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라는 터널 안에서] 5. 지역에도 ‘젊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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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이라는 터널 안에서] 5. 지역에도 ‘젊치인’이 필요하다

    • 입력 2021.08.17 00:01
    • 수정 2021.08.18 00:09
    • 기자명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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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한동안 끊임없이 들려오던 뉴스가 있었다. 30대 정치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매체들은 꾸준히 그 소식을 실어 날랐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이준석’ 이라는 이름과, 30대 청년인 그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각인했다.

    ‘청년’이라는 두 글자가 전례 없이 호명되고 또 호명되는 시기다. 임홍택 작가의 ‘90년대생이 온다’를 시작으로 산업화, 민주화 세대와는 또 다른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각계각층에서 증폭되고 있다. 오랜 세월 중년 남성으로 상징되다시피 한 정치권 또한 그 흐름을 피할 수 없는 듯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년에 대한 일괄적 해석과 관심이 철저한 대상화에 불과하기에 지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청년’을 향한 이 대단한 관심이 누군가의 말 그대로 권력을 가진 이들의 보여주기식 대처일지 당장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준석 당 대표가 이 기류를 타고 기회를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이준석’ 열풍과 함께 주목받는 단체가 있다. 스타트업 출신 20대 여성 두 명이 만든 비영리 단체 ‘뉴웨이즈’다. 뉴웨이즈는 2030세대와 함께 지역의 젊은 정치인을 발굴·후원해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중 40세 미만 정치인 20% 배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다가오는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미래의 당사자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정치의 세대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런 청년정치 열기에 대해 ‘당사자 정치’로 한정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물론 정치인의 정치력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국민과 지역주민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삶 전반을 얼마나 잘 대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일이 국민과 주민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그 대변인들의 얼굴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중년, 남성의 얼굴만 하고 있다는 것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므로 박 대표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뉴웨이즈가 주장하는 젊은 정치인, ‘젊치인’의 등장을 지역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산재한다. 정치인의 과업은 지역 현안을 살피고 조례를 입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지자들을 결집해야 하며, 이를 무기로 당내 세력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청년들의 현실은 어떤가. 세력을 형성하기는커녕 먹고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으러 지역을 떠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들에겐 지역 내에서 자신들과 뜻이 맞는 동료들을 구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약한 기반을 가진 청년들의 목소리는 지역에서 오랜 시간 지지 기반을 다져온 기성세대의 목소리에 묻히기 십상이다.

    소위 ‘빽’ 없는 지역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책 제안에 그친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느끼는 거리감 또한 지역 청년 정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기초의원은 1인당 평균 1만7370명의 지역구 주민을 대표해 예산 심의, 행정 감시, 조례 제정, 민원 해결 등 일상적인 변화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속한 지역구의 대표자 공천 과정과 지방선거 과정을 포함한 지방정치 전반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청년들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춘천지역의 정치인 세대 현황은 어떨까. 춘천시의회는 21명의 시의원 중 3명의 40세 미만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다. 21이라는 숫자 앞에 3이라는 숫자는 미비해 보이지만, 청년 정치인이 ‘0’인 다른 지역의회에 비하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유행 같은 담론에 치우치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국가, 지역의 주인은 성별, 연령, 계층에 상관없이 전 국민이며, 전 지역민이다. 변함없는 사실 또한 존재한다. 기업 경영도, 국가 정책도 결국 미래를 향한 지속가능성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춘천을 포함한 전국 각 지역의 지속가능성의 향방이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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