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재발견] “자전거면 충분하다”, 자전거 도시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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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의 재발견] “자전거면 충분하다”, 자전거 도시 춘천

    생활 자전거 모임으로 출발한 '두 바퀴로 가는 세상'
    금병초 학생 대상 자전거 교실 운영
    어린이 20여명 퇴계동에서 출발해 자전거로 등교
    지속가능, 기후변화, 환경 등 자전거 통해 사회 담론 소환

    • 입력 2021.07.23 00:01
    • 수정 2023.09.07 12:41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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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까르르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 김경희 금병초 교장선생님이 물었다. “여러분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해서 제일 좋아한 건 누구였을까요?” 무리 가운데 큰 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지구요!”

    ■자전거로 등교하기
    지난 14일 오전 9시쯤. 퇴계동에서 출발한 30여대의 자전거 무리가 50분만에 금병초 운동장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향한 금병초 학생들, 그리고 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돕기 위해 나선 '두 바퀴로 가는 세상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경숙, 이하 두바세) 회원들이다.

    생활자전거 모임으로 출발한 두바세는 지난 4월부터 금병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교실을 운영했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과 안전 교육 외에도 우리 동네와 지역의 역사문화 유적지를 자전거로 탐방하는 로컬 친화적인 활동도 진행했다. 자전거가 개인과 사회, 기후변화시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등교한다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자전거로 등교하는 금병초 학생들. (사진=권소담 기자)
    자전거로 등교하는 금병초 학생들.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시 신동면에 위치한 금병초는 자연친화 생태 교육과 마을 교육 돌봄 공동체 등으로 인기가 높아 전교생의 70%가 석사동, 퇴계동 등 시내지역에서 통학하고 있다. 셔틀버스가 운영 중이긴 하지만, 매일 멀리서 오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자전거 등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김경희 금병초 교장은 “학생들의 자전거 등교로 아침에 20여대의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고, 이를 통해 환경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다”며 “안전한 자전거 교육을 통해 건강과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권순호(13)·순찬(11)·순겸(9) 삼형제도 이날 자전거 등교 행사에 참가했다. 권순호 군은 “힘들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지구를 위한 실천을 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삼형제의 어머니인 신나영(40)씨는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춘천에 갖춰져 있는 자전거 인프라를 활용해 아이들이 자전거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자전거 등교 행사에 참가한 금병초 재학생 권순호(13), 순찬(11), 순겸(9) 삼형제와 이들의 어머니 신나영(40)씨. (사진=권소담 기자)
    자전거 등교 행사에 참가한 금병초 재학생 권순호(13)·순찬(11)·순겸(9) 삼형제와 이들의 어머니 신나영(40)씨. (사진=권소담 기자)

    ■자전거 도시 춘천
    춘천시는 2018년 ‘자전거 천국 도시’와 ‘보행 친화 도시’를 천명하고 관련 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춘천이 만드는 안전하고 행복한 자전거 라이프 실현’은 지난해 11월 ‘시민이 선정한 시정부 10대 정책’ 온라인 투표에서 8위에 꼽히는 등 자전거 문화 확산이 춘천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일 시청에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간담회’가 개최됐다. 춘천시자전거연맹(회장 김식현) 이사진과 이재수 시장, 심의현 교통환경국장 등이 참석해 자전거 인프라 확충과 자전거 친화적 문화 확산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8일 이재수 춘천시장의 주재로 시청에서 진행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간담회. (사진=권소담 기자)
    지난 8일 이재수 춘천시장의 주재로 시청에서 진행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간담회.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자전거시민학교 강사로 활동하는 공민우 춘천시자전거연맹 이사는 공공 자전거 안전교육장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공 이사는 “학교마다 자전거 환경이 달라 통일된 교육 현장이 필요하다”며 “시에서 자전거 안전교육장을 마련해 청소년들이 동일한 커리큘럼을 통해 교육을 받는다면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전거 문화를 갖추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역 맞춤형 청소년 대상 자전거 교육 영상 제작, 자전거용 횡단보도, 미끄럼 방지가 가능한 아스콘 소재 자전거 도로 조성 등이 논의됐다.

    이재수 시장은 간담회에서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자전거, 행인이 공존할 수 있는 도로 정책이 필요하다”며 “기계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의 다리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자전거가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탄소, 기후 변화를 위한 실천
    금병초 학생들의 자전거 등교를 도운 ‘두 바퀴로 가는 세상’ 회원들의 자전거에는 ‘Burn fat, Not oil(석유 대신 지방을 태우자)’, ‘자전거면 충분하다’ 등의 깃발이 달려 있다. 이들은 자전거를 통해 교통, 환경, 기후위기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14일 금병초 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로 등교하는 행사를 진행한 두바퀴로 가는 세상 
    지난 14일 금병초 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로 등교하는 행사를 진행한 '두 바퀴로 가는 세상 사회적협동조합'. (사진=권소담 기자)

    학생을 대상으로 자전거 강사로 나선 김상진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지 생각하면서 몸으로 익히도록 했다”며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환경과 기후변화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활 자전거 문화가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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