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협동조합] 치료공동체 길벗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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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협동조합] 치료공동체 길벗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 입력 2021.08.08 00:01
    • 수정 2023.09.07 11:54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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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공동 이익 창출과 사회 문제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춘천 내 협동조합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협동조합’을 시리즈로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차가운 벽, 소독약 냄새,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과 1분을 채 넘기지 않는 진료, 그리고 권위적인 의사와 어딘가 기계적인 간호사들의 모습. ‘병원’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러나 춘천 ‘길벗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이하 길벗)’은 사뭇 다르다.

    동네 사랑방처럼 간호사와 방문객 간에 정겨운 대화가 오가고, 훈훈한 정도 싹튼다. 간호사는 일상적으로 이용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건강상태를 체크하며, 건강관리 계획을 맞춤형으로 세워준다. 또 매뉴얼대로만 환자를 대하지 않고, 함께 다과와 차를 즐기면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국내 최초 간호사 협동조합 ‘길벗’, 핵심 사업 순항

    길벗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간호사 주도로 설립된 의료 협동조합이다. 처음에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에 관심있는 간호사 몇 명이 운영하는 자선사업 형태였으나, 지난해 11월부터는 한 달간 진행된 케어카페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올해 3월 협동조합으로 발돋움했다.

    길벗의 핵심 사업은 ‘케어카페’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들이 나서서 건강을 관리해 주는 것이다. 인근 주민이라면 누구나 케어카페를 찾아 혈압과 혈당, 골밀도, 체성분 측정 등과 함께 건강상담도 받을 수 있다.

     

    케어카페를 방문한 한 이용자가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케어카페를 방문한 한 이용자가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케어카페에서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사진=길벗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케어카페에서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사진=길벗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이를 추진했던 김지향 길벗 이사장은 간호사라는 직업적 역량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 가치로 환원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기존의 의료체계와 복지체계로부터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그 골자였다.

    김 이사장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병원이 아닌 곳에서 편하게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며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비즈니스 모델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다 보니 협동조합 형태로 가야겠다는 판단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진료만 하고 끝나지만, 우리는 환자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본다”며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파악해야 앞으로의 방향성과 건강 관리 계획을 뚜렷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 마음건강·몸건강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케어카페에서는 단순히 건강 관리에 그치지 않고 원예와 미술, 요가 등 각종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이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적 공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마음을 치유해주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에서다.

    김 이사장은 “마음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한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친숙하고 가족같은 의료환경을 조성해 지역주민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이용자들 또한 정신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길벗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 (사진=길벗
    길벗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 (사진=길벗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반응은 폭발적이다.

    길벗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약사명동 케어카페에 방문한 이용자는 350여명으로, 재방문율은 무려 98%에 달한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진행했을 당시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들이 케어카페를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케어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케어카페를 찾은 방문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최종목표는 ‘지역이 함께하는 치료공동체’

    케어카페는 비록 간호사 협동조합으로 출발했지만 향후에는 물리치료사와 재활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조합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간호사 협동조합으로 출범했던 이유는 더 많은 간호사들이 지역사회에 뛰어들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라며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커뮤니티 케어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이 함께하는 치료공동체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간호사들의 인식 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협동조합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지가 있는 간호사들의 참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이사장은 “간호사들이 조금만 인식을 바꿔준다면 지역사회에서 펼칠 수 있는 역량도 다양하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가치도 무궁무진하다”며 “환자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간호사 철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지역’이라는 점을 많은 간호사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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