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더위도 재난입니다…부모님께 안부전화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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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더위도 재난입니다…부모님께 안부전화 하세요”

    • 입력 2021.07.23 00:00
    • 수정 2021.07.24 00:04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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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폭염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질병관리청이 폭염 재난위기주의보를 발령한 지 며칠 안 돼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어 올 여름 더위로 인한 건강상 피해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합니다.

    이젠 온열질환주의보를 가벼운 일과성 경고로 간과한다면 오산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도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더위도 심각한 재난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2018년 그의 저서 ‘폭염사회’에서 태양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미국에서 매년 온열질환으로 400여 명(최근 10년간 600명으로 늘어남)이 죽어나가는데도 정치인과 공무원, 그리고 기자들조차 사태의 원인을 의례적인 ‘여름의 불상사’ 정도로 치부한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폭염일수가 길었던 2018년 사례를 보시죠. 기상청이 정의한 폭염일은 최고온도가 섭씨 33도를 넘을 때를 말합니다. 당시 폭염일수는 평년 9.8일보다 훨씬 긴 34일을, 열대야는 5.1일에서 8.2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526명, 사망자는 48명을 기록했군요. 이는 평년의 3~5배나 되는 수치로 기온과 온열질환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온열질환은 열에 노출돼 나타나는 질환을 통칭하는 것으로 열사병과 열실신, 열탈진, 열경련, 열부종 등을 포함합니다. 

    참고로 질병관리청은 최고온도 섭씨 33도가 이틀 계속되면 ‘폭염주의보’를, 또 35도가 이틀 넘으면 ‘폭염경보’를 발령합니다. 여기서 35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듯, 우리 인체는 땀 배출을 통해 외부온도에 효과적으로 대처합니다. 그런데 이 인체 냉각시스템이 외부온도 35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환경분야에서 다루고 있는 ‘더위체감지수’(Wet-Bulb Globe Temperature: WBGT)입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기온만은 아닙니다. 온도와 함께 습도・복사열・기류 상태에 따라 몸이 받는 스트레스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습식사우나에서 경험하듯 낮은 온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땀 배출이 어려워져 온열질환으로 치달을 수 있거든요.

    따라서 노동환경이 좋은 선진국일수록 더위체감지수를 기준으로 안전시설을 갖추고, 작업자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합니다. 일례로 일본의 한 산재보험회사는 직원을 노동현장에 파견해 효과적인 온도 및 습도관리와 공기조절기 배치, 작업 요령을 교육합니다. 심지어 작업자에게 온열질환의 위험성을 알리고, 응급대처 요령까지 알려주는 건강관리 앱도 만들고,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폭염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온열질환 취약계층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만 4세까지의 영유아, 또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더위에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 나이대엔 땀을 통해 체온을 낮추는 조절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밖에도 비만한 사람이나 고혈압, 당뇨병, 만성질환자들도 열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우선 과체중인 분들은 몸에 쌓인 지방이 보온기능을 한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높은 중심온도를 식히는데 마른 사람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환자, 콩팥질환자, 심혈관계 질환자는 모두 혈액순환을 포함한 신진대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수분을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져 냉각시스템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더위와 관련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화급한 질환은 열사병입니다. 이 열사병도 ‘운동성 열사병’(EHS)과 ‘비운동성 열사병’(NEH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운동성은 더운 날씨에 격렬한 활동을 하는 젊고 건강한 사람에서 발생합니다. 반면 비운동성은 노인이나 유아, 또는 만성질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열사병입니다.

    이를 분류하는 것은 젊다고, 또 신체가 건강하다고 안심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흔히 덥고 습한 날 등산을 하다가, 또는 에어컨이 없는 밀폐된 곳에서 운동을 하다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지는 사례가 그것입니다. 

    온열질환 예고증상은 현기증 외에도 두통, 경련, 메스꺼움이나 구토, 비정상적인 땀, 촉촉하거나 건조한 피부, 빠른 심박수, 호흡곤란, 창백한 얼굴 등 다양합니다.
     
    열탈진이나 열경련은 열사병으로 진행하는 과정일 수 있으니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열경련은 격렬한 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땀 배출로 몸에 있는 나트륨과 수분이 고갈되고, 근육의 낮은 염도가 근육경련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열탈진 역시 수분과 염분의 과도한 손실에 대한 신체반응입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틈틈이 물을 마시고, 땀을 많이 흘리는 날엔 조금 짠 식단구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여기서 대처가 늦으면 체온이 40도를 넘는 열사병으로 이어집니다. 뇌를 비롯한 장기들이 손상돼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목표는 가능하면 빠른 시간내에 체열을 식히는 것입니다.

    통풍이 잘되는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벗겨 땀을 증발시킵니다. 이때 환자의 몸을 물에 담글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몸에 물을 뿌리고 선풍기나 부채질로 바람을 보내는 방법을 권합니다.

    얼음으로 냉찜질을 할 때는 겨드랑이나 목, 사타구니 부위가 보다 효과적입니다. 이 부위는 피부 가까이에 혈관이 많이 분포돼 빠른 시간 내에 냉기를 전신에 보낼 수 있다고 해요.

    온열질환은 이제 먼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현실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폭염이 지속될 때 부모님에게 안부전화 한번 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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