자들에게는 구독 서비스 진행에 필요한 복잡한 서류 작업을 자동화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소비자들은 한꺼번에 지역 내 구독 서비스를 모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배 대표는 “정기 구독은 굉장히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동네에 더 많은 구독 모델을 정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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