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MBC 올림픽 중계 대형사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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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MBC 올림픽 중계 대형사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 입력 2021.07.28 09:07
    • 수정 2021.07.29 09:12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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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MBC가 국제적인 방송사고를 쳤다. 국제적인 망신이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선수단이 입장할 때 사용한 부적절한 사진에 대해 사장까지 나서 거듭 사과했지만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MBC는 지난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내는 등 무리한 중계로 물의를 빚었다.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할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썼고,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할 때는 폭동사진을 게재하며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붙였다.

    마셜 제도 선수단이 나올 때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 선수단 소개 화면에는 ‘양귀비 수확’ 사진을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

    올림픽에 출연한 각국의 이런 소개방식은 ‘외교적 결례’ 정도를 넘어, 어떻게 국가적 아픔과 고통을 그 국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MBC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난 24일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에게 공개사과했다.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입니다.”

    그리고 나서도 방송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25일 열린 남자 축구 B조 예선 한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전반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향해, 중간 광고에서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삽입해 부적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신중하지 못하고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은 MBC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중계방송에서 문제된 장면들은 우크라이나 등 해당국가 방송을 포함해 수많은 국가에서 이 소식을 뉴스로 다루고 있다. 각국에서는 “우리 나라는 MBC가 무슨 사진을 썼는지 알아보자”면서 MBC 올림픽 방송 사고를 국제 화제로 삼고 있다.

    SNS를 통해서도 국제적 방송사고 소식이 퍼지고 있다.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트위터에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테러 사진도 넣고?”라며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MBC 박성제 사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적 방송사고와 관련, 직접 사과했다. 박 사장은 회견 도중 세 차례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 주말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저희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적자 해소를 위해 애써왔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끝을 맺었다.

    박사장이 내놓은 대책은 “가장 철저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지구인들의 우정을 상징하는 올림픽에 문화 다양성 그런 것들이 중요한 가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교육이 정확히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보강하겠다는 의미이다”고 말했다.

    MBC는 누가 그런 문제의 사진을 내보냈는지를 밝혀내 관련자를 징계하고 직원을 기본적인 규범 인식 교육에 참가시키는 선에서 마무리해서는 안된다. 그 정도의 작업으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위험 천만이다.

    박사장의 사과가 있은 지 불과 몇시간만에 또 부적절한 중계 멘트가 나갔다. 26일 남자 유도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창림이 아제르바이잔 선수를 꺾고 동메달을 따자 캐스터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는 말을 했다. 스포츠 정신의 기본도 안되어 있는 발언이다. 중계방송의 이상한(?)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아예 볼륨을 끈 채 경기 화면만 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MBC는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줄였다. 박성제 사장은 그렇게 해서  적자를 크게 줄였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 본부의 제작비를 크게 줄였고, 스포츠 제작부서를 없애고 스포츠제작 PD들을 다른 부서로 보냈으며 스포츠 중계 업무를 자회사인 MBC 플러스로 이관했다. 이번 방송사고는 이런 작업 과정속에서 터진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MBC는 지상파이자 공영방송이다.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방송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하면서 쓸데없는 지출을 막아야 한다. 지금 MBC 드라마는 OTT 드라마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MBC가 도쿄올림픽 중계사고를, 지금 MBC가 어떤 상황에 처해했는지, 또 왜 갈수록 지상파로서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더 큰 사고를 칠 수도 있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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