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아이들은 피부 그을려야 튼튼? 피부암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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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아이들은 피부 그을려야 튼튼? 피부암 조심하세요

    • 입력 2021.09.03 00:00
    • 수정 2021.09.05 00:03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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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요즘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가 다소 꺾인 듯합니다. 자외선의 계절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군요. 그래서 한여름에 열심히 바르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크게 실수(?)하시는 겁니다.

    피부의 노화뿐 아니라 피부암의 위험성을 걱정한다면 자외선차단제는 1년 내내 필요한 건강상품인 셈입니다. 

    피부암만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암도 없을 거예요. 예컨대 피부암은 서양암이니 우리나라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죠. 물론 백인에 비해 동양인 피부에는 멜라닌 색소가 많이 들어 있어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긴 해요.

    실제 미국의 경우, 70세 이상 5명 중 1명꼴로 피부암이 발생하고, 매 시간 2명 이상이 피부암으로 사망한다니까요. 

    우리나라 상황은 이보다 낫긴 해요. 암환자 발생건수로는 10대 암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매년 7000명 가까이 신규환자가 발생합니다. 이는 전체 암발생 건수의 2.5% 정도이니 결코 적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기오염에 의한 오존층 파괴로 지난 10년간 피부암 발생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도 우려스럽습니다.

    잘못된 인식은 또 있습니다. 피부암은 피부에 생기니 얼마든지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말에 함정이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등이나 발바닥, 손발톱 아래에 생기는 피부암일수록 치명적이라는 사실입니다.

    피부암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요.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 흑색종이 그것입니다. 발생부위나 모양도 다르고, 사망 위험성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얼굴 특히 자외선을 많이 받는 코나 뺨, 또는 손등·팔·두피 등이 주요 발생 부위입니다. 모양도 일반 점과 확연히 달라요. 분화구처럼 가운데가 움푹 팬다거나 벌레에 물린 모양 등 비정형적이지요. 때론 진물도 나고, 약을 발라도 아물지 않아 궤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행스런 것은 이 두 종류의 피부암은 전이도 잘 안되고, 진행이 느려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늦게 발견하면 암덩어리가 커져 제거할 때 애를 먹어요. 특히 눈꺼풀이나 콧망울, 입술 등에 생기면 모양이나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워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심각한 피부암은 바로 흑색종입니다. 모양도 앞의 두 암과는 달리 검은 점과 유사하고, 발생부위는 눈에 잘 띠지 않는 손과 발, 그리고 손톱이나 발톱 밑에 생길 수 있어요. 이 부위에 발생하면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지요.

    보통 흑색종을 계몽할 때 ‘ABCDE’ 법칙으로 경고를 하지요. 

    첫째 A는 비대칭(Asymmetry)이라는 뜻입니다. 테두리가 불규칙하거나 가로・세로 직경이 달라 찌그러져 있다는 뜻이지요. 둘째 B는 점의 경계(Borders)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고요, 셋째는 다양한 색깔(Color) 즉 갈색이나 검은색뿐 아니라 흰색 또는 붉은색과 푸른색 흑색종도 있다고 해요. 

    넷째는 직경(Diameter)이 6㎜이상이면 의심해보고, 다섯째 점차 커지거나 색깔, 모양의 진화(Evolution)가 있다면 서둘러 병원에 가보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흑색종의 치사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피부에 국한된 흑색종이 6주 안에 전이를 해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이니 가공할 만합니다. 

    몇 년 전 40대의 제 지인은 발바닥에 생긴 작은 점이 피부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의사의 수술 권유를 무시한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전신에 암이 퍼져 수술 불가판정을 받고 이후 3개월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암협회는 2021년엔 미국에서 10만6110명의 새로운 흑색종 환자가 발생하고, 7180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놨습니다. 이렇게 무서운 암이지만 초기에 발견해 제거하기만 하면 99%가 생존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50세 이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흑색종 발생 위험이 높지만 이후부터 65세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환자 발생이 늘어난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의 흑색종 다발현상은 실내외 포함한 인위적인 선탠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현재 미국에선 44세 미만 백인 여성의 흑색종 발생률이 매년 6.1%씩 증가한다고 하는군요.
     
    또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유년기는 물론 청소년기의 야외활동입니다. 15~20세 때 5회 이상 심하게 자외선에 노출되면 흑색종 위험이 80% 증가하고, 기저세포암 등 비흑색종 피부암 위험은 68% 증가한다고 한 연구는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외출시 어른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아이는 피부가 좀 타도 된다고 주장하는 부모가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자외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피부에 악영향을 주는 자외선 A와 B 중에 특히 A는 파장이 길어 흐린 날에도 구름을 뚫고 피부를 손상시킵니다. 

    피부암 예방의 효과적인 처방은 SPF 30 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것, 그리고 피부과전문의에게 정기적으로 피부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몸에 특이한 반점이나 50개 이상 점이 있는 사람, 또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여기에다 피부암은 유전력이 있다고 하니 직계에 관련 환자가 있다면 유념해야 합니다. 

    피부암이 건강검진 항목에 없다는 것은 평소 자신의 피부를 살피는 습관을 갖는 등 조기발견에 개인의 몫이 더 크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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