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시되는 욕망이 그려낸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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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시되는 욕망이 그려낸 환상

    하창수 작가, 신작 ‘사랑을 그리다’ 발간
    춘화(春畫)와 금기시되는 사랑을 소재로

    • 입력 2021.07.02 00:01
    • 수정 2021.07.03 00:04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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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창수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 ‘사랑을 그리다’
    하창수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 ‘사랑을 그리다’

    “모두 태울 수 없으니 바람이 일면 다시 살아나는 것은 풀만이 아니예요. 꿈도, 사랑도, 그렇죠.”

    춘천에서 집필 활동 중인 하창수 작가가 장편소설 ‘사랑을 그리다’를 펴냈다. 유년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화가의 꿈을 가졌었던 작가는 소설로 또 다른 꿈을 이뤘다. 지난 1994년 펴낸 장편 ‘허무총’에 이어 4년 뒤 발간한 ‘그들의 나라’를 통해서다. 그는 소설에 등장하는 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분신과도 같았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사랑을 그리다’는 두 편의 소설을 펴낸 후 2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가슴에 품었던 화가의 꿈이 여전히 스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2년을 꼬박 앓으며 거듭난 소설은 심리적 갈망과 욕망을 담고 있는 ‘환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전작들이 암울한 현실 앞에서 위축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소설은 바라는 것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상상으로 넘어서려는 예술적 시도가 더해졌다.

    주인공 김상현이 백부의 딸인 상희를 연모하고, 춘화(春畫)를 그리기 시작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소설은 사회 금기에 해당하는 욕망들을 환상의 형태로 구현해 내고 있다.

    사랑이 아무리 감추고 감추어도 드러나고, 이룰 수 없다는 걸 알면 알수록 더 놓아지지 않는 존재임을 대변하듯 상현의 그림에는 순수한 사랑과 열망만이 담겨 있다. 표면적으로는 춘화지만 일반적인 성적 욕망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상현이 화폭에 담고 싶은 것은 공상과 광란, 그리고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백부의 시선에서 본 상현의 그림은 ‘남녀상열의 더러운 춘화’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은 환상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믿음 때문이고, 환상을 믿지 않는 이들 앞에서는 어리석은 심리적 일탈이나 헛된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사랑을 그리다’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고뇌하게 한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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