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공공배달앱] 1. ‘예산·행정력 낭비, 저조한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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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면받는 공공배달앱] 1. ‘예산·행정력 낭비, 저조한 실적’

    • 입력 2021.07.26 00:02
    • 수정 2021.07.27 19:04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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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공공배달앱’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대형 민간배달앱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자영업자들의 수수료·광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가 무색할 만큼 편의성, 기술, 콘텐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족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인 공공배달앱 시장 속 강원도 공공배달앱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지난해 4월 배달시장 1위 앱인 ‘배달의민족’ 수수료 정책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되며 많은 자영업자와 충돌을 빚었다. 그러자 정부 차원에서 광고비, 중개 수수료 등이 없거나 혹은 저렴한 공공배달앱을 제작하자는 의견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제기됐고 여러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수렴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현재 군산시 ‘배달의명수’,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 경기도 ‘배달특급’, 거제시 ‘배달올거제’, 진주시 ‘배달의진주’ 등 전국적으로 20여개의 공공배달앱이 운영되고 있다. 또 대구시 ‘대구로’가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전주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공공배달앱 개발을 위한 실시설계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 역시 공공배달앱 열풍에 편승, 지난해 12월 공공배달앱을 동시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해 ‘반짝 인기’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와 춘천시 공공배달앱 ‘불러봄내’ 모바일 화면. (사진=각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와 춘천시 공공배달앱 ‘불러봄내’ 모바일 화면. (사진=각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도·시 중복 운영’ 현실화된 예산 낭비
    춘천시가 강원도내 지자체 최초로 출시한 공공배달앱 ‘불러봄내’를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서비스 종료하겠다는 의견을 지난 4월 밝혔다. 춘천시를 제외한 도내 나머지 17개 시·군이 강원도에서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 ‘일단시켜’에 동참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며 독자적으로 앱 운영을 지속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운영 4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앞서 춘천시는 ‘불러봄내’ 앱 개발에 1억5000만원, 1년 운영에 2억3000만원 등 약 4억원에 달하는 용역비를 편성했지만 서비스 종료를 예고한 ‘시한부’ 운영으로 혈세와 행정력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공공배달앱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발·출시됐을 때 “같은 목적과 기능의 앱이 도에 두 개나 있을 필요가 없고 이는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춘천시청 고주경 주무관은 “올해 12월31일까지만 앱을 운영하고 종료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시켜’와 통합하는 과정은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불러봄내’를 운영하고 있는 외주 업체와도 계속 이야기 중이다”며 “앱 통합 방법에 관련해 결정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타지역 사례로는 전라북도가 지난해 6월 광역단위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했지만 전북 군산시가 같은 해 3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출시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의 안착과 도농복합지역 특성상 배달앱 사용량이 저조할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철수했다.

    ▶ 강원배달앱 가입율 6.5%…저조한 실적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는 속초와 정선을 시작으로 강릉, 동해, 태백, 삼척으로 배달지역을 확장해 현재 총 6개 시·군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 원주, 횡성, 영월은 지난 5월부터 가맹점을 모집해 지난 20일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도내 모든 시·군으로 배달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은 타지역 공공배달앱과 비교해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강원도와 전북 군산시의 공공배달앱 현황 비교 (그래픽=서충식 기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속초, 정선, 강릉, 동해, 삼척, 태백의 음식점 수는 1만8419곳이며 이중 기타음식업(구내식당·고속도로휴게소), 뷔페, 유흥주점을 제외한 공공배달앱에서 취급하는 카페/디저트, 한식, 분식, 중식 등 15개 업종의 음식점 수는 1만5858곳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앱 출시 6개월이 지난 올해 6월 기준 6개 시·군(속초, 정선, 강릉, 동해, 삼척, 태백)의 ‘일단시켜’ 가맹점은 2300여개로 14.5% 가맹률을 보였고 앱 가입 회원은 3만4000여명으로 6개 시·군 인구수(52만6481명) 대비 6.5%의 가입률을 보였다. 동 기간 누적 주문 수는 2만2500여건이었으며 매출은 5억3300여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군산시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가 운영 7개월 동안 인구수 26만8025명(20년 9월 기준) 대비 41.2%인 11만500여명의 회원, 지역 내 공공배달앱 취급 음식점 4590곳(20년 9월 기준) 중 23.0%인 1060여곳의 가맹점을 모집했고 9만9900여건의 누적 주문, 51억여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체 “쿠폰 뿌릴 때만 ‘반짝’”
    ‘일단시켜’ 앱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수수료를 절감해주고 회원들에게는 지역화폐 사용과 다양한 쿠폰 혜택을 준다는 특·장점을 내세워 출시됐다. 하지만 이벤트를 통해 쿠폰을 줄 때만 혹은 지역화폐를 소비하는 용도로 앱을 이용하고 불편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실효성은 낮다는 것이 업체와 고객의 목소리다.

    ‘배달의 민족’과 ‘일단시켜’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강릉 입암동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A대표는 MS투데이와 통화에서 “'일단시켜' 주문량은 배민(배달의 민족) 주문량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두 앱은 비교 불가하다”며 “'일단시켜'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보면 강원상품권이나 특정 요일에 이벤트를 통해 받은 쿠폰 사용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한 이용자는 “메뉴 사진이 없어서 다른 배달앱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주문했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동참은 힘들 것 같다”고 ‘일단시켜’ 앱 리뷰를 남겼으며 이외에도 여러 회원이 “대관령에 거주하는데 강릉과 정선에 있는 업체에서 배달 가능하다고 뜬다”, “리뷰를 남길 때 휴대폰 번호가 노출돼 선플(긍정적 리뷰) 아니면 달기 힘들게 돼 있다” 등의 불만 섞인 후기를 남겼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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