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은 춘천산 음향 장비, 감성 우드 스피커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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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묵은 춘천산 음향 장비, 감성 우드 스피커로 재탄생

    1990년대 후평 공단에서 생산된 음향 장비
    류재림 서양화가 300여 개 재고 매입
    수작업으로 어쿠스틱 우드 스피커 만들어
    디지털-아날로그, 과거-현대 넘나드는 매력

    • 입력 2021.09.07 00:02
    • 수정 2021.09.09 00:03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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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0년대 후평공단에서 생산돼 재고로 남아있던 음향 장비가 춘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을 통해 30년의 세월을 지나 원목 감성을 살린 ‘우드 스피커’로 재탄생했다.

    우드 스피커는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양화가 류재림(49·사진) 작가의 ‘외도’로 탄생했다. 류 작가는 주로 픽셀 이미지를 점(dot)으로 표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관계를 설명하는 작품을 그려왔다.

    목공과 음악, 캠핑은 류 작가의 ‘취미’ 가운데 하나였다.

    서양화 작업에 쓰일 캔버스를 직접 만들 정도로 류 작가는 목재에 대한 이해가 깊다. 나무를 소재로 한 소리의 울림에 매료됐고, 캠핑을 떠나 야외에서도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스피커를 직접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버려지거나 방치된 물건을 고쳐 다시 해석하고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재림 서양화가.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재림 서양화가. (사진=권소담 기자)

    최근에는 지난 1990년대 후평공단에서 생산된 스피커 300여 개를 매입해, 직접 원목을 덧입혀 감성 넘치는 우드 스피커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춘천 내 국산 기술로 고성능 스피커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었으나,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던 재고를 류 작가가 매입, 춘천지역 제조업 역사와 목재 산업, 예술의 감성을 넘나드는 스피커로 태어났다.

    나무는 살아있는 재료다.

    목재는 소재마다 결과 질감이 다르고, 프레임을 만드는 하우징(housing) 작업에 따라 스피커가 갖게 되는 음색이 달라진다. 류 작가의 작업실이 위치한 거두리 인근에 대형 목재업체가 있어 원료 수급도 수월하다. 피아노와 기타의 재료로 활용되는 가문비나무가 우드 스피커의 주원료다.

    섬세한 울림으로 고가 음향 브랜드 제품에 사용되는 알리코 자석이 쓰인 ‘알리스’ 라인이 가장 인기다. 제품은 알리코 유닛 2개가 사용돼 풍성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유닛 1개가 사용된 ‘알리’, 기본형과 미니 버전도 있다.

    류 작가는 “직접 우드 스피커를 만들어보는 체험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라며 “재료에 따라, 만드는 사람마다 스피커의 음색이 달라질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0년대 춘천에서 생산된 음향장비와 가문비 나무를 이용해 재탄생한 감성 우드 스피커. (사진=권소담 기자) 
    지난 1990년대 춘천에서 생산된 음향장비와 가문비 나무를 이용해 재탄생한 감성 우드 스피커. (사진=권소담 기자) 

    류재림 작가는 본업인 순수예술 서양화 분야와 상업용 공예, 디자인 영역을 분리했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우드 스피커는 예술이 아닌 ‘제품’의 영역이다. 어쿠스틱 매력이 넘치는 외양에 블루투스 단자를 달아 기술적 편의성을 꾀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드는 류 작가의 예술관과도 닮아있다.

    예술가가 만들어낸 수공예 스피커 제품은 로컬 체험형 복합공간 ‘재미야’와 ‘카페 어트랙티브’에서 위탁 판매한다.

    특히 서면 서상리에 있는 재미야(대표 송미)에서는 류재림 작가의 우드 스피커뿐 아니라 허민 작가의 도자기, 김형범 작가의 도마와 나무 시계 등을 함께 전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기 어려운 로컬 기반 예술가들에게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로컬 체험형 복합공간 '재미야'에 전시된 류재림 작가의 우드 스피커. (사진=권소담 기자)
    로컬 체험형 복합공간 '재미야'에 전시된 류재림 작가의 우드 스피커. (사진=권소담 기자)

    송미 재미야 대표는 “지역 기반 예술가의 새로운 작업을 통해 후평공단과 춘천 제조업의 역사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외부 전원 장치 없이 핸드폰 연결만으로도 스피커 사용이 가능해 편의성 측면에서도 탁월하다”라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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