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아파트는 주차 전쟁 중…주민갈등과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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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아파트는 주차 전쟁 중…주민갈등과 안전 위협

    주차구역 부족 아파트 이중주차로 몸살
    주차장 내 차량 긁힘 접촉사고 다수 발생
    화재 발생시 대규모 피해 발생 우려

    • 입력 2021.07.21 00:02
    • 수정 2021.07.23 00:04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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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시민 A(40·온의동) 씨는 매일 아침과 저녁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는 아침에 출근을 위해 이중주차된 여러 대의 차량을 힘겹게 밀어야 하는 일도 잦고, 때론 주차 브레이크를 잠근 채 이중주차한 차량으로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또 저녁에도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주차할 공간을 찾아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씩 돌아야 한다. 이중주차를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순간이다.

    춘천지역 일부 아파트 얌체 입주민들이 단지 내 주차공간 부족을 이유로 무리한 이중주차에 나서면서 주민 간 갈등 발생은 물론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이중주차는 주차공간 부족으로 주차구획선 안에 주차된 차량의 주변에 다른 차량을 주차하거나 기어를 중립으로 해 놓아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주차방식을 말한다.

     

    춘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중 삼중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차량의 진행이 막혀있다. (사진=독자 제공)
    춘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중 삼중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차량의 진행이 막혀있다. (사진=독자 제공)

    최근 들어, 춘천 아파트들의 주차공간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건축된지 오래된 아파트들은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있어도 그 규모가 작다. 지상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이중주차를 해야만 한다. 차량대수 증가도 한 몫하고 있다.

    이 같은 이중·삼중주차 문제로 주민 간의 갈등은 오래된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A씨 처럼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여성과 노약자들은 이 일이 버겁기만 하다. 대형 SUV와 승합차 등의 경우나 주차장에 약간의 경사라도 있으면 건장한 성인남성도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기 쉽지 않다.

    또 이중주차 시 주차 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중립으로 설정해 강제로 이동할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로 난처한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차량에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운전자도 있어 발만 동동 구르는 입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중주차 문제는 건축된지 오래된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춘천지역 한 아파트는 지상 주차장 없이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다. 이 같은 아파트의 경우 주차대수 여유가 있지만, 지하 3층은 항상 절반 가까운 주차면이 비어 있다.

    하지만 지하 1층은 사정이 다르다.

    지하 1층은 일부 입주민들의 이중주차와 주차금지 구역 주차차량로 점렴된지 오래다. 입주민들이 편의를 위해 지하 2~3층으로 내려가지 않고 가까운 지하 1층에 이중주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방송과 안내문으로 주차구역에만 주차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때론 귀찮다며 이중주차와 금지구역에 주차하는 주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내에서는 이중주차된 차량이 원인을 제공하는 접촉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시민 B(33·석사동) 씨는 “차량의 범퍼 한쪽이 긁혀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이웃 주민이 이중주차된 차량을 밀다 접촉사고가 난 것을 확인했다”며, “차량이 긁힌 것보다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은 것에 더 화가 났다”고 아쉬워했다.

    아파트의 이중주차는 심각한 사고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화재 발생 시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1일 새벽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소방차전용구역이 확보되어 있어 소방대 출동 30분만에 진압됐다. (사진=강원소방본부 제공)
    지난 4월 11일 새벽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소방차전용구역이 확보되어 있어 소방대 출동 30분만에 진압됐다. (사진=강원소방본부 제공)

    국내에서 가장 많이 운용되는 소방차는 길이 8m, 너비 2.5m로 일반 차량보다 크다. 하지만 주차공간이 부족한 아파트들은 간신히 일반 차량 한 대만 지나갈 정도만 공간만을 남기고 이중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소방차의 진입이 쉽지 않다.

    주차가 금지된 소방차전용구역과 소화전 주변에 주차된 차량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소방차의 진입과 통행 방해는 재산뿐만 아니라 대규모 인명피해도 발생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파트들의 주차난이 법령의 미흡에 따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아파트 주차장 설치기준을 최소 세대 당 1대(세대당 전용면적 60㎡ 이하의 경우에는 0.7대) 이상이 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세대당 주차대수 1대의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또 세대 당 주차대수가 1대 이상 되도록 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도 지난 1996년 6월 8일 개정된 것이다. 이미 25년이 넘은 규정으로, 현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춘천소방서 관계자는 "아파트는 특히 다수의 사람들이 거주 하고 있기 때문에 화재발생시 초기 진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나와 내 이웃이 함께 사는 공동 주택인 만큼 모두의 안전을 위해 구급차량과 소방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진입로 만큼은 반드시 확보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소방기본법에는 '누구든지 공동 주택내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에 차를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는 방해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어길시 1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도 있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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