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영화 ‘요선’ 장권호 감독·유진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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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초대석] 영화 ‘요선’ 장권호 감독·유진규 배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편 부문 작품상 수상
    요선시장 모티브, 춘천 올 로케이션 ‘요선’
    올해 초 시민펀딩, 제작비 1000만 원 충당

    • 입력 2021.08.21 00:01
    • 수정 2021.08.23 00:05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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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요선’ 유진규 배우(왼쪽)와 장권호 감독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편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사진=시민펀딩 제공)
    영화 ‘요선’ 유진규 배우(왼쪽)와 장권호 감독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편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사진=시민펀딩 제공)

    춘천 요선시장을 모티브로 한 영화 ‘요선’이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영화 장편 경쟁부문에서 작품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요선’은 춘천의 대표 예술인 마임을 모티브로 한 시민참여 순수예술 영화다. 요선시장과 마임의 집, 몸짓극장, 기와집 골, 공지천 등을 주요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올해 초에는 시민 펀딩으로 1000만 원의 제작비를 충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춘천의 대표 예술인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마임 인생 50주년을 앞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춘천의 모습과 그의 내면을 그려냈다.

    작품에는 유진규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강해진이 주연으로 출연했으며, 변유정 연출가가 드라마트루기(dramaturgy·극작술)와 배우로 참여했다. 전형근 작가와 요선동 평창이모집 주인이 조연으로 출연하는 등 요선시장 주변 상인들과 시민의 등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MS투데이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일정을 마무리하고 춘천으로 돌아온 장권호 감독, 유진규 배우와 수상소감을 인터뷰했다.

    Q. 지난 1월 시나리오 작업에 이어 3월부터 촬영을 진행하고 7월 영화제 초청돼 작품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소감을 듣고 싶다.

    ▲장권호

    “보통 영화는 자본의 힘을 많이 빌리는데 순수성이 훼손되기도 하고 배우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춘천에 연고가 있는 분들과 춘천에서 촬영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감개무량하다. 앞으로 더 나아갈 것 같다.”

    ▲유진규

     “마임 인생 50년을 마임배우의 이야기로 그렸다. 제가 실제로 주목하고 있는 요선시장을 비롯해 춘천의 곳곳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소재와 영화적 표현이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뿌듯하다.”

     

    영화 ‘요선’ 스틸컷 (사진=시민펀딩 제공)
    영화 ‘요선’ 스틸컷 (사진=시민펀딩 제공)

    Q. 장권호 감독과 유진규 배우는 3년 전 영화 ‘탄’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요선’ 촬영 당시 호흡은 어땠나.

    ▲장권호

     “3년 전에는 선생님이 영화배우로 카메라 앞에 서시는 걸 낯설어하셨는데 올해 감을 잘 잡으셨다. 시나리오의 여러 부분에서도 의견이나 제안을 많이 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프로가 되어 가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장편 영화는 개봉 이후 평론가, 관객들에게 냉정하게 비판을 받게 되지 않나. 영화가 완성되는 건 한 번인데 보는 건 만 번도 할 수 있다. 현장에서도 제가 너무 쉽게 배우와 타협을 하기보다는 힘들어도 여러 번 주문했던 몇 장면이 있다. 그 장면 촬영 때에는 유 선생님이 역정도 많이 내시고 했지만, 촬영이 지속되면서부터는 순조롭게 진행했던 것 같다.”

    ▲유진규

     “장 감독과는 7년 전 제 공연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만나서 주로 하는 일이 술 마시는 것이다. 재미없는 사람과 술을 그렇게 마실 수 없다. 그동안 쌓아온 관계와 신뢰가 있었기에 어떠한 어려움도 우리에게는 별로 문제가 안 됐다.”

    Q. 관객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장면이나 촬영 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장권호

    “모든 사람이 꿈을 꾸지 않나. 꿈을 꾼다는 것은 해소되지 않은 내적 자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진규와 내적 자아인 ‘조르바’가 함께 등장한다. 자아가 현실세계로 왔을 때 사회가 자아를 받아들일 수 있으까. 자아는 어떻게 아픔을 느낄 것인가. 선생님의 마임이라는 행위 자체가 내적 감성을 건드리지 않나. 영화를 통해 관객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에는 두 자아가 서로 충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이런 내용을 상징한다. 또 은유적 표현과 함축된 의미가 많아서 한 번 봐서는 내용이 이해가 될 듯 말 듯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요선’ 스틸컷 (사진=시민펀딩 제공)
    영화 ‘요선’ 스틸컷 (사진=시민펀딩 제공)

    ▲유진규

    “영화는 춘천에 사라져가고 있는 곳들을 담았다. 철거되기 전 기와집 골, 마임 축제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마임의 집 등. 원형이 파괴되기 직전에 담아냈다. 요선시장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영화 안에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 또 올해 봄은 특히 추웠다. 영화 속 장면들이 주로 밤에 벌어지는 일이었는데 춘천의 밤, 특히 강변은 더 춥다. 마침 제 의상이 얇은 것이어서 추위에 떨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웃음)”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장권호

    “돈을 벌기 위해 찍는 상업영화에는 재미와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지금처럼 저와 수년간 인연이 닿아있는 예술가분들의 세계와 공간이 궁금하다. 어느 시점에 또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지 모르겠다.”

    ▲유진규

    “저는 공연을 위주로 하는 배우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어둡고 캄캄하지만, 공연은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영화는 제의가 또 들어오지는 모르겠다. 영화배우로서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한편 ‘요선’ 시민펀딩 주최 측과 장권호 감독, 유진규 배우는 내달 9일 오후 7시 남춘천 메가박스에서 ‘요선’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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