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숙취 해소한다고 사우나? 효과 없고 위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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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숙취 해소한다고 사우나? 효과 없고 위험해요

    • 입력 2021.07.09 00:00
    • 수정 2021.07.10 00:19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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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땀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땀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많이 담겨있죠. 그리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꽤 많아요. 우선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볼까요.

    ‘땀을 흘리는 것이 살을 빼는 데 도움을 준다?’, ‘땀을 흘리면 몸에 있는 노폐물이 빠져 나간다?’, ‘땀은 체온조절을 위한 것이다?’ 일견 맞는 듯도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틀린 질문들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운동효과를 높이기 위해 긴팔의 땀복을 입고 뛰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열량을 대량으로 소모해 지방을 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땀이 나는 것은 수분 배출을 통해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과정이지 살을 빼는 것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대부분의 칼로리 소모는 오히려 운동을 하고 난 뒤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때 천천히 진행됩니다.

    음주 후 숙취를 깨기 위해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건 어떨까요.
      
    땀을 분석해보면 99%가 물이고 미량의 염분과 미네랄이 섞여 있습니다. 철이나 망간, 마그네슘 등은 물론 해로운 물질인 납과 수은도 들어있어요. 이런 근거로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의 독소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부풀려진 내용입니다. 땀에 함유된 불순물은 극히 미량인데다 실제 인체 독소를 제거하는 기능은 오히려 간과 신장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알코올 분해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폐호흡 또는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지 땀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또 땀에 젖산이 들어 있긴 합니다만 이는 땀샘활동에 의해 생긴 것일 뿐 우리 몸의 피로물질은 아닙니다.    
     
    땀이 반드시 체온조절만을 위해 배출되는 것도 아닙니다. 긴장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에도 ‘손에 땀을 쥐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정신성 발한’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식은땀이죠. 또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이마나 코 주변에 송글송글 솟는 땀도 있어요. 이를 ‘미각성 발한’이라고 해서 더울 때 나오는 ‘온열성 발한’과 구별합니다.

    땀에는 흥미로운 과학도 많이 존재합니다. 우리 몸의 땀샘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체온조절을 위한 ‘에크린샘’입니다. 대충 200만개에서 300만개가 온몸에 분포돼 있다고 해요. 그런데 땀샘이라고 모두 땀을 분비하는 것도 아닙니다. 활화산과 휴화산처럼 땀을 분비하는 ‘활동땀샘’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기능을 하지 않는 ‘휴식땀샘’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활동땀샘 수가 많다고 합니다. 활동땀샘 수는 어릴 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지요. 더운 환경에서 자랐다면 활동땀샘 수가 많고, 추운환경에선 반대 현상이 나타난답니다. 물론 땀이 별로 나지 않던 사람도 사우나나 운동을 자주 하면 휴식땀샘이 활성화 돼 땀 배출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땀은 유전적인 체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대사가 활발하고, 열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리는 가계력이 있는 것이지요. 

    또 다른 땀샘은 체취를 내는 ‘아포크린샘’입니다. 주로 털이 있는 부위에 발달돼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쪽에 존재합니다. 

    동물은 체온조절용 아크린샘이 없고, 대신 온몸에 아포크린샘이 분포돼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아무리 청결하게 관리해도 냄새가 나는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크린샘이 있는 포유류는 영장류인 인간과 일부 원숭이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인간에게 이 땀샘이 없었다면 무더위가 찾아왔을 때 개처럼 모두 혀를 빼물고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하튼 고마운 진화의 산물이지요.

    특히 남성은 여성보다 땀을 많이 흘립니다. 이는 기초대사가 높아 체온이 쉽게 올라가고, 여기에 남성호르몬이 발한을 촉진하기 때문이랍니다. 

    뚱뚱한 사람이 땀이 많은 것은 피하지방의 ‘단열효과’ 영향이라고 해요. 열이 잘 발산되지 못하니 발한량을 촉진하는 것이지요.

    땀은 인체의 중요한 생리현상이기 때문에 질병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생명과는 무관한 땀띠나 다한증에서부터 탈수로 인한 온열질환처럼 위급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수분이 고갈되면 더 이상 땀이 나지 않으면서 체온이 올라갑니다. 그 결과, 뇌가 고온을 견디지 못해 기능이 저하되고, 급기야 의식을 잃는 상태가 됩니다.

    특히 당뇨환자, 고혈압환자, 심・뇌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땀을 흘린 만큼 그때그때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어요. 수분이 부족하면 혈당치가 쑥 올라가고, 혈액이 걸쭉해져 혈관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우나에서 무리하게 땀을 빼다가 유명을 달리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땀은 하루에 600~700㎖ 분비됩니다. 더운 여름이나 운동을 할 때는 5~10ℓ까지 늘어날 수 있어요.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보통 운동 전 한두 잔, 또 중간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조금씩 나눠 마시길 권해요. 체온상승에 몸이 적응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혈압과 심박수 유지, 그리고 운동능력도 향상시킨답니다. 다만 거친 운동이나 무거운 중량을 드는 무게운동 시에는 위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반 컵 정도로 물의 양을 줄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나이가 들면 갈증을 느끼는 뇌의 반응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미리 음용하지 않으면 몸이 늘 갈수상태가 돼 신진대사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사회생활을 하기 불편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도 의외로 많습니다. 국제다한증학회 발표로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5%인 3억6500만 명이 앓고 있다고 하네요.
      
    보통 손발 다한증이 60%, 겨드랑이 다한증이 40% 정도인데, 요즘에는 약물과 보톡스 주사, 교감신경차단술까지 다양한 치료술이 나와 있으니 전문의의 진찰을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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