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로컬푸드] 농업마이스터가 키운 춘천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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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로컬푸드] 농업마이스터가 키운 춘천 복숭아

    선주영·정명주 부부 2대째 '즐거운 농원' 운영
    21년차 베테랑 농부 선 대표, 농업마이스터 선정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 만드는 것이 목표

    • 입력 2021.07.10 00:02
    • 수정 2023.09.07 12:29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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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하면서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 지역 경제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로컬푸드’를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복숭아는 달콤한 맛과 풍부한 수분을 자랑해 수박, 참외와 함께 여름철 대표 과일로 불린다. 털이 없는 천도복숭아, 과육이 하얀빛을 띠는 백도 복숭아, 노란빛을 띠는 황도 복숭아, 납작한 모양의 납작 복숭아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무르기에 따라서도 딱딱한 복숭아, 물렁한 복숭아로 나눌 수 있어 한때 ‘딱복vs물복’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복숭아 취향을 나누는 것이 이슈되기도 했다.

    춘천은 원주와 함께 강원도의 복숭아 주산지로 꼽힌다. 본격적으로 수확이 시작되는 7월 초, 복숭아 농장 운영에 관한 얘기를 듣기 위해 춘천시 동내면의 ‘즐거운 농원’을 찾았다.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운영되고 있는 즐거운 농원의 선주영(46)·정명주(43) 대표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춘천 ‘즐거운 농원’ 선주영·정명주 부부가 수확 중인 복숭아를 들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 ‘즐거운 농원’ 선주영·정명주 부부가 수확 중인 복숭아를 들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가업 이어 21년째…이제는 베테랑 농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선 대표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농사를 지어보겠냐”는 아버지의 제안에 고민했다. 당시 선 대표는 연애 중이던 정 대표와 결혼시켜주면 같이 농장 운영을 하겠다는 조건을 내밀었고 아버지는 이를 수락했다. 2000년도부터 농장 운영을 시작한 이들은 올해 21년 차 베테랑 농부가 됐다.

    1만9800㎡(6000여평) 규모의 즐거운 농원에는 450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심어져있다. 2명이 관리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판단해 그중 6600㎡(2000여평)은 유목(1~2년생의 어린 나무)을 키우는 데 사용한다. 1년에 최대 12t의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지만, 자연재해에 취약해 수확량이 매년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2015년에는 우박으로 인해 80%의 나무가 망가지기도 했고, 지난해는 비가 많이 내려 병해와 낙과가 심했다.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가 복숭아 수확 기간이지만, 관리는 일 년 내내 필요하다. 2월부터 3월까지는 가지를 솎아주거나 잘라내는 전정 작업을 하고 3월부터 4월에 꽃이 피기 전까지는 꽃눈을 솎아준다. 꽃이 피면 꽃을 솎아주는 적화 작업을 해야 하고 꽃이 지고 열매가 생기면 열매를 솎아주는 적과 작업을 한다. 적과 작업이 끝나면 복숭아에 봉지를 씌워준다. 봉지를 씌우는 이유는 병해충 방지, 열에 의한 갈라짐 방지 등이 있다. 수확 10일 전에 봉지를 벗겨 햇빛을 보여주면 빨갛게 잘 익은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다. 이외에도 풀을 깎는 등 지속적인 농장 관리가 필요하다.

     

    빨갛게 익어가는 복숭아. (사진=배지인 기자)
    빨갛게 익어가는 복숭아. (사진=배지인 기자)
    갓 수확한 복숭아. (사진=배지인 기자)
    갓 수확한 복숭아. (사진=배지인 기자)

    ▶교육농장, 체험농장으로 지역주민과 함께해
    대표 부부는 복숭아 재배뿐만 아니라 교육농장, 체험농장 등을 운영하며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4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하는 농촌교육농장에 즐거운 농원이 선정돼 초등·중학생의 교육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다. 2019년부터는 홍천농업고등학교의 현장실습 농장으로 선정돼 매달 1~2회씩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즐거운 농원은 교육농장으로서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특이한 작물도 고려했다. 이에 도넛 모양의 납작 복숭아를 3년 전부터 시험재배 중이며, 지난해는 많은 비로 낙과돼 수확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기대 중이다. 또 일반사과와 미니사과, 체리 나무 등도 식재했다.

    선 대표는 2019년 농업마이스터로 선정됐다. 농업마이스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전문농업경영인으로 1차 필기, 2차 역량평가, 3차 현장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선 대표가 응시한 제4회 농업마이스터 지정시험에는 전국에서 총 336명이 응시해 44명이 선정돼 13.1%의 합격률을 보였다. 선 대표는 “교육농장만으로는 미래 주인인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한계를 느껴 농업마이스터를 지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농장으로 연락해 복숭아 수확체험을 하러 오는 시민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수확 후 가져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재배하고 어떻게 가공할 수 있는지 등 차별성을 두고 체험을 운영한다.

    ▶즐기면서 농사짓는 목표 담아 ‘즐거운 농원’ 개명
    그럼에도 선 대표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교육보다는 농업이다. 교육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본업인 농사에 지장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모토는 ‘즐기면서 농사짓자’다. 정 대표는 “남편과 나 둘 다 다 아팠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생각이 많이 바뀌어 즐기며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농장의 이름도 ‘즐거운 농원’이 됐다. 선 대표의 아버지가 농장을 운영했을 때는 대룡산 밑에 있다는 의미로 ‘대룡농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대표 부부가 아프고 난 후 힘들게 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는 뜻을 담아 ‘즐거운 농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즐거운 농원은 시험재배 작물까지 합하면 총 18가지 종류의 복숭아 등을 재배하고 있다. 소양강물을 머금어 풍부한 과즙과 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즐거운 농원의 복숭아들은 농협 등을 이용한 계통출하나 네이버 스토어팜, 블로그 등을 이용한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또 오는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신북샘밭장터 일원에서 열리는 복숭아 축제에서도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향후 계획을 묻자 선 대표는 “큰 욕심 없이 지금 있는 나무들만이라도 잘 유지하고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사는 하늘에 맡긴다는 말처럼 날씨의 영향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정 대표는 “사람들이 농장에 와서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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