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재발견] 소양강 물로 만든 ‘춘천 술’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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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의 재발견] 소양강 물로 만든 ‘춘천 술’의 매력

    크래프트, 홈술 문화 대두로 '로컬 술' 인기
    주세 개편 등 제도 변화에 소규모 양조장↑
    시 전통주 산업 육성, ‘춘천 술 페스타’ 개최
    지역 재료 이용한 전통주, 수제맥주 등 주목

    • 입력 2021.08.30 00:01
    • 수정 2023.09.07 11:5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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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

    지난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대니얼 튜더 기자의 일갈 이후 국내 주류업계는 전환점을 맞았다. 탄산이 강조된 라거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맥주 시장에 대한 비판이 대두됐다.

    ■크래프트+홈술 문화=로컬 술
    지난 2014년 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생산한 맥주를 다른 영업장에서 팔 수 있게 됐고 2017년에는 캔, 병맥주 형태 유통이 가능해졌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제2차 전통주 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탁주, 약주, 소주 등 전통주에 대한 산업화 기반 구축이 가속화됐다.

     

    감자로 맥주를 만드는 춘천 ‘감자아일랜드’ 내부에 진열된 각종 맥주들. (사진=MS투데이 DB)
    감자로 맥주를 만드는 춘천 ‘감자아일랜드’ 내부에 진열된 각종 맥주들. (사진=MS투데이 DB)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주세 개편이 이뤄졌다.

    맥주와 탁주에 대한 주류 과세방식이 기존 종가세(가격에 비례해 세금 책정)에서 종량세(용량에 따라 세율 결정)로 전환됐다. 세금 부담을 낮춰 수입 맥주에 대항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로써 소규모 양조장이 필연적으로 갖고 있던 ‘규모의 경제’에 대한 약점이 완화됐다. 유통 측면에서는 주류 제조·수입업자의 택배 운송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화 시대 고도성장에 대한 반성과 맞물려 MZ세대를 중심으로 ‘크래프트(Craft) 문화’가 부상했다.

    대량 생산돼 대량 소비되는 제품보다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취향’을 찾는 과정이 놀이 문화로 번졌다. 이런 트렌드는 주류 소비에도 접목됐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촉발한 ‘홈술’ 문화는 MZ세대가 주도하는 개성 강한 ‘로컬 술’ 전성 시대를 열었다.

     

    춘천 술페스타 전통주 팝업스토어.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술페스타 전통주 팝업스토어. (사진=권소담 기자)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전체 맥주 시장의 1.5% 규모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2013년 이후 매년 30~40%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강원지역 내 주류 제조면허는 220개로 탁주(76개), 약주(32개), 과실주(22개), 증류식 소주(18개), 맥주(17개) 등이다. 2017년(165개)과 비교하면 3년 만에 55개(33.3%) 증가했다. 주종별로는 탁주 13개(20.6%), 약주 12개(60.0%), 맥주 7개(70.0%) 등 면허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춘천, 로컬 주류 문화 선도
    춘천에서도 ‘로컬 술’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의병제주보존회에서 생산하는 ‘의병주’는 의병장 의암 류인석 선생과 윤희순 선생을 배출한 고흥 류씨 집안의 가양주다. 남면 가정리에 터를 잡고 전통주 제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400년 동안 전승되어 온 술이 상품화됐다.

    주모협동조합(이사장 최경자)이 운영하는 호수양조장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술을 빚는다. 춘천에서 재배된 쌀과 소양강 물, 누룩으로 직접 ‘섬술탁주’, ‘유하약주’ 등 전통주를 제조한다. 로컬에서 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안주를 전통주와 페어링해 맛볼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국 무형문화유산 전통 막걸리 명인으로 선정된 강왕기 대표가 운영하는 춘천양조장에서는 ‘춘천 수제막걸리’, ‘춘천생막걸리’, ‘춘천왕수생막걸리’ 등을 선보인다.

     

    춘천양조장의 ‘춘천생막걸리’ 생산 공정. (사진=MS투데이 DB)
    춘천양조장의 ‘춘천생막걸리’ 생산 공정. (사진=MS투데이 DB)

    신북농협 도정공장과 지역 정미소를 통해 춘천 쌀을 공급받아 원료로 사용하는 소양강도가는 8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30년대 서면 금산리의 ‘금산 양조장’에서 출발해 ‘천전 양조장’을 거쳐 소양강도가로 재탄생했다. 대표 제품인 ‘소양강 생막걸리’에는 신북읍 일대에서 나는 쌀이 70% 이상 사용된다.

    지시울양조장(대표 유소영)의 ‘화전일취15’ 제품은 올해 대한민국 주류대상 우리술 약주청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가정집 지하에 양조장 시설을 구축해 항아리 발효, 소줏고리 증류 등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화전일취는 ‘님도 꽃이요 꽃도 꽃이니 꽃 앞에서 함께 취하리’라는 의미다.

     

    지시울양조장의 화전일취. (사진=춘천술페스타)
    지시울양조장의 화전일취. (사진=춘천술페스타)

    소양강 에일, 춘천 IPA 등을 선보이는 스퀴즈 브루어리는 로컬 수제 맥주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감자를 이용해 수입 맥아를 대체하고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토종 효모를 이용하며 소양강 맑은 물을 원료로 하는 감자아일랜드의 수제 맥주 역시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포타페일에일’과 ‘쥬씨랜드 IPA’, ‘단팥 슷-따우뜨’ 등이 대표 제품이다.

    춘천시는 “일제 수탈로 사라진 가양주 문화를 다시 찾아 우리 술 문화 복원을 위한 전통주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 ‘춘천 술 페스타’를 개최한다. 지난 5월부터는 사전행사 격으로 양조장 탐방, 시음 행사 등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주 관련 국제행사 개최의 기반을 마련하고 국립한국술산업진흥원(가칭) 유치를 위한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다.

     

    지난 7일 위드스페이스 스토리거점공간에서 진행된 춘천 술 페스타 사전행사 ‘전통주 살롱’. (사진=권소담 기자)
    지난 7일 위드스페이스 스토리거점공간에서 진행된 춘천 술 페스타 사전행사 ‘전통주 살롱’.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술 페스타 사전행사 ‘전통주 살롱’을 통해 가양주 빚기 체험을 진행한 최경자 주모협동조합 이사장은 “막걸리는 어르신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통주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며 “로컬 양조장 ‘호수’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어 지역의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을 함께 제공하는 등 춘천의 색깔을 살린 로컬 술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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