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춘천 공직사회, 명예훼손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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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재구성] 춘천 공직사회, 명예훼손 내홍

    세금으로 산 선물세트 공무원들에게 나눠주다 징계
    내부 게시판에 ”패널티 피하려던 것“ 억울함 호소
    제보자로 동료 공무원 언급, 명예훼손으로 벌금형

    • 입력 2021.07.15 00:01
    • 수정 2021.07.17 06:50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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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춘천지역 공무원 A 씨는 지난해 써야 할 항목이 정해져 있는 예산으로 설 선물세트를 구입해 동료들에게 나눠줬다. 이후 A씨는 내부 감사에 적발, 징계를 받았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 B‧C‧D씨의 제보로 내부 감사가 시작됐다고 생각한 A씨는 이 사실을 동료 공무원들에게 알리겠다고 마음 먹는다.

    A씨는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게시판에 ‘신속집행 적극행정에 대한 징계를 받으며’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여기에서 A씨는 ”우리 부서가 패널티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예산을) 집행한 것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내부 감사를 받는 도중 동료 C씨와 D씨, 또 다른 공무원 B씨가 친분이 있는 감사실 직원에게 (나의 문제를) 제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D씨는 측근과 야합해 나를 고발하고, 그에 따른 승진을 약속받은 것인지 공공연히 본인이 6월에 승진한다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글을 본 B‧C‧D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A씨를 고소했다.

    재판정에 선 A씨는 ”신뢰하는 다른 공무원들의 말을 듣고 글을 작성한 것으로 내용 자체가 허위라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방의 목적이 없었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글을 게시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법원이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를 살펴본 결과, A씨가 작성한 게시글 중 피해자들에 대한 사실은 모두 허위로 판단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원들 사이에서 고기 선물세트가 돌고 있는 것 같다’는 C씨의 사전적인 정보 제공으로 내부 감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B씨와 D씨가 여기에 개입했다거나 C씨와 함께 관련한 내용을 이야기한 사실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게시글에서 ‘C씨와 D씨가 친분이 있는 감사실 직원에게 제보해 조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썼다“며 ”또 ‘나를 대변해줘야 할 노조가 조합원을 배신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며 B‧C‧D씨가 긴밀하게 내통하고 감사실에 제보한 것처럼 적었다“고 부연했다.

    A씨가 스스로 작성한 글의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A씨는 지인의 말과 자신의 추측 등에 기초해 게시물을 작성했으면서도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A씨가 해당 내용을 진실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가에 대해선 ”게시글의 전체적인 내용과 사용한 문구, 표현방법 등을 보면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부장판사는 ”이 게시물로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고, A씨는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면서도 ”게시물을 스스로 삭제한 점과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피해자 D씨는 재판 도중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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