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4. 춘천 고교학점제 현장과 해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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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학점제] 4. 춘천 고교학점제 현장과 해외 사례

    유봉여고 2019년 춘천 첫 선도 학교 지정
    “수업 재밌다” vs “입시 걱정” 반응 엇갈려
    해외 사례, 학생들 자발적 노력 필수

    • 입력 2021.07.12 00:01
    • 수정 2021.07.26 11:36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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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교사를 꿈꾸는 유봉여고 A(17) 학생은 ‘보건 간호’ 과목을 선택해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등을 배우고 있다. 유봉여고가 지난 2019년 춘천에서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첫 선정되면서 다양한 선택과목들이 개설됐기 때문이다.

    #강원사대부고 B(18) 학생은 정기적으로 유봉여고를 방문해 수업을 수강한다. B학생은 춘천의 다른 고교 학생들과 함께 공동교육과정으로 개설된 ‘방송 일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일본 만화영화에 빠져 있는 C(18) 학생은 한림대에서 원어민 교사에게 일본어 수업을 듣는다. 고교학점제로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이 개설되면서 강원대, 한림대, 송곡대에서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에 맞춰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 일선 학교들은 각각 지역에 맞는 준비에 나섰다. 춘천에서는 유봉여고(2019년), 춘천여고(2020년), 성수여고(2021년)가 각각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이 중 우수사례로 꼽히는 유봉여고를 찾아 학사 시스템과 학교 구성원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유봉여고 학생들이 선택수업으로 배운 아두이노 코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유봉여고)
    유봉여고 학생들이 선택수업으로 배운 아두이노 코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유봉여고)

    유봉여고는 지난 2019년 춘천에서 처음으로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첫해 2000만원, 이후 매년 2500만원씩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유봉여고는 이 예산으로 선도학교 운영을 위한 교원 연수, 교육과정 개발 등의 선도학교 과제를 진행 중이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지정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이 직접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봉여고는 ‘현대문학 감상’, ‘중국어’, ‘커뮤니케이션’, ‘심리학’ 등 50여 개의 선택과목을 개설했다.

    유봉여고는 3D 프린터 8대와 레이저 커팅기 등을 갖춘 공간도 마련했다. 이 곳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위한 시설 투자도 눈에 띈다. 유봉여고는 지난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거점 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기존 방송실에 조명과 촬영 장비, 편집 장비 등을 추가하며 온라인 방송이 가능한 ‘온라인 스튜디오’로 구축했다.

    유봉여고는 이 공간과 장비를 활용해 ‘중국어’와 ‘종교학’ 등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제작하고 있다. 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유봉여고 학생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이 선택 수업으로 들을 수 있다.

    유봉여고 학생들은 선택 수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학년 박주원(18) 학생은 “선택과목들은 성적 부담이 적어서 수업을 더 즐기며 배울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직접 선택한 수업인 만큼 책임감도 생겨서 더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같은 학년 문서진(18) 학생 역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학생인데, 교과과목 이외의 다양한 흥미로운 수업들을 들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학생들도 “각자의 진로에 맞춰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심화학습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기존에는 학교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수업들이 생겼다”며 “적성에 맞지 않는 수업은 빼고 관심 있는 과목만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반면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1학년 김소연(17) 학생은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학생은 선택 수업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진로가 중간에 바뀌게 되면 입시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유봉여고 방송실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촬영중이다. (사진=유봉여고)
    유봉여고 방송실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촬영중이다. (사진=유봉여고)

    또 아직 개선할 점은 많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선택수업과 이동수업으로 공강 시간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공간 시간에 학생들이 휴식과 수업준비 등을 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필요하지만, 유봉여고는 아직 이 같은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유봉여고 관계자는 “휴게 공간 조성이 필수적이지만, 기존 유휴 교실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며 학교 건물의 증축이나 신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 해외선 어떻게 운영하나

    고교학점제는 핀란드,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독일 등 해외에서도 시행 중이다. 핀란드는 교육과정위원회가 교과목과 시간 배정 등 주요사항을 결정하고, 교육청에서 과목별 이수 기준을 정한다. 이후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각 학교에서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핀란드 학생들은 매년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참여해 개인별 학습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이 계획에 따라 각각의 과목별로 개설된 필수, 심화, 응용코스의 강의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세워진 학습계획은 끊임없이 부족한 점을 살피고 보완한다.

    고교 3년 동안 교육 학점을 모두 이수하면 자동으로 졸업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고교학점제와는 달리 핀란드의 경우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미국 고등학교 수업 모습.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고등학교 수업 모습.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은 학제가 각 주나 학교마다 다양하다. 대부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순으로 각각 ‘5-3-4’, ‘6-2-4’, ‘4-4-4’ 방식 가운데 한 가지로 운영된다.

    교과목도 영어, 수학, 외국어 등의 주요과목은 핵심공통 교육과정을 따른다. 단 기타 과목은 각 주에서 기준안을 만들어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능력에 따라 교과를 선택해 이수하며, 교육과정은 무학년제 기반의 학점제로 운영한다.

    이수할 교과목 선택은 상담자와 상담을 통해 진로와 대학 입시 교과목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다수의 선택과목을 제공하는 우리나라의 고교학점제와는 달리, 미국은 일반적으로 각 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세부과목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내신 성적은 지필 평가와 수행평가 등 다양한 평가를 통해 성취수준을 측정해 평점으로 표시한다. 졸업은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학교마다 지정된 이수학점을 이수한 후 졸업시험에 통과해야 졸업이 인정된다.

    또 미국의 학점제는 단순한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학문적·직업적 관심사와 도전정신·끈기 등의 요소도 두루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 노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끝>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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