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리고 공간] 1. 쇠퇴한 동네 살리는 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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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그리고 공간] 1. 쇠퇴한 동네 살리는 비책

    • 입력 2021.07.17 00:02
    • 수정 2021.07.26 11:3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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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춘천에서는 문화와 접목한 도심 공간들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과 함께 춘천이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역 내 낙후돼 있는 공간이 문화와 결합해 탈바꿈한 춘천 내 공간과 타 지역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례들을 2편에 걸쳐 문화를 중심으로 조명한다. <편집자>

    ■낙후된 동네, 문화적 가치 창출에 ‘해답’

    춘천 봉의산 서편 자락에는 ‘기와집골’이 있다. 관료와 중산층이 살았던 기와집골은 드라마 ‘겨울연가’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04년부터는 하루 평균 600여 명이 찾았다. 그러나 산업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낡고 쇠퇴해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동네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는 지상 26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착공에 들어간다.

    이 같이 사회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등 물리적으로 환경을 고쳐나가며 도시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해를 거듭하면서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경제, 환경적인 부분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기며, 종합적인 비전과 행동을 불러오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됐다.

     

    춘천 봉의산 서편 자락에 위치한 ‘기와집골’의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봉의산 서편 자락에 위치한 ‘기와집골’의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또 지역간 경쟁에서 문화적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지방의 문화도시화는 가속화 되고 있다. 문화도시 건설 초기에는 문화재, 관광 등 볼거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되살려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문화의 가치’ 부각 원인은 산업구조 재편

    문화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예로 들어 ‘공무원의 도시’로 불리는 춘천은 제조업이나 산업이 주가 되는 도시가 아닌 만큼 타 산업도시에 비해 시민들이 느끼는 시간적 여유와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노동시간을 제외한 잉여시간을 문화나 여가 활동으로 보내는 환경을 불러온다.

    춘천은 ‘축제의 도시’답게 자발적으로 문화활동을 해오던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또 뛰어난 자연환경이 주는 영감과 정서적 안정감 등이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산업구조의 재편도 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됐다”며 “이는 지역발전도 공장을 짓거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식의 방식이 아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의 일들도 인공지능(AI)이 맡아서 하게 된 것처럼 탈인간화가 된 상황에서 관계와 소통, 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화가 매개활동이 되고, 이는 곧 지역사회의 문제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문화도시는 ‘관광·생활·문화기반’ 유형

    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는 저서 ‘문화도시’에서 한국의 문화도시를 관광기반, 생활기반, 문화기반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중에서도 생활기반 문화 공간도시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과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문화 기반의 지역공동체의 경우 ‘월선리 예술인촌’을 각각 선정했다.

     

    빈집이었던 주택을 리모델링 해 만든 효자동의 복합문화공간 ‘모두의 살롱’ 전(왼쪽)과 후의 모습. (사진=춘천문화재단)
    빈집이었던 주택을 리모델링 해 만든 효자동의 복합문화공간 ‘모두의 살롱’ 전(왼쪽)과 후의 모습. (사진=춘천문화재단)

    철거 예정지였던 통영 동피랑에는 동포루만을 복원한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2007년부터는 민간단체 주도로 예술가들이 모여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이 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인근에 위치한 ‘서피랑’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지난해 10월 통영에는 동피랑과 서피랑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라는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해 탄생한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 ‘디피랑’이 조성됐다. 디피랑은 개장 7개월 만에 누적 관람객 수 10만명을 넘기며, 코로나19 악재 속에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유 교수는 저서를 통해 “동피랑과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오랜 세월과 함께 한 사람들의 정취와 소통이 존재한다”며 “여기에 새로운 문화공간 활용이 더해지며 과거, 현재, 미래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외부와 토착민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도시의 사례로 전남 무안의 월선리 예술인촌을 언급했다. 다른 마을과 다를 바 없이 쇠퇴하던 이곳이 활기를 띠게 된 건 마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전통문화나 자원 발굴에 나서면서 부터다.

    마을은 김문호 도예가가 입주를 시작한 뒤 20여 명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방을 조성하고 거주하는 터를 잡으면서 활성화 됐다.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 활동과 함께 부녀회, 청년회로 활동하면서 주민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들은 물론 축제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월선리는 한 때 연간 5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동네로 탈바꿈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예술촌 형태는 예술인의 순수한 작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만 있을 뿐 외부와의 교류는 거의 부재하다”며 “월선리 예술인촌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문화도시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평가했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지속가능성’

     

    (사진=신초롱 기자)
    효자동 낭만골목 벽화마을. (사진=신초롱 기자)

    통영 동피랑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2년 춘천 효자동 1.23㎞ 구간에는 낭만골목 벽화마을이 조성됐다. 낭만골목이 벽화로 채워지기 전까지는 재개발 지연으로 슬럼화 돼 시민들도 찾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동네였다. 벽화가 완성된 후에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으면서 입소문을 타 여러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방문객들과 조우한 벽화는 수정과 보완을 거듭한 끝에 선명한 빛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찾는 이들이 줄어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유승호 교수는 “벽화마을을 예로 들면 ‘벽이 비어있네? 벽화를 그리자’는 식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생각에 그치기보다는 ‘공간’을 둘러싼 거리와 주변의 네트워크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직관적이고 단순한 생각들이 문화사업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효과가 미미한 경우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공간을 내버려두지 않고 문화와 접목시켜 무언가를 해보려는 시도는 좋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점에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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