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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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 입력 2021.06.28 00:01
    • 수정 2021.06.30 10:57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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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에 나이가 있나요.”

    MS투데이는 여름방학을 맞아 늦깎이 대학생이 된  만학도(晩學徒)들을 만나 이들의 대학생활과 새롭게 시작한 배움인생 2막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만학도는 나이가 들어 뒤늦게 공부하는 학생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전쟁, 가난, 사회 분위기 등의 이유로 학업을 일찍 중단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거나 결혼으로 공부할 기회와 멀어진 사람들이 배움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요즘, 새로운 배움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이 대학을 찾고 있다. 늦깎이 대학생들은 ‘학위 따기’를 위한 학업 복귀가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진로와 창업을 위해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올해 강원대에 입학한 신입생 김봉희 씨(왼쪽)와 한림대 4학년 이상교 씨. (사진=조아서 기자)
    올해 강원대에 입학한 신입생 김봉희 씨(왼쪽)와 한림대 4학년 이상교 씨. (사진=조아서 기자)

    ■농부의 딸, ‘스마트 팜’을 꿈꾸다
    올해 강원대 입학생 중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신입생 김봉희(69) 씨다. 그는 지난 2015년 63세의 나이로 남춘천중에 입학하면서 학업에 눈을 떴다. 이후 6년 동안 중·고교 과정을 이수한 김봉희 씨는 고교 1학년 때부터 입버릇처럼 ‘난 강원대에 진학할거야’ 라고 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김봉희 씨는 “방송통신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고 일반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드물어 담임교사는 물론 같은 반 친구들도 헛된 꿈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3·6·9월 모의평가 시험지를 따로 얻어 시험에 도전하고 수능 준비도 하면서 나홀로 열심히 입시를 준비를 한 것은 물론 수시 지원할 땐 몇 날 며칠 자기소개서에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했던 시절, 남동생을 위해 학업을 포기한 김 씨가 대학 입시에 열과 성을 다한 건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함이 아니었다. 공부하며 쌓은 지식으로 스마트 팜을 운영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과 과학으로 정답이랄 게 없는 세상에서 문제를 풀면 답이 딱 나오는 학문이 너무 매력적이었다”며 “강원대 미래농업융합학부에 만학도 전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생물과 화학 분야의 지식을 더 넓혀 아버지가 평생 농부로 살면서 조성한 땅을 개발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대학진학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학 합격 순간은 아직까지도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감동으로 남아 있다. 김봉희 씨는 그 순간 부모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한다.

    김 씨는 “합격 소식을 듣고 눈물부터 났고 남동생 3명 뒷바라지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저에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주시는 선물 같아 만감이 교차했다”면서 “세 딸과 함께 기쁨을 나눴는데, 첫째 딸이 강원대 졸업생이라 이제 딸이자 대학 선배가 됐다”고 웃어 보였다.

     

    김봉희 씨가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강원대 중앙도서관.(사진=조아서 기자)
    김봉희 씨가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강원대 중앙도서관. (사진=조아서 기자)

    17명의 대학 동기와 수업을 함께 들으며 보낸 첫학기도 김봉희 씨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도전하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지금의 삶을 하루하루 소중히 쌓아가고 있다.

    김봉희 씨는 “코로나19로 일부 수업만 대면 강의로 진행돼 캠퍼스에 오는 날이 많지 않았지만 교수님, 동기들과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실습하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었다”며 “얼마 전 종강을 하고 성적을 기다리고 있는데 좋은 성적을 유지해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로 N잡러의 8년 장기 플랜 ‘실버 전문 체력센터’
    한림대 18학번 이상교(50) 씨는 4학년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둔 졸업반 학생이다. 또 정리수납 회사를 운영하며 12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표기도 하다.

    그는 “지난 1990년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일찍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며 “방황했던 학창시절을 뒤로한 채 사회의 역군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성실히 살아오며 대기업 신입사원 육성팀장, 대형마트 협력업체 운영, 스포츠업 종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고 자랑했다.

    프로 N잡러인 그가 새롭게 눈을 뜬 분야는 바로 생활체육이다. 실버세대를 공략한 체력단련 센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한 그는 지난 2016년부터 노인스포츠 자격증, 스포츠윤리지도사 자격증, 오픈워터스쿠버다이버 자격증 등을 취득하며 쉬지 않고 꾸준히 관련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이상교 씨는 지난 2017년 송곡대 레저스포츠과에 입학했다. 이후 역학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지난 2019년에는 한림대 체육학과에 편입했다. 

    이상교 씨는 “나이 든 만학도가 다른 과도 아닌 체육학과에 입학하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 비웃음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또 “첫째 딸과 입시를 같이 준비했는데 한림대에 먼저 입학한 딸과 2년 동안 대학교를 함께 다녔다"며 "형제 장학금을 받기도 했는데 형제가 아닌 부녀 장학금이었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상교 씨가 한림대 체육관에서 체육학과 실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조아서 기자)
    이상교 씨가 한림대 체육관에서 체육학과 실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조아서 기자)

    곧 졸업은 앞둔 그는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고민에 빠졌다. 대학원을 위해 영어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대학원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편입한 후에도 4.5점 만점에 4.2점을 유지하고 있므며, 한번 볼 것 두 번, 세 번, 최대 7번까지 보면서 성적관리에 힘쓰고 있다”며 “현재 6학점만을 남겨두고 있고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서 토익 점수 기준을 넘어야 하는 만큼 다음 학기엔 영어 공부와 수업을 병행할 예정”이라며 8년짜리 장기 플랜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편입에 불합격 했을 때, 체육 실기 시험을 준비하다 다쳐 코뼈가 부러졌을 때도 그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기에 다시 일어서야 했다.

    이상교 씨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회가 특히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많이 열려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중장년층이 독립과 자립을 유지하기 위해선 교육의 기회를 많이 접해야 한다”며 100세 시대를 강조했다.

    이들에게 늦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을 몸소 보여준 이들이야말로 급변하는 사회 속 짧아진 지식 수명에 대처해 제2의, 제3의 삶을 준비하는 선구자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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