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경제] 인플레이션(Inflation) 공포, 현실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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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경제] 인플레이션(Inflation) 공포, 현실화 될까?

    • 입력 2021.06.19 00:00
    • 수정 2021.07.15 10:07
    • 기자명 황규선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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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규선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황규선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의 5월 물가상승률이 지난달의 4.2%를 넘어 5.0%를 기록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08년 8월에 5%를 상회한 이후 최고치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이에 더해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과 중국의 생산원가 상승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가속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와 유사하게 강원도 역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를 기록하면서 전월의 2.6%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일반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성이 높은 생활물가는 4월 3.3%에 이어 5월에는 3.8%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란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월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구매력(Purchasing power) 감소로 인해 생활수준 하락을 겪게 된다.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단지 이뿐일까? 왜 경제주체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그토록 심한 적대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먼저, 인플레이션이 야기하는 각종 경제적 효과와 부작용을 살펴보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자. 경제이론이 제시하는 가장 전통적인 설명은 화폐량이 물가수준을 결정한다는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소위 ‘화폐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이다. 이에 반해 케인즈(Keynes) 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한 경제가 공급 가능한 재화와 용역보다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고자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 다른 견해는 재화와 용역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그것을 생산하는 비용에 의해 결정되는데, 비용 상승은 곧바로 물가와 임금의 상호 순환 작용을 통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그 원인이 다양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의 경제적 효과 역시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실질소득과 구매력이 떨어져 생활수준 하락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월급 생활자와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노후 생활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의도하지 않은 부와 소득의 재분배를 가져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심한 기간에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가치는 보존·상승하는 반면 화폐소득이나 금융자산의 가치는 하락하는데, 부동산의 경우 부유층이 주로 보유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충격처럼 인플레이션 역시 빈곤 계층에 더 큰 고통을 주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채권자보다는 채무자가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즉, 채권자로부터 채무자로의 부의 재분배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환율 상승을 초래하여 수입과 외환수요 증가를 가져와 심할 경우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역사에 기록된 인플레이션의 여러 폐해와 함께 우리의 기억 속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래적(生來的)인 거부반응이 체화(體化)되어 있는 듯하다. 이 때문일까? 최근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불과 1세기 이내의 사례로 물가가 단기간에 폭등했던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의 공포를 소환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20년대에 전후 배상금 문제 해결과 경기진작을 위해 과도하게 화폐를 발행했고 이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동전으로는 역사상 가장 큰 단위인 1조 마르크 동전을 발행했던 독일의 사례, 1990년대 초 연간 2000%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무려 2억%가 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등은 인플레이션의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 세인의 관심은 과연 조만간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지 여부일 것이다. 정책당국의 설명을 포함하여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아직까지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자칫 한 세대 이상 기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견해 또한 적지 않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심히 우려되는 것은 물가상승 압박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으로의 정책 기조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회복 중인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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