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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2. '공부 못하는 춘천' 가속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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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2. '공부 못하는 춘천' 가속화 우려
  • 배상철 기자
  • 댓글 0
  • 승인 2021.07.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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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개설 과목 적어 입시 불리할 것
교육 질 하락, 사교육 쏠림 현상 우려
전국 교사 86.8%, 고교학점제 ‘부정적’
고교학점제 도입 찬반 조사 결과. (그래픽=박지영 기자)
고교학점제 도입 찬반 조사 결과. (그래픽=박지영 기자)

현직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진보교육연구소 등이 지난 5월 전국 고등학교 교사 11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8.9%가 ‘고교학점제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시행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답한 교사도 37.9%에 달했다. 이 같이 응답자의 86.8%가 고교학점제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고교학점제를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13.2%에 그쳤다.

⬛“다양한 학문 배울 때, 진로선택 이르다”

교사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고교학점제가 이른 나이에 진로선택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고교생은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시야를 넓혀야 할 시기인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배우기 쉬운 과목이나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춘천의 한 고교에 재직 중인 A(30) 교사는 “진로가 미리 결정된 학생에게는 고교학점제가 도움이 되겠지만, 진로를 정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 과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고교 2학년 이후 꿈이 바뀐 학생들은 더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이어 “용기를 내 중간에 진로를 바꾸려고 해도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떨쳐내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고등학교에서는 기초적인 수학능력을 키우고, 진로선택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결정해도 전혀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교육을 제공해야만 직업 전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학생들의 문해력이 심각하게 낮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한 안상태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공통과정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며 “국‧영‧수 중심 교육이 입시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과목들이 다른 교과목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교과과정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춘천지역 고교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고교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박지영 기자)

⬛“수도권과 교육격차 커질 것, 입시도 불리”

춘천 등 비수도권 교사들 사이에서는 수도권과의 교육격차가 지금보다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상태 정책실장은 “고교학점제는 학교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 학생이 어떤 고등학교에 다니는지에 따라 과목 선택의 폭을 좁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수도권처럼 교통 인프라가 발달한 지역은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선택한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강원도 읍‧면 지역 학생들에게는 언강생심”이라며 “다른 학교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이 원하는 선택과목을 수강하도록 한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허상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안 실장은 입시에서도 지역 차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근에 고교나 대학이 많아 공동교육이 수월한 수도권은 지방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이는 입시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예컨대 사범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교육학과 교육심리학 등을 미리 이수하면 유리하지만, 지방에 이런 과목까지 개설될 여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어떤 선택과목을 이수했는지 만으로도 지방고교 학생인지, 명문고 학생인지를 판별하게 될 수 있다”며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에는 지방이라는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교육부는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설해 보완하겠다는 복안이지만,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춘천지역 한 고교 B(48) 교사는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강의를 켜 두고 딴짓을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달 강원도교육연구원이 발행한 ‘코로나19 전후 강원도 중학생의 학력 격차 분석’ 보고서는 등교한 날이 많은 학교가 그렇지 않은 학교보다 중위권 학생의 비율은 높아지고, 하위권 비율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개했다.

이는 온라인 수업이 학생들의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정책 제언을 통해 학생들이 등교하고, 교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수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설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사설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교육질 하락, 결국 사교육으로 몰릴 것”

교육질 하락과 교사들의 업무부담 증가도 고교학점제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춘천권역 고교 C(41) 교사는 “교육부는 선택과목을 운영할 교사 수가 부족한 경우,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역량을 갖췄다면 이들을 채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며 “보통 한 전공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대학 4년 또는 대학원까지 6년 이상을 공부하는데, 단기간 연수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강원도는 지금도 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교학점제를 위해서 전국적으로 9만여 명의 교사가 충원돼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들을 채용할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현실을 비판했다.

고교학점제가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D(35) 교사는 “기존 교사가 최소 2~3과목, 최대 4~5과목의 수업을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전공과 관련 없는 과목까지 가르쳐야 하는데, 수업 질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학생들은 사교육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43) 교사도 “선택과목 개설로 인해 가르쳐야 하는 과목 수가 늘어나는 만큼 교사들도 준비가 필요하지만, 제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부족한 점이 많다”며 “재직 중인 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선정돼 교육학도 가르치고 있지만, 20년 전 대학 재학 중 배운 것이 전부라 수준 높은 수업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하기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한편 교사들은 공강 시간에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 부족과 담임교사가 없어 생활지도가 어렵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배상철‧남주현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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