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불공평하다] 1. ‘고질병’ 폭염 피하자니 전기료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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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은 불공평하다] 1. ‘고질병’ 폭염 피하자니 전기료 폭탄

    춘천 지난 30년 간 뜨거워졌다
    '고질병' 폭염···인명피해 심각한 수준
    기온과 함께 오르는 전기료···더 오를 수도

    • 입력 2021.07.14 00:01
    • 수정 2021.07.23 18:05
    • 기자명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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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폭염을 불공정하다. MS투데이는 폭염과 경제의 관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믿었던 ‘날씨’에 소외되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위한 구제방안 등에 대해 총 3편에 걸쳐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춘천의 폭염은 어쩌다 한 번 오는 ‘불청객’ 수준이 아니다. 매년 여름 시민들을 괴롭히는 ‘고질병’을 넘어 ‘풍토병’이다. ‘춘프리카(춘천+아프리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다.

    춘천의 폭염은 단순 체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춘천의 여름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기상청의 기후통계분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0년간 춘천의 평년 최고 기온, 최저기온, 연평균기온 모두 상승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여름, 춘천의 평균기온과 최고 기온은 30년 전보다 모두 2도 이상 올랐다. 춘천의 지난 1980년 여름 평균기온은 22.3도, 최고 기온은 33.2도였던 반면, 지난해에는 평균기온 24.7도, 최고 기온 36.4도를 기록했다.

    특히 춘천의 여름은 전국의 역대 최고 기온도 갈아치우기도 했다.

    무더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렸던 지난 2018년 8월, 춘천(북춘천)의 낮 기온은 40.6도까지 오르면서 70년 이상 최고 기온 1위를 유지해 오던 대구(40.0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에는 기온이 36.4도까지 치솟으며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 기온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늘막에서 무더위를 피하고 있는 춘천지역 노인들 (사진=MS투데이 DB)
    그늘막에서 무더위를 피하고 있는 춘천지역 노인들 (사진=MS투데이 DB)

    ■무더위 ‘NO’, 폭염은 ‘재난’
    매년 여름 국민들을 괴롭히는 폭염이 우리나라에서 ‘재난’으로 규정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폭염은 태풍이나 지진 등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재난으로 인식되기보다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무더위’ 정도로 인식됐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냉·난방조차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 논의가 여름철 냉방 지원에 비해 겨울철 난방 지원에 치중돼 있었던 점도 이 같은 인식의 단편적인 사례다.

    실제로, 정부에서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해왔던 ‘에너지 바우처’ 사업은 지난 2019년에서야 뒤늦게 여름철 냉방비 지원을 시작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방심’하는 사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본지가 분석한 국립재난연구원의 자료에는 전국의 온열 질환 사망자 수의 경우 지난 1997년부터 2018년까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1997~2007년 사이 연평균 온열질환사망자 수는 18.8명이었지만 2008~2018년 44.8명으로 두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역대급 폭염이 닥쳤던 지난 2018년에는 한 해에만 145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년 전인 1998년(4명) 대비 35배가 넘는 수치다.

     

    최근 온열질환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최근 온열질환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태풍이나 홍수 등 다른 기상 재해들과 비교해도 폭염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압도적이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지난 2012년 우리나라의 태풍, 홍수, 폭염을 비롯한 모든 기상 재해로 발생하는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폭염 사망자 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폭염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온열 질환으로 140명 이상의 사람이 숨졌던 지난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재난'에 폭염이 추가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자연재해대책법’ 제3조에 폭염 조항이 신설되면서, 폭염 피해 예방이 국가 차원의 책임임을 명시했다.

    ■기온과 함께 올라가는 전기요금
    모두가 폭염을 싫어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을 반가워하는 업종도 있다. 전력업계가 대표적이다.

    본지가 한국전력통계 자료를 살펴 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춘천시의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총 3894만㎾h 수준으로, 3개월 전인 같은 해 5월(3216만㎾h) 대비 20%정도 증가했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주택의 전기료 부담도 가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춘천시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모두 36억 7300만원 수준으로 동년 5월 대비 13.2%가량 늘었다.

    춘천 지역은 강원지역 내에서도 여름철 가구의 전기 사용량과 전기료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전력 빅데이터 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춘천시의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은 2만2818원으로 강원도 내 행정구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도내에서는 속초(2만 2403원)와 강릉(2만 2062원)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춘천시의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도 242.4㎾h로 도내에서 2번째로 높았다. 가장 전기 사용량이 높은 지역은 속초시로 가구당 평균 244.6㎾h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이 기온과 함께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전기료도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달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발전에 필요한 연료비 상승 등 요금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어려움을 고려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현재와 같은 연료비 상승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번 달부터 전력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적용되는 할인혜택이 반토막 난 점도 서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다.

    정부는 7월부터 200㎾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에 적용하던 필수사용공제 할인액을 기존의 월 4000원에서 월 2000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적은 1~2인 가구나, 고령자 가구 등은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7월부터는 더 많이 내야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전국 991만 가구의 전기요금 인상 규모를 추산했다. 

    정동영(22·퇴계동) 씨는 “확실히 과거에 비해 폭염이 찾아오는 시기가 빨라진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날이 덥지만, 냉방비 부담으로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보내는 중”이라며 “코로나19로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꺼려지는 상황에서 폭염이 심해지니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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