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탈영병 잡는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왜 화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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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탈영병 잡는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왜 화제일까?

    • 입력 2021.09.08 09:08
    • 수정 2021.09.09 00:02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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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디피(D.P.)’가 사람들 사이에서 온통 화제다. ‘디피’는 탈영병들을 잡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의 약자)의 이야기다. 정해인(안준호 역)과 구교환(한호열 역)이 한 조가 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한다.

    ‘디피’에는 병사들 사이의 악폐습인 가혹행위만 있는 게 아니다. 내무반에서 함께 지내다가 근무하러 나가는 선임과 후임 간의 관계와 대대장과 중대장, 부사관 등 지휘관끼리의 기싸움과 갈등이 드러나는 등 다른 조직사회에서도 존재할 만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어 울림이 크고 공감대의 폭도 넓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대하소설급이다. ‘디피’를 보면 한국 남성에게는 괴로웠던 군복무 기억을 소환하며 저절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온다는 반응도 발견된다. 

    여성들에게 군대 이야기는 외면받을 줄 알았는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해외 반응마저 뜨겁다. 단, 아들을 곧 군대에 보내야 하는 어머니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디피‘로 인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큰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SNS에서는 대선 후보 이야기가 많았지만 요즘은 ‘디피’와 관련된 군대 이야기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디피’는 여야 대권주자 등 정치인들에 의해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만큼 반향이 크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일정 마치고 단숨에 (D.P.) 여섯 편 마쳤다. 모욕과 불의에 굴종해야 하는 군대, 군복 입은 시민을 존중하지 않는 세상, 반드시 바꿀 것”이라고 썼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방위라 대접도 못 받고 매일 고참들한테 두들겨 맞았다”고 밝혔다.

     

    원작이 실제 디피병으로 복무했던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어서 매우 사실적이다. 원작만으로도 고증은 충분했고, 스태프와 배우들 중에도 다양한 곳에서 군복무를 한 사람들이 많아 촬영 때도 아이디어가 넘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해인은 “4~5개월의 촬영기간 동안 촬영이 아니라 군생활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선임들의 후임에 대한 괴롭힘 등 부대에서는 숨기고 싶은 ‘날것들’이 여과 없이 묘사돼 충격을 더한다. 상관들의 폭언, 폭행은 기본이고 코를 고는 병사에게는 방독면을 씌워 그 속에다 물을 넣어 괴롭힌다. 선임이 보는 데서 자위행위를 강요하는 변태적인 얼차려 모습도 나온다.

    정해인은 군대를 이탈한 병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도 성장하는 ‘안준호’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디피는 2014년이 배경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다. 저는 그 전에 군 복무를 했다. 무거운 주제지만 공감이 될 것이다. 특히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군대가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좋아져야 한다. 마지막회인 6화의 부제가 ‘방관자들’이다.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가만히 있는 것도 동조를 한 것이다.”

     

    정해인의 이 말을 들으니, 드라마속 두 개의 대사가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 첫 번째는 선임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병사의 누나가 정해인에게 했던 대사, “그렇게 성실하고 착한 애가 괴롭힘 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다. 두 번째는 매번 후임을 괴롭히던 병장 황장수(신승호 분)의 “이래도 되는줄 알았어”다.

    ‘디피’에 출연한 배우들도 모두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쳐 호평받았다. 계급이 높은 배우가 나이가 가장 어린 ‘노안’이라는 사실도 밝혀져 웃음을 유발시켰다. 경상도 말을 잘 구사하는 배우 현봉식(최용덕 중령 역)은 1984년생으로, 임지섭 대위 역의 손석구(1983년생)와 박범구 중사 역의 김성균(1980년생), 심지어 한호열 상병의 구교환(1982년생)보다 나이가 적다. 현봉식은 SNS에 “저보다 계급 낮은 형들이 분장실에서 ‘너 임마 또 형들 갈구러 왔어?’라며 혼내셨다고요”라고 유머성 글을 올렸다.

    황장수 병장 역을 맡아 후임들을 괴롭히다 제대하는 신승호는 구교환(한호열 상병)과 1988년생인 정해인(안준호 이병), 1986년생인 조석봉 일병 역을 맡은 조현철보다 한참 어린 1995년생이다. 게다가 군 미필이다. 하지만 신승호의 연기는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그 어떤 배우보다 훌륭하다.

    ‘디피’를 시청하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1~6화를 보고 대한민국 군대가 조금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디피’의 효용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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