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마인’, 여성 캐릭터들이 연대하는 새로운 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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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마인’, 여성 캐릭터들이 연대하는 새로운 관계성

    • 입력 2021.06.30 10:46
    • 수정 2021.07.01 06:49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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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tvN 토일극 ‘마인(Mine)’이 지난 27일 종영했다. 여행을 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팬데믹 시대에 재벌가의 저택과 호사, 사치와 그들이 제공하는 가십(gossip)을 안방에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웅장한 저택과 각 인물들의 성향에 따른 공간들은 더욱 시선을 강탈했다.

    효원그룹의 출생의 비밀과 함께 베이커리 체인점 CEO였던 효원가(家) 딸 한진희(김혜화)의 직원에 대한 갑질 등은 낯설지 않는 소재였다.

    마시는 공기도 우리와는 다른 ‘마인’의 대저택, 현대건축의 외관 디자인만으로도 압도적인 ‘카덴차’에는 첫째 며느리 정서현(김서형)이 살았고, ‘루바토’에는 둘째 며느리 서희수(이보영)가 살았다.

    직원들을 다루는 방식 등에서 철저하게 재벌가의 삶의 방식을 체화한 정서현과 배우를 하다 영국의 어느 허름한 스시집에서 효원 둘째 아들 한지용(이현욱)을 알게돼 결혼한 서희수는 서로 다른 캐릭터다.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호화, 사치는 부러우면서도 왠지 공허했다. 아니, 무슨 일이 펼쳐질지 무서웠다. 인물마다 모두 결핍이 있었다.

    효원그룹의 왕사모인 양순혜(박원숙)는 괴팍하고 포악했다. 우아한 척하지만 착장과 외모는 무시무시했다. 물론 그녀의 포악함은 결혼생활 4년만에 남편 한회장(정동환)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 혼외자인 지용을 낳으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가족과 직원들과 함께 어울지지 못하고 공작새하고만 논다. 매번 공작새에게 날개를 펴달라고 한다. 백미경 작가는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새장에 갇혀있는 공작의 모습이 마치 성 안에 갇힌 백작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 집의 장남 한진호(박혁권)는 열등감 투성이로 알콜에 의지하거나, 복권이나 긁고 있었고, 그의 아들인 효원가 장손 한수혁(차학연)의 눈은 초점을 잃고 있었다.

     

    스위트하고 젠틀하게 보여 가장 멀쩡할 것 같았던 둘째 아들 한지용마저도 사설격투장에서 돈가방을 던져주며 자신만을 위해 피터지는 격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비정상’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은 내레이션과 심리상담을 담당하고, 성경공부 모임인 일신회의 멘토인 엠마 수녀(예수정)였다. 하지만 평범한 수녀라기엔 명품 백을 들고 있었으며, 효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수녀에게도 비밀이 있는 듯했다.

    ‘마인’에는 선을 넘는다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효원가 사람들과 메이드, 집사, 튜터는 지켜야될 선이 분명하게 있다. 물론 효원과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질서다. 이걸 넘어설 때 질서가 깨지며 충돌이 일어나고 불편한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이 ‘선’은 영화 ‘기생충’의 냄새와도 같은 것이다.

    ‘마인’은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관심 못지 않게 촬영지인 원주 ‘뮤지엄 산’ 등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서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만들어놓은 게 질서라고 하지만, 수혁이 자신의 큰 방에서는 잠을 자지 못하고 메이드 김유연(정이서)의 좁은 방에서야 잠이 잘 왔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크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만이 좋은 게 아니다. 이 드라마는 “화려한 재벌가의 이들이 계속 가지려고 하는 게 뭐니?”라고 묻는 듯했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던 ‘마인’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상류층 효원가(家)의 두 며느리 서희수, 정서현이 진정한 ‘마인’을 찾아가는 화려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였다. 가짜 튜터 강자경으로 위장한 서희수 아들의 친모 이혜진(옥자연)과 젊은 메이드 김유연(정이서)의 등장으로 효원가의 거짓된 평화는 깨졌다. 그리고 서희수 남편인 한지용(이현욱)의 끔찍한 실체가 드러나면서 여인들의 연대가 형성됐다. 

    한지용은 주집사(박성연)가 소화기로 그의 머리를 내리치면서 죽었음이 마지막회에 밝혀졌다. 얽히고 설킨 욕망 속에서 다 가진 것 같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의 비참한 최후였다.

    남편의 거짓된 실체를 알고 충격에 아이까지 유산했던 서희수는 그 고통을 이겨내고 한층 강인해진 눈빛과 함께 “모든 것을 잃은 나조차도 사랑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마인’임을 깨달았다.

    동성애자인 정서현은 과거엔 포기했던 첫사랑 최수지(김정화)에게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라며 재회를 예고해 그녀가 진정으로 옷장 문을 열고 나왔음을 보였고, 마침내 효원의 회장 자리에 올라 당당한 미소까지 지어 진정한 자신을 빛냈다.

    이혜진은 아들의 곁에 튜터로서 함께했고 한수혁(차학연)과 김유연은 약혼을, 한진호(박혁권)는 집안을 관리하는 등 각자 저마다의 ‘마인’을 찾아냈다.

    마지막까지 추리 촉을 세우게 만든 미스터리는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선사한 가운데, 그 속에서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은 인물들의 성장은 뭉클함을 안겼다. 무엇보다 여성성을 ‘강인함’으로 재정의 내리고 여성 캐릭터들이 연대하는 새로운 관계성을 통해 통속극의 틀을 비틀어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통속극에서 동서끼리 이렇게 잘 지내기 어렵다)

    백미경 작가는 “새엄마, 싱글맘, 성 소수자, 예인 출신 수녀 등 편견에 갇힌 여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편견을 깨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가지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 친모에게 학대받아 괴물이 된 캐릭터 한지용(이현욱), 생물학적인 아버지의 존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양아들인 하준의 행복을 사수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계모 서희수(이보영)를 비롯해 이 드라마는 온통 편견의 허들을 넘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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