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불공평하다] 3. 폭염 처방은 작은 ‘관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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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은 불공평하다] 3. 폭염 처방은 작은 ‘관심’부터

    무관심이 폭염 피해 키워
    집, 농장에서 피해 최다 발생
    냉방용품 지급 등 공동체 대응 주목

    • 입력 2021.07.16 00:01
    • 수정 2021.07.23 18:05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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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폭염을 경험하는 한 공동체 내에서도 유독 큰 피해를 받는 계층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지 그들이 냉방비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혹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 있어야만 해서일까.

    '폭염 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폭염이 낳는 불평등의 원인을 개인의 경제력에서만 찾지 않았다. 오히려 재난 불평등의 본질적 원인으로 같은 공동체 내에 있는 이웃, 친구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꼽았다.

    그 근거로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연령, 빈곤율, 독거 가정 비율이 비슷한 미국 시카고 인근 두 지역의 폭염 사망자 발생률을 비교했다. 두 지역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슷함에도 불구,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률에서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두 지역의 피해 정도를 가른 건 바로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통과 관심이었다.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사망 발생률이 월등히 높았던 지역은 높은 범죄율로 이웃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만연했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단절되는 동안, 폭염에 쓰러지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타인과 단절될수록 폭염 피해↑
    폭염 피해 문제는 용광로 같은 불볕더위가 아니라, 폭염에 취약한 구성원들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무관심’일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MS투데이가 국립재난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원지역에서 1997~2018년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 중 70.4%가 ‘병원 밖’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조차 받지 못한 셈이다.

    특히 타인과 단절된 공간이 유독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밖 사망자 중 농장과 주택 안에서 사망한 도민들은 40.7%로 가장 많았다. 도로(11.1%), 상업 및 서비스시설(7.4%), 산업장(3.7%)이 뒤를 이었다. 냉방을 위한 물질적 지원 이외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원지역 여름철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 장소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지역 여름철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 장소.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 기후대응부터 취약계층 지원까지
    환경부와 기상청은 지난해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추세로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폭염 일수는 2020년 기준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연간 35.5일로 3.5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 피해가 매년 심각해지자 지자체들도 폭염을 완화하기 위한 늦게나마 이상기후에 대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 4월 ‘탄소 중립 도시’를 선언했다. 오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일치시켜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했다. 1억 그루 나무심기, 열섬현상 완화를 위한 도시 숲 조성, 자원순환 교육, 친환경 이동수단 확대 등을 탄소 중립을 위한 춘천시의 전략으로 언급됐다. 

    기후대응 정책이 폭염 완화를 위한 공동체의 장기적인 대응이라면, 단기적으로 시민들의 무더위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춘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그늘막’은 잠깐이지만 불볕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피난처다. 춘천시 안전총괄담당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지역에 설치된 그늘막 수는 모두 179개다. ‘무더위쉼터’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춘천시는 시청, 주민센터, 마을회관 등 125개의 장소를 무더위쉼터로 지정했다. 시민들이 폭염을 피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폭염 속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한 ‘환승센터’도 설치됐다. 환승센터는 기존의 버스 정류장과 달리 냉·난방기는 물론 정수기와 TV까지 설치돼있어 시원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다. 춘천시 대중교통과 유상원 주무관은 “버스 배차간격이 긴 춘천 외곽에서 교통 환승을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12곳의 환승센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냉·난방기, CCTV, 공기 정화 장치 등이 설치된 ‘스마트 버스 정류장’도 추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20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폭염 속 환승센터를 이용 중인 춘천시민. (사진=MS투데이 DB)
    폭염 속 환승센터를 이용 중인 춘천시민. (사진=MS투데이 DB)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춘천시의 지원도 눈길을 끈다. 춘천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냉방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냉방 용품을 지원했다. 기초수급자, 차상위 계층, 중위소득 120% 이하의 저소득층 288가구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춘천시 복지국 위효종 주무관은 MS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가구별 선호하는 냉방용품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한 뒤 선풍기, 여름 이불, 서큘레이터 등의 냉방용품 지원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냉방용품 지급이라는 일회성 지원으로 그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위효종 주무관은 “현재로서는 냉방용품 지급 외의 취약계층에 대한 폭염 복지사업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끝>

    [정원일 기자 one1@mstdo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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