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아간다’ 춘천 골목상권 제로웨이스트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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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나아간다’ 춘천 골목상권 제로웨이스트 생태계

    춘천 골목상권이 바꿔가는 제로웨이스트 문화
    요선당, 어쩌다농부, 파파스컷 등 한 자리 모여
    비용 노동 부담↑'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 입력 2021.06.26 00:01
    • 수정 2021.06.28 05:4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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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분해되는 밀짚 용기를 쓴다고 해서 그걸 음식값에 포함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한 발 더 나은 선택을 하자는 마음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춘천 거두리에 위치한 정육점 파파스컷에 지역 골목상권의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이들이 모였다. 로컬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 상점과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사례 공유회를 개최했다.

     

    지난 24일 거두리 파파스컷에서 개최된  ‘지역 상점과 제로웨이스트’ 사례 공유회. (사진=정원일 기자)
    지난 24일 거두리 파파스컷에서 개최된  ‘지역 상점과 제로웨이스트’ 사례 공유회. (사진=정원일 기자)

    옥수수 섬유 양말을 개발하고, 제로웨이스트 숍 ‘요선당’을 운영하는 더뉴히어로즈의 이태성 대표, 육림고개에 위치한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어쩌다농부의 한상연 대표, 로컬 정육점 파파스컷을 운영하는 로움에스농업회사법인 허경 대표, 모아챌린지를 통해 재질별 플라스틱 수거 문화를 만들어가는 김정자 춘천시자원봉사센터 주임, 송현섭 제로웨이스트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춘천지역 골목상권의 제로웨이스트 문화와 각 사업체의 관련 전략이 공유됐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에코머니 등 환경 포인트 제도, 다회용기 세척분류 사업을 위한 전문 그룹 도입, 시민 참여형 제로웨이스트 활동 미션, 인증제도 등의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지난 24일 거두리 파파스컷에서 개최된  ‘지역 상점과 제로웨이스트’ 사례 공유회. (사진=정원일 기자)
    지난 24일 거두리 파파스컷에서 개최된  ‘지역 상점과 제로웨이스트’ 사례 공유회. (사진=정원일 기자)

    더뉴히어로즈의 요선당은 춘천시민들이 제로웨이스트를 경험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나바다’를 주제로 물건을 아껴, 나눠, 바꿔, 다시 쓰도록 권한다.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기 보다는 나눔으로써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다시 가치를 가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실사판 당근마켓’의 전략이다.

    농업과 외식사업을 잇는 로컬 레스트랑 어쩌다농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영이 위축되자 생존을 위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수소문 끝에 밀짚 소재 도시락용기를 발굴해 서비스하고 있다. 빨대도 PLA(옥수수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와 밀짚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한다.

    단가가 높은 용기를 사용할 때마다 비용 부담은 상당하다. 또 이런 비용이 든다고 해서 손님들의 음식값을 당장 올리기는 쉽지 않다. 한상연 대표는 “지금은 한 발 더 나은 선택을 하자는 마음으로,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덜 쓰는 정도라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파스컷은 제로웨이스트 포장을 지향한다. 정육업계에 만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스티로폼 포장재 대신 보냉 종이박스를 자체 제작했으며 매장 내 진열 상품에는 일회용 트레이 대신 다회용 편백나무 트레이를 적용한다. 또 춘천지역 내에서 수급한 유기농, 무농약 로컬 농산물을 무포장으로 판매하고 있다.

    원료육 생산과 상품 진열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대체한 결과, 지난해 파파스컷에서는 매장 플라스틱 사용량을 1148㎏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15~16일에는 개업 1주년 기념으로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 다회용기를 지참해 매장 방문 시 최대 3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기도 했다.

     

    파파스컷을 이끌어가는 3인방. 왼쪽부터 김현웅 기획실장, 장대웅 점장, 허경 대표. (사진=파파스컷)
    파파스컷을 이끌어가는 3인방. 왼쪽부터 김현웅 기획실장, 장대웅 점장, 허경 대표. (사진=파파스컷)

    ‘어디에도 없는 정육점’ 파파스컷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정육점에서 제로웨이스를 지향한다고 하니 때로는 동종 업계에서, 한편으로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불편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파파스컷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경 대표는 “2등급 저지방육을 숙성하는 드라이에이징 기술은 소에 마블링을 생기게 하는 6개월간 투입되는 물, 사료, 풀, 탄소 등을 종합적으로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며 “춘천에서도 이런 모델을 도입해, 가치에 공감하는 손님들과 소통하며 경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웅 파파스컷 기획실장은 “외식업이나 유통업계가 함께하면, 소비자가 연대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확산시켜갈 수 있다고 본다”며 “소비자가 보증금을 지불하고, 그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각 가맹점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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