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행복을 찾다] 2. 하비프러너의 공간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취미로 행복을 찾다] 2. 하비프러너의 공간

    ‘가벼운 여가’ 아닌 ‘진지한 여가’ 권장
    코로나19 확신 이후 집콕족 취미 증가
    뜨개·그림·악기 이어 홈가드닝·목공까지

    • 입력 2021.06.20 00:02
    • 수정 2021.06.22 15:4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사교와 야외활동도 줄어들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취미활동도 늘어나면서 집콕족이 즐길 수 있는 뜨개 용품이나 그림 용품, 악기 판매도 동반상승 하고 있다. 또 홈가드닝과 목공방을 찾아 본격적인 취미에 도전장을 던진 이들도 접할 수 있다.

    ‘진지한 여가’의 저자인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스테빈스는 TV시청이나 영화감상 등 수동적으로 즐기는 취미는 ‘가벼운 여가’로 지칭하며 경계했다. 반면 기술이나 지식, 경험을 쌓아야 하는 스포츠와 공예, 가드닝 등은 ‘진지한 여가’로 분류하고, 이를 즐길 것을 권유했다.

    이처럼 취미의 대중화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지만 최근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워라밸’ 문화가 더해지면서 취미에 대한 열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따라 춘천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공방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취미를 발전시켜 창업을 이룬 하비프러너가 운영하고 있는 공방 중 꽃과 목공 수업이 열리는 2곳을 찾았다.

    ■죽림동 ‘소중한, 날’

     

    프랑스 파리 연수 시절 김세라 대표 모습. 
    프랑스 파리 연수 시절 김세라 대표 모습. 

    춘천 죽림동을 방문하면 화사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꽃집 ‘소중한, 날’을 만날수 있다. 사회복지사로 6년 넘게 근무하며 취미로 배웠던 꽃에 흥미를 느껴 창업을 이뤄낸 하비프러너이자 플로리스트인 김세라(36)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김 대표는 원래 꽃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파티스타일링에 더 매력을 가졌다고 한다. 결혼식장과 행사장에서 꽃은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다 보니 꽃에 대한 모든것을 배우기 시작했고, 접할수록 커지는 성취감으로 전문적인 길로 들어섰다.

    그는 정년까지 보장되는 사회복지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꽃집 창업을 결정했을 때 남편을 제외한 모두가 반대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후회로 남기기 싫어 실패를 각오하고 지난 2015년 10월 꽃집 ‘소중한, 날’을 오픈했다.

    ‘소중한, 날’은 여느 꽃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꽃과 식물들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 공간은 정기적으로 원데이클래스, 취미·기초·중고급·창업&전문가 수업을 비롯해 플라워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수강생은 대부분 직장인이나 주부다. 그는 “창업을 하려고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굳이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기술이 되는 걸 얻고 싶어한다”며 “한 가지 직업으로 사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제2의 삶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김 대표는 정기적으로 장애인, 미혼모와 한부모, 다문화 가정을 위한 기부와 나눔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은 1000원부터 1만원까지 기부로 모아진 꽃을 장애인 시설에 전달하는 뜻깊은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한 가정을 위한 꽃수업도 진행하고 반찬과 미용, 외식 지원 등 주변 사람들의 재능기부가 더해진 프로젝트 ‘사람, 그리고 사랑’을 진행해 오며 알토란같은 결과와 나눔의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소중한, 날’, 프러포즈용 꽃과 꽃바구니. (사진=김세라 대표 제공)
    ‘소중한, 날’, 프러포즈용 꽃과 꽃바구니. (사진=김세라 대표 제공)

    그는 “꽃집처럼 꽃을 사거나 팔고 하는 것을 넘어 문화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을 만나 인생에 큰 변화를 맞았다는 김 대표는 “주위에서 볼 때는 평온하고 좋아보이지만 힘든 점이 많다”며 “다만 스트레스는 현저하게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취미를 찾기 위해 ‘뭘 좋아하지’, ‘뭘 배우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막연할 수 있다”며 “‘괜찮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무엇이든 배워보는 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효자동 ‘큐브제작소’

    효자동 춘천교대 부설초교 인근에는 은은하고 목가적인 원목 냄새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 싶은 열정으로 취미였던 목공을 창업과 연결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차상철(36) 대표가 운영하는 목공방 ‘큐브제작소’다.

     

    차상철 대표는 정기적으로 가구 만들기 등 다양한 목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상철 대표는 정기적으로 가구 만들기 등 다양한 목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수학교육학을 전공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접했던 목공방 아르바이트가 인생을 반전시켰다고 한다. 당시 단순 작업만 반복했지만 오롯이 그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에서 이색적인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차 대표는 자신이 목공을 하며 느꼈던 경험을 다른 이들도 체험할 수 있게 원데이클래스, 가구 만들기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에는 홈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30~40대 여성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원하는 스타일의 가구를 직접 제작한 뒤 각자의 성취감을 느끼며 자기만족의 기회를 즐긴다.

    그는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수강생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목공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여성분이 인상적이었다”며 “연약해 보이는 체구였지만 차분하게 배워 스스로 가구까지 조립해 가며 제작에 나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웃어보였다.

     

    엽서&도서 거치대 목공예품. (사진=차상철 대표 제공)
    엽서&도서 거치대 목공예품. (사진=차상철 대표 제공)

    목공예로 인생 2막을 연 차 대표는 “수강생이 목공 클래스에 참여해 직접 만든 가구를 보고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목공은 힘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목공예는 스스로 원하는 가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하며 “목공은 전동드라이버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큐브제작소가 목공을 배웠던 수강생들이 기계를 혼자 다룰 수 있는 수준에 올라 제가 없더라도 원하는 가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끝>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미니해설

    하비프러너(Hobby-Preneur)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전문적인 작업으로 기획해 사업으로 확장·발전시켜 나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 취미(Hobby)와 직업(Occupation)을 합성한 ‘호큐페이션(Hoccupation)’도 있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