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보다는 차라리 과로사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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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사보다는 차라리 과로사 할래~”

    도시가살롱X프리고, 별짓러 조주현 씨 초청
    38년의 교직 생활 은퇴 후 펼쳐진 별짓인생

    • 입력 2021.08.05 00:01
    • 수정 2021.08.07 00:04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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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문화도시 춘천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 향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도시가살롱’은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책방, 카페, 작업실, 레스토랑 등지에서 열려, 문화 기획자와 참여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일 ‘모두의 문화살롱 프리고’에서는 춘천문화재단의 ‘도시가살롱’ 공간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기획한 ‘봄플 프로젝트 시즌2’가 진행됐다. 시즌2 세 번째 게스트로 조주현(67) 씨가 참여했다.

     

    (사진=신초롱 기자)
    ‘봄플 프로젝트 시즌2’ 세 번째 게스트로 나선 조주현 씨. (사진=신초롱 기자)

    지난달 발간된 ‘하우 투 딴짓’의 저자 조재형이 정의한 ‘딴짓’은 기회를 낳는 경험이다. 생산적인 딴짓은 본업에 영감을 줄뿐만 아니라 회사 안팎에서 나만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조주현 씨는 생산적인 ‘딴짓’으로, 아니 ‘별짓’으로 노후를 신명나게 보내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는 38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4인조 어쿠스틱 밴드 ‘바람소리 ’단장, 춘천남성합창단 단원, 바르게살기운동 강원본부 자문위원, 강원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총동문회장, 어반스케쳐스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프로 별짓러’다. (딴짓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일과는 전혀 관계 없는 행동을 뜻하기에 별짓으로 명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년퇴임을 한 지 5년째인 그는 퇴임 3년 전부터 수많은 고민 속에 은퇴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가 이날 강연 무대에 서게 된 이유도 ‘어떻게 잘 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나섰던 덕분이다.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을 통해 은퇴 후의 삶을 누구보다 알차게 즐기는 그는 주변에서 ‘은퇴의 모범’으로 통한다.

    ■은퇴 후 갈 곳이 없어졌다

    “주변에서 잘 논다고 하니까 잘 노나보다 싶다면서도, 퇴직하고 나름대로 끼를 숨기지 않고 재밌게 사는 선배구나 정도로만 알아주면 좋겠어요.”

    조주현 씨는 춘천고와 강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교사 생활을 시작, 38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다. 교사와 도교육청 장학사, 장학관, 교감, 교장 등 다양한 직책 속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오랜 공직 세월을 대변해 준 건 훈장 하나였다.

     

    조주현 씨는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신명나는 삶을 살고 있다. (사진=모두의 생활예술협회)
    조주현 씨는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신명나는 삶을 살고 있다. (사진=모두의 생활예술협회)

    조 씨에게는 2016년 9월 1일 아침 풍경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 중 하나다. 그는 은퇴 전과 다를 바 없이 반사적으로 일어나 세수를 했지만 곧 ‘할 일’이 없다는 생각과 일찍 눈을 뜬 억울함으로 다시 침대로 향했다. 이 때의 경험은 5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생생하다.

    이후 2주 동안 먹고 자는 것을 반복했다는 그는 쭉 이어져 왔던 어떤 삶으로부터의 단절이든, 이어짐이든 무언가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별짓’ 버킷리스트를 하나둘 채워 나갔다.

    ■“과로사 할래? 고독사 할래? 그럼 난 과로사”

    조 씨가 퇴직 후 가장 먼저 했던 한 가지는 청바지 세 벌을 산 일이다. 그는 “교직생활을 하며 점퍼,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적이 없다”며 “청바지는 내게 ‘자유’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교직에서 알게 된 인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맥을 쌓기 위해 남성합창단에 들어갔다. 합창단 연습이 있는 금요일이 늘 기다려진다는 그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치열한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과 세계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늘 바쁘게, 어떻게 놀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그는 절친들이 ‘너 그러다 과로사 한다’고 우려를 표할 때면 되려 ‘과로사 할래, 고독사 할래’라고 묻는다며 웃었다.

     

    조주현 씨가 고독사보다는 과로사가 낫다는 인생지론에 대해 털어놓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조주현 씨가 고독사보다는 과로사가 낫다는 인생지론에 대해 털어놓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조 씨는 ‘성장이 멈추는 순간 늙는다’는 김형석 교수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잘 논다는 것에는 ‘재미’와 ‘의미’도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빠진 어반스케치로 미처 알지 못했던 동네의 매력을 찾아가는 등 재미와 성과가 따르는 의미있는 일들을 이어오고 있다. 

    또 칠순을 앞두고 있는 그는 멕시코와 쿠바여행, 안나푸르나 등반, 슬기로운 백수생활 기록이 담긴 책 발간 등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갈 기쁨에 젖어있다.

    ■“삶의 열정 꺼트리지 않을 것”

    두 시간 남짓한 강연에 집중력을 발휘한 참석자들은 열변을 토한 조주현 씨를 향해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은 “저보다 더 청춘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그 반열에 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홍주 시인은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있는데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엄지척 했다.

    이어 또 다른 참가자는 “꾸미거나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놀랐다”며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게 좋은 이야기로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씨는 “삶에 어떤 열정을 갖고 갈 것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열정을 꺼트리거나 식지 않게 날 잘 다독이고 위로하며 응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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