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수 작가, “등단 후 1년간 연락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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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창수 작가, “등단 후 1년간 연락 오지 않았다”

    지난 23일, ‘관객이 예술이야’ 시즌3
    첫 번째 게스트로 하창수 소설가 초청

    • 입력 2021.08.26 00:01
    • 수정 2021.08.28 00:08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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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창수 작가가 지역 문화예술인, 시민과 의미있는 만남의 기획했다.(사진=신초롱 기자)
    하창수 작가가 지역 문화예술인, 시민과 의미있는 만남을 기획했다. (사진=신초롱 기자)

    춘화(春畵)를 소재로 한 장편 소설 ‘사랑을 그리다’로 돌아온 하창수 작가가 춘천의 문화예술인, 시민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하창수 작가는 지난 23일 ‘모두의 문화살롱 프리고’가 주관·주최하는 ‘관객이 예술이야’ 시즌3 첫 번째 게스트로 참여했다. 하 작가는 춘천 소양강변 부설재(不設齋)에서 집필 활동은 물론 김유정 문학촌 상주 작가로 활동하며 한국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청산유감’으로 등단한 하 작가는 이후 현진건문학상, 한국일보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90년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 ‘철길 위의 소설가’, ‘함정’, ‘허무총’, ‘그들의 나라’, ‘달의 연대기’ 등이 있다. 이외에도 단편과 중편, 장편, 에세이 등을 펴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발표한 장편 소설 ‘사랑을 그리다’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는 하 작가에게 ‘소설가’라는 수식어 이외의 ‘번역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만 6살 나이, 또래보다 빠르게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하 작가는 중학교 진학 전 친형에게 한 달간 배웠던 영어 과외가 중·고등학교 영어를 책임졌고, 번역까지 할 수 있게 된 기회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영학을 전공하며 대기업에 취직해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었다던 그가 소설가의 길을 쭉 걸어보자 결심한 건 뜻밖에도 군 복무 덕분이다. 철원 남방한계선 인근에서의 군 생활 경험이 큰 계기가 된 것이다.

    ‘청산유감’으로 등단한 후 1년간 청탁이 오지 않았다는 하 작가는 “병사들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인격 모독을 당하는 등 총체적인 문제를 겪었다”라고 털어놨다.

    군 복무 당시 보고 겪은 일들을 소설로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제대를 한 그는 3년 만에 자신이 쓰고자 했던 내용을 담은 장편 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을 펴냈다.

    작가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10개의 에피소드로 엮은 내용을 담은 이 소설로 1991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았다.

    하 작가는 “문학상을 받고 나니까 ‘잘하면 뭔가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작가 생활을 이어오면서도 잠시 취직을 고민하기도 했었다”면서도 “취업을 하면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왼쪽부터 ‘더 깊어지는 강’(1996), ‘원룸’(2003), ‘행복한 그림책’(1999), ‘껄걸’(1997), ‘그들의 나라’(1998)
    왼쪽부터 ‘더 깊어지는 강’(1996), ‘원룸’(2003), ‘행복한 그림책’(1999), ‘껄걸’(1997), ‘그들의 나라’(1998)

    그때 머릿속을 스쳐 갔던 것이 대학 때 영어 과외를 하며 만들었던 교재였다. 그는 직접 만든 교재를 다듬어 1988년 ‘AD-I 워드테크’ 상·하권을 출간했다. 저자가 ‘하명수’로 표기된 것에 대해 작가는 “이상하게 영어책 저자로 남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발표했던 14편의 장편 소설 중 독자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허무총’은 당시 베스트셀러 공지영 작가의 ‘고등어’에 이어 2위의 판매고를 올렸다. ‘허무총’에는 ‘사랑을 그리다’ 주인공인 김상현이 10명의 조선 시대 화가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60~70대 나이의 인물로 등장한다.

    작가는 한때 건강 악화로 소설을 쓰는 일에 회의를 느껴 3년간 단 한 줄도 글을 쓰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이후 2002년 춘천연극제로 인연을 맺은 외국 동료들과 3박 4일간 홈스테이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감성을 되찾아 장편 소설 ‘함정’을 내놨다.

    번역을 시작했던 건 2007년부터다. 그가 맡았던 첫 작품은 영어권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키플링의 ‘킴(KIM)’이었다. 이외에도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어떤 행복’, ‘명상의 기쁨’ 등을 옮기고, 다수의 수필집도 출간했다.

    신작인 ‘사랑을 그리다’는 춘화와 사촌지간의 젊은 오누이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자극적인 장면은 없다. 이에 대해 “춘화는 그림 중에 가장 자극적인 그림이다”라며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있어 춘화는 어떤 의미인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소설을 통해 짚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극적인 장면들을 드러내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라며 “사랑의 말단과 극한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 작가는 춘천을 대표하는 작가인 김유정 소설가와 절친인 천재 시인 이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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