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동행도시 춘천, 명암] 2. 개고기 섭취, 합법?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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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동행도시 춘천, 명암] 2. 개고기 섭취, 합법? 불법?

    개고기 섭취, 합법 불법 아닌 법 사각지대
    동물보호단체 "축산법에서 개 제외해야"
    육견업단체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 포함해야"

    • 입력 2021.06.22 00:02
    • 수정 2021.06.24 07:40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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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춘천에서는 동물권 이슈와 함께 개고기 섭취 찬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논쟁과 대립의 경우 춘천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현재 대한민국은 개고기 섭취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주소다.

    매년 여름철이면 보신탕으로 대표되는 개고기 섭취 논란이 공전을 거듭한다. 그 중심에는 수십 년째 회색지대로 남겨진 무책임한 법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의 모호한 경계에서 개 도살과 개고기 섭취는 아무런 보호·관리 체계 없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운영한 춘천의 한 개농장. 이 곳에서 구조된 '상근이'(오른쪽 아래)는 현재 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하고 있다. (사진=춘천시 캣맘연합)
    최근까지 운영한 춘천의 한 개농장. 이 곳에서 구조된 '상근이'(오른쪽 아래)는 현재 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하고 있다. (사진=춘천시 캣맘연합)

    ■반복되는 ‘개고기 섭취’ 논쟁…법 해석 다양

    개고기 섭취 화두는 ‘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이에서 시작된다. 개를 가축으로 포함한 ‘축산법’과 가축에 포함하지 않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그 논쟁의 출발점이다.

    축산법은 가축의 개량·증식, 축산환경 개선, 축산업의 구조개선,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가격·유통 등을 규정해 농가의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법령이다. 축산법에 따르면 ‘개’는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등과 함께 대량 사육이 가능한 가축에 포함된다.

    반면 축산물의 위생을 관리하고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 과정에서 축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공중위생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가축의 범위에 ‘개’를 포함하지 않는다.

    즉, 개는 가축이기도, 아니기도 한 것이다. 개는 사육할 수 있는 가축이지만 축산물로 관리할 법은 부재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자의 입장에 따른 유권해석에 의존하면서 한쪽에서는 합법, 다른 한쪽의 경우 불법이라는 주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도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개 도살은 도살 방법과 과정에서 동물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처벌해 왔다.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는 경우와 공개된 장소나 다른 동물 앞에서 도살하는 경우,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잔인한 방법’이라는 표현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하는 ‘전살법’이 지난 2018년 동물보호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판결을 내린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전살법이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정한 도살 방법이라도 동물별 특성에 따라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도살 방법이 아닐 수 있어, 개에 적합한 도살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례적으로, 지난 2018년에는 식용 목적으로 개 도살하는 행위 자체를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개 도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라고 판단해 개고기 섭취를 관습으로 인정하던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개 식용 금지법'은 최근 3주간 3740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개 식용 금지법'은 최근 3주간 3740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방치된 법망...법제화 요구 커져

    개고기 섭취 논쟁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은 동물보호법 시행에 대표적인 발판으로 평가된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성행하던 보신탕은 올림픽을 앞두고 참가국들의 거센 반발로 판매 금지됐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서울 전역에 도시 미관을 해치는 보신탕은 물론 뱀탕, 개소주 등 혐오식품 판매 업소의 영업을 제한했다. 이 시기 전후로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은 거센 항의와 요구를 지속했고,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5월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이후 해외 인식과 국가 이미지 실추 등에 집중되던 개고기 섭취 논쟁은 점차 동물의 생명권, 복지, 권익 보호 등의 관점으로 발전했다. 이는 반려인구가 늘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동반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에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동물보호법 개정안만 89건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고기 섭취 금지법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또 정부는 지난 2018년 국민청원 답변으로 개 식용에 대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축산법에서 가축에 포함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 쪽은 생명이, 한쪽은 생업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정부에서도 이렇다 할 후속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축산법을 소관하는 농림식품부와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관리·감독하는 식약처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책임을 회피하거나 법 해석의 어려움만 공감할 뿐 명확한 답변은 피하고 있다.

    최근 개고기 섭취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적 장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월 등장한 ‘개 식용 금지법, 21대 국회에서 꼭 이뤄주세요’란 국민청원에 3주 동안 3700여명이 공감했다. 앞서 대한육견협회는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개 식용 법제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동물보호단체는 개 도살을 저지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임의도살 금지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를 고대하고 있다.

    반면 육견업 단체 측은 개 도살을 법 규제 안으로 정확히 지정해주길 바라고 있다. 식용견과 등록대상견(반려견) 등을 그 사육 목적에 맞게 구분해 법제화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위해 개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가축으로 포함시킬 것을 주장 중이다.

    ■관리 안되는 개고기...걱정은 국민 몫

     

    (그래픽=서충식 기자)
    (그래픽=서충식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백만 마리의 개가 보신탕으로 희생되고 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을 타고 지난 1990년까지 대표 보양식으로 여겨지던 ‘보신탕’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실제로 보신탕을 파는 식당은 철퇴를 맞으며 사라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수요는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MS투데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춘천시민 10명 중 1명은 여름철 보양을 위해 보신탕을 찾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편적인 보양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몸보신을 위해 보신탕을 찾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개고기 섭취 수요에 대해 동물보호협회는 열악한 사육 환경, 도축 시설 등 개 식용과 관련해 노출된 비위생적인 환경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축산물처리협회 관계자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축사는 물론, 질병까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개'는 관리 대상도 아니고 축종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개에 대한 어떠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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