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로스터리 카페] 핸드드립 커피와 LP가 만난 ‘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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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로스터리 카페] 핸드드립 커피와 LP가 만난 ‘씨엘’

    비니엄 방식 드립과 클래식·올드팝의 조우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은 인연 맺어주는 것”
    퇴직 후 자전거 여행서 사업 아이템 얻어

    • 입력 2021.06.27 00:01
    • 수정 2023.09.07 12:29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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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춘천이 전국적인 커피 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맛 좋은 원두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의 소규모 카페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로스터리 카페’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커피전문점 명품커피의 풍부한 향과 최고의 궁합은 단연 ‘음악’이다.

    커피 마니아들은 카페 주인장의 선곡 여부에 따라 재방문 여부를 결정하곤 한다. 기자는 지난 25일 공교롭게도 노부부가 운영하는 특별한 공간과 마주할 수 있었다. 삐거덕거리는 계단 통해  2층에 올라 감미로운 음악에 홀린 듯 자리를 잡았다.

    춘천 동면 지내리에 위치한 ‘씨엘’(C.L)은 커피와 레코드판(LP)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로스터리 카페다. 이종진(67) 대표가 아내 정명숙(64) 씨와 지난 2013년 4월 문을 열었다. 창밖에는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숲과 소양강변을 조망할 수 있는 뷰(View)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카페 입구에 마련된 야외 데크에서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맛을 만끽할 수 있다.

     

    이종진 대표는 지난 2012년 퇴직 후 다음해 4월 동면 지내리에 카페 ‘씨엘(C.L)’을 열었다. (사진=신초롱 기자)
    이종진 대표는 지난 2012년 퇴직 후 다음해 4월 동면 지내리에 카페 ‘씨엘(C.L)’을 열었다. (사진=신초롱 기자)

    ■퇴직 후 자전거 전국일주서 창업 아이템 얻어

    이종진 대표는 지난 2012년 6월 공직을 퇴직한 뒤 가방 하나 짊어진 채 프레임, 바퀴, 체인 등 부품을 각각 구입해 제작한 하나뿐인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했다. 그는 퇴직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무작정 떠났던 여행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덕분에 제2의 인생에 방향을 정해 귀환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자전거 여행을 하며 ‘커피와 음악이 있는 카페’를 차려야겠다고 결심한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카페가 위치한 곳은 그가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곳이었다. 그는 늘 비어 있었던 이 공간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다음날 임대 계약을 서둘러 진행했다고 한다.

     

    (사진=신초롱 기자)
    오래된 LP를 꺼내든 이종진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 로스터리 카페 ‘씨엘’은 핸드드립 커피와 LP가 만나 낭만을 선사한다.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 로스터리 카페 ‘씨엘’은 핸드드립 커피와 LP가 만나 낭만을 선사한다. (사진=신초롱 기자)

    카페에 들어서면 장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7000장이 넘는 오래된 LP가 시선을 압도한다. LP는 이 대표가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집한 보물이다. 옛 원주 군인극장 앞에서 살았던 유년시절부터 극장과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올드팝을 듣고 자란 성장배경의 영향으로 음악은 늘 그와 함께였다.

    이곳은 음악이 있는 카페로 꽤 잘 알려져 있는 덕분에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LP 성지로 유명하다. 흔히 듣거나 접하기 힘든 LP가 많은 편이이서 레트로 비기너부터 마니아까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 카페의 사방이 원목으로 둘러쌓여 있는 덕분에 음악 소리는 공연장에 온 듯한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이 같은 이유로 단골손님 중에는 매일 출석도장을 찍다시피 하는 이들과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도 많다.

    ■비니엄 방식으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 ‘인기’

    좋은 음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골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커피 맛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하기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는 비니엄 방식으로 내려진다. 이 대표는 여행 중 우연히 들렀던 카페에서 맛 본 비니엄 방식으로 내린 커피 맛에 감명을 받고 지역을 넘나들며 정교한 핸드드립 기술을 배웠다.

    비니엄 방식 커피의 ‘비니엄’은 생두 감별사로 활동하는 커피 전문가 비니엄 홍으로, 원두를 거칠게 갈고 일정한 물줄기, 3분 이내의 추출 시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내린 커피로 알려져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 (사진=신초롱 기자)
    소양강변을 조망할 수 있는 뷰와 군더더기 없는 맛이 일품인 핸드드립 커피 ‘케냐AA’. (사진=신초롱 기자)
    소양강변을 조망할 수 있는 뷰와 군더더기 없는 맛이 일품인 핸드드립 커피 ‘케냐AA’. (사진=신초롱 기자)

    정성껏 내린 커피 맛을 알아주듯 손님 대부분은 핸드드립 커피를 찾는다. 이 대표는 추천을 원하는 손님에게도 자신있게 핸드드립 커피를 권한다. 케냐AA와 만델링, 안티구아, 코스타리카 따라수를 비롯해 에디오피아 미칠레, 에디오피아 꼬께, 브라질 옐로우버번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스페셜티 커피를 취향에 맞게 골라 마실 수 있다. 이 대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케냐AA가 최고로 사랑하는 커피”라고 손꼽았다.

    이 대표는 로스팅 과정에서 사용할 만큼의 생두만 소량으로 자주 볶아낸다. 볶을 때에는 센 불에 볶지 않는다. 그는 “진하게 볶으면 커피의 좋은 성분들이 다 손실되고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게 이유다. 로스팅 전후에는 결점두를 골라내기 위한 핸드픽 작업도 늘 이어오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며 지키는 철학은 또 있다. 항상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신선한 생두를 들여오는 이유는 볶아 놓으면 모양은 똑같지만 맛과 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커피 메뉴와 함께 팥빙수, 유자차, 매실차 등은 발품을 팔아 구해온 국산 재료로 만든다.

    ■커피로 맺은 인연은 소중한 자산이자 축복의 통로

    이 대표는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한결 같은 커피맛을 자랑하는 덕분에 지난해 겨울에는 충청도에서 찾아온 한 여성의 간절한 부탁으로 로스팅을 직접 전수하기도 했다.

    이종진 대표는 “커피는 몰랐던 사람과 인연을 맺어주는 매력이 있으며, 커피가 아니었다면 손님들과 어떻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을 수 있겠냐”며 “카페를 운영한 8년간 한 번도 힘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것 만큼 중요한 게 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고객이 왕이라는 말도 있지만 손님들이 있어 씨엘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냐”며 “손님들은 축복의 통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 뜨면 출근할 곳이 있고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까하는 기대로 매일이 설렌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며 웃어 보였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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