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맞은 춘천 골프장 '배짱 영업'…골퍼 불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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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황 맞은 춘천 골프장 '배짱 영업'…골퍼 불만 속출

    코로나19 반사 이익 골프장 이용객 급증에 ‘예약 대란’
    춘천 대중제 골프장 일제히 요금 인상, 골퍼 불만
    대중제 골프장 세금 혜택, 골퍼 아닌 업주에게 돌아가
    “제 배 불리는 대중제 골프장에 강력한 규제 필요”

    • 입력 2021.06.30 00:01
    • 수정 2021.07.01 06:49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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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수(39·춘천 퇴계동) 씨는 동호회원들과 몇 달째 골프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골프장 예약이 하늘에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비용부담은 둘째 치더라도 높아진 진입장벽으로 골프를 치기 위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골프장 예약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백종훈(44·춘천 퇴계동) 씨는 최근 터무니 없이 오른 골프장 이용료 때문에 정규홀(18홀)을 포기하고 주로 9홀을 이용하고 있다. 그린피는 물론, 캐디피와 카트피까지 일제히 오르고, 식음료 가격도 20%이상 비싸지면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지난 2020년 골프장 이용객 전국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강원도는 지난 2020년 골프장 이용객 전국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래픽=남주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골퍼들의 국내 골프장 유입과 2030세대 신규 골프 인구 수요 등으로 골프 산업은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예약 전쟁은 물론 이용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춘천지역 골퍼들의 불만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에 따라 일부 스포츠·문화 공간 이용이 제한되고, 코로나19로 골프장 이용 수요가 모두 국내로 몰리면서 최악의 예약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MS투데이가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강원도 골프장 이용객은 440만6476명으로 전년 대비 19.1% 급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12.1%를 상회하는 수치로,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춘천 회원제 A골프장은 코로나19 이후 예약율이 15% 이상 급증했다. 해당 골프장 이용객들은 골프장 예약 대란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예약 대란에 대해 해당 A골프장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장 몰리는 주말 시간은 다수의 회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4주 전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배정한다”며 “고객이 몰리면서 현재 예약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따로 제한을 두거나 특혜를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골퍼가 늘어나는 만큼 불만도 그 만큼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골프장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정책과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제 골프장은 거액의 입회 보증금 등 별도의 자격 요건이 없이도 예약만 하면 누구나 칠 수 있는 골프장 이지만,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특별 마케팅과 이벤트가 없어도 손님이 몰려 배짱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게 골퍼들의 불만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자료 확인 결과, 지난해 골프 산업은 캐디피를 포함한 전체 산업 규모가 전년 대비 18.3% 급증한 7조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중제 골프장의 매출액은 3조4366억원으로 2019년보다 25.9% 상승하면서 사상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문제는 골프 대중화를 위해 세제 감면 등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이용료가 급등하면서 세금 혜택이 본래 취지와 달리 골프장 업주 배 불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골프 대중화를 위해 골프장 대중제를 도입,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되는 12%의 취득세를 4%대로 깎아주고, 재산세의 경우도 10분의 1만 부과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개별소비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도 전액 감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1년 동안 춘천 내 대중제 골프장은 일제히 이용료를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 취재 결과, 지역 내 주요 대중제 골프장 3곳의 그린피는 1~4만원 올랐다. 

    지난해 6월 주말 기준 17~21만원이었던 춘천지역 대중제 B골프장의 그린피는 이달 기준 23~24만원으로 올랐고, 카트피와 캐디피까지 각각 1만원씩 인상되면서 주말 4명(1팀) 이용료의 경우 119만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식음료비와 관행적으로 지불하는 캐디 팁까지 더하면 주말 4명이 골프장을 이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최대 130만~1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춘천의 한 대중제 골프장이 홈페이지에 밝힌 이용료. (그래픽=남주현 기자)
    춘천의 한 대중제 골프장이 홈페이지에 밝힌 이용료. (그래픽=남주현 기자)

    해당 골프장들은 관리비, 인건비, 물가상승률 등에 따른 불가피한 요금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가격을 인상한 대중제 C골프장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객이 증가해 비용을 올린 것이 아니라 1년 6개월 마다 주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운영비 상승에 따른 운영지침”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골프장 관계자도 “골프장 운영 30년만에 처음 인상했다”며 “물가상승으로 인한 운영비 증가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가격 인상 이유를 밝혔다.

    또 춘천과 인접한 타지역의 일부 골프장들은 예약을 빌미로 부가비용을 강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약 시 간이매점(그늘막) 이용을 필수로 하거나, 식음료비를 일정 금액 이상 의무적으로 지불하는 조건으로만 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반면 춘천의 골프장들은 “부가 서비스를 강요한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본지가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문의한 결과, 대중제 골프장은 이용객 1인당 3만7000원가량 세금 혜택을 받고 있지만, 올해 대중제와 회원제의 입장료 차액의 경우 평균 3만원 정도로 줄어 들었다.

    이에 전문가는 세금 혜택만 챙기는 대중 골프장에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골퍼들도 코로나19가 진정돼 해외투어가 풀릴 경우 배짱영업에 나서고 있는 골프장들의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지적하며, 그린피 인상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세금 감면은 골퍼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혜택이지 업주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감면 금액이 한 해 9600억원에 달했는데 이 돈이 골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골프장 입장료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입장료를 통제하거나 대중 골프장이 높은 그린피로 과도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대해 세금을 더 부과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아서·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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