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단수·탁수 피해 4일째...우왕좌왕 행정에 시민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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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단수·탁수 피해 4일째...우왕좌왕 행정에 시민 불만 고조

    9일 소양취수장 밸브 연결부위 파손
    시, 사고 발생 3시간 넘어 시민에 단수 통보
    남면, 남산면 등 외곽지역 나흘째 단수
    수돗물 공급 재개 이후에도 탁수 피해

    • 입력 2021.07.13 00:01
    • 수정 2021.07.16 13:2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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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소양취수장의 시설물이 파손, 지난 9일 춘천 전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사고 나흘째인 이날까지도 남산면, 서면, 남면, 신동면 등에서 단수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공급이 재개된 이후에도 탁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우왕좌왕 행정...늦어진 안전문자
    지난 9일 오전 11시쯤 소양취수장 밸브 연결부위가 파손돼 전체 5개의 펌프 가동이 중단됐다. 1400㎾로 하루 8만㎥를 처리하는 가장 큰 취수 펌프의 나사 부위에서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는 당초 배수지 예비물량 소진 시점을 오후 2시로 예상했다. 그러나 용산취수장 관할 구역인 서면, 신사우동, 신북읍 일부를 제외한 춘천전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안전안내문자를 오후2시25분이 돼서야 발송했다. 이미 오후 2시부터 단수가 시작됐으나 30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야 시민들에게 알린 것이다.

    지난 9일 춘천시에서 보낸 단수 관련 재난안전문자.
    지난 9일 춘천시에서 보낸 단수 관련 재난안전문자.

    초기에는 복구 2시간, 생산 3시간, 공급라인 3시간 등 긴급복구에 8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히며 당일 오후 11시쯤 정상적인 물 공급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취수장과 거리가 먼 외곽지역의 경우 4일이 지나도록 단수로 불편을 겪었다.

    춘천시는 단수 3일째인 지난 11일이 되어서야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단수 복구 진행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칠전가압장에서 남산가압장으로 수돗물을 보내고 있는 과정으로, 한치고개 밑에 위치한 남산 배수지에 물이 채워지면 남면 방향과 강촌리 방향으로 배분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전체 통수 완료 시점은 12일 오후 6시로 예상된다는 점도 11일 오후 늦게 고지했다.

     

    소양정수장 처리 공정도. (사진=안수영 기자)
    소양정수장 처리 공정도. (사진=안수영 기자)

    앞서 9일 “초기 수돗물 사용 시 탁수 및 이물질을 충분히 배출한 후 사용해달라”고 재난 문자를 발송한 이후 이튿날 “현재 가정 및 상가에서 수돗물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지대 및 원거리 수돗물 공급에 어려움이 있으니, 물을 최대한 아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는 긴급 재난문자를 다시 보낸 점도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SNS와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서는 “시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는 것이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에 대해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10일 아침 안정적인 물 공급이 시작되고서도 여전히 탁수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이었다”며 “가정마다 물을 틀어놓는 등 시내에서 수도 사용량이 많다 보니 칠전, 남산, 남면 배수지까지 물 공급이 안되는 상황이어서, 물 사용을 자제하면 원거리 지역에도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 그렇게 말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단수, 탁수 관련 긴급 기자회견 중인 이재수 춘천시장. (사진=안수영 기자)
    단수, 탁수 관련 긴급 기자회견 중인 이재수 춘천시장. (사진=안수영 기자)

    가동을 멈춘 소양취수장의 일일 취수 용량은 15만5000㎥로 용산취수장(5만8300㎥)의 2.8배에 달하는 규모다. 강남동 일부, 석사동, 효자동, 퇴계동, 후평동, 신북읍 일부, 동면, 동산면, 동내면, 신동면, 남산면, 남면 등이 소양취수장 급수구역이다.

    12일 오전 8시 기준, 남산면 수동리, 창촌리, 방곡리, 강촌리, 백양리, 서천리와 서면 당림리, 안보리, 남면 후동리, 발산리, 추곡리, 가정리, 신동면 혈동리 등에서 단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수 시장은 “남산면과 서면은 오후 6시, 남면은 자정이면 수돗물 정상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단수, 시민 불만 고조
    소비 활동이 활발한 금요일 오후 갑작스러운 단수 사태가 발생, 수돗물 공급 재개 이후에도 주말 동안 탁수 현상이 나타나자 자영업자를 비롯한 춘천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퇴계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병수(40) 씨는 “금요일 저녁 매출액이 가장 많은데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며 인근 마트에서 생수를 구입, 영업 준비에 나섰다. 식당, 카페 외에도 수영장, 미용실, 치과 등 수도 사용이 잦은 업종을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졌다.

     

    수돗물 녹물 문제를 겪은 석사동 현대3차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10일 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독자 제공)
    수돗물 녹물 문제를 겪은 석사동 현대3차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10일 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독자 제공)

    춘천시는 단수지역에 대해 생수를 공급하고 소방서 살수차 등을 동원해 생활용수 지원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고 당일인 9일 오후 11시 소양취수장에서 밸브를 열고 공급을 재개했으나, 단수 기간 동안 수도관에서 빠진 물을 완전히 보강하고 배수관에 들어간 공기를 빼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며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정상적인 수돗물 공급이 늦어졌다.

    녹물 등 탁수가 발생, 수돗물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각종 SNS에서 회자된 ‘파란색 물’은 일반 철관에서 나타나는 녹과 같은 현상으로, 동관에서 발생했다.

     

    수돗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이 촬영한 세면대와 샤워기 필터 모습. (사진=독자 제공) 
    수돗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이 촬영한 세면대와 샤워기 필터 모습. (사진=독자 제공) 

    ■수돗물 관리, 향후 계획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재수 춘천시장은 “수돗물은 시민 생활,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시민들께 큰 불편을 끼쳤다”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춘천시는 탁수 발생에 따른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질안정화위원회를 구성, 수질 분석과 관리, 안정화 대책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거점별로 수질 검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수돗물의 안정화 상태를 관리하고 있으며, 향후 사고원인 분석과 대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소양취수장과 소양정수장 배관 설비 부품을 안정적으로 비축하고, 상수도 전 과정에 센서를 설치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는 비상시기에 사용된 수돗물에 대해 1차 보상을 하겠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다. 다만, 보상 기준과 시점, 내용 등에 대해서는 피해 상황 접수 후 기준을 세워 보상 계획을 꾸릴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공급되고 있는 수돗물의 음용 가능 여부에 대해 춘천시는 답변을 유보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시에서 공식적으로 음용 가능한 지역이 어디인지 평가한 것은 아니다"며 "일주일 내 전문가들로 수질안정화평가단을 구성해 음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권소담·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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