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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재발견] 6. 아날로그 레코드의 부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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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재발견] 6. 아날로그 레코드의 부활(하)
  •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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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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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불편함이 새로운 매력으로
오감을 통한 인간적인 경험에 대한 만족
아날로그 문화 기반 골목상권의 변화
화양연화커피, 루 노스탈지크 등 주목

레코드, 종이 수첩, 만년필, 필름 카메라. 약점으로만 여겨졌던 불편함이 다시 새로운 매력이 됐다. 효율이 곧 당위성으로 여겨지는 ‘시대정신’을 거스른, 아날로그의 비효율에 대한 탐닉이다.

데이비드 색스는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디지털에 둘러싸인 우리는 이제 좀 더 촉각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갈망한다. 우리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와 소통하기를 원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위해 기꺼이 웃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것이 디지털 기술보다 훨씬 번거롭게 값비싼데도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오감을 통한 경험을 제공하는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의 가치 상승은 이제 곧 시작이라는 것이다.

춘천에도 ‘아날로그 레코드 감성’을 자극하는 골목상권 가게들이 등장했다. 지난 편에 언급한 명곡사가 40년간 지역의 레코드 문화를 지켜온 ‘원조 터줏대감’ 이라면, 오늘 소개할 가게들은 동네 상권을 기반으로 한 아날로그 문화의 새로운 변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춘천에서 만나는 홍콩

왕가위 감독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석사동 화양연화커피(대표 최대식)는 LP판으로 가득하다. 어딘가 양가위와 장만옥이 마주 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 법한 공간이다. 초록색의 벽과 레트로 소품, 아날로그 오디오와 음악 관련 책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LP판으로 가득한 화양연화커피 내부 DJ 부스. (사진=권소담 기자)
LP판으로 가득한 화양연화커피 내부 DJ 부스. (사진=권소담 기자)

음악다방 DJ와 레코드 회사 직원으로 일했던 최대식 대표의 취향과 전문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손님이 요청하면 최대식 대표가 DJ가 되어 직접 음악을 선곡해 틀어준다.

올해 봄 춘천문화재단 도시가살롱을 통해 ‘나도 DJ, 나의 플레이 리스트’ 모임을 열었던 화양연화커피는 MZ세대에게 아날로그 레코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화양연화커피 내부는 음악 관련 각종 서적과 소품으로 가득하다. (사진=권소담 기자)
화양연화커피 내부는 음악 관련 각종 서적과 소품으로 가득하다. (사진=권소담 기자)

■아날로그 취향의 지하실 아지트

오래된 닭갈비 가게들이 모여있는 낙원동 골목을 지나다 보면 오묘한 조명으로 행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하 공간 나타난다. ‘빈티지 토이샵’을 표방하는 루 노스탈지크(대표 이진숙)다. 프랑스어로 ‘추억의 거리’라는 뜻을 가진 루 노스탈지크에서는 중고 LP와 조명·그릇 같은 빈티지 소품, 플레이모빌 등을 판매한다.

독일산 오디오를 수입하는 일을 하며 자주 유럽 출장을 다녔던 이진숙(36) 대표가 춘천으로 귀향하며 전문적으로 빈티지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3년 전 창업했다. 독일 내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일본학을 전공해 일본어에도 능통한 이 대표가 독일, 덴마크, 일본 등지에서 각종 소품과 레코드를 들여온다. 1970~1980년대 팝, 재즈,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티팝 장르 등 해외 중고 LP를 직접 들어보고 구입할 수 있다. 마츠다 세이코, 나카모리 아키나 등 춘천에서 접하기 힘든 1980년대 일본 가수들의 음반을 만날 수 있어 팬층이 두텁다.

 

루 노스탈지크에서 만날 수 있는 아날로그 레코드 음반들. (사진=권소담 기자)
루 노스탈지크에서 만날 수 있는 아날로그 레코드 음반들. (사진=권소담 기자)

이진숙 대표가 좋아하는 장르 위주로 음반 목록을 구성하고 큐레이션 해 소개한다. LP 외에도 30~40년 전 독일에서 생산된 레트로 조명, 미니 피규어인 플레이모빌 등도 아날로그 취향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래된 닭갈비 골목의 색깔과 자연스레 어울리면서도 톡톡 튀는 루 노스탈지크의 매력은 낙원동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식물을 주제로 한 브런치 카페 ‘녹색시간’,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카페 ‘이영커피’ 등이 낙원동에서 성업 중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노포 닭갈비 식당들과 함께 골목상권 전반의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960~1980년대 독일에서 생산된 조명기구가 전시된 루 노스탈지크 내부. (사진=권소담 기자)
1960~1980년대 독일에서 생산된 조명기구가 전시된 루 노스탈지크 내부. (사진=권소담 기자)

이진숙 대표는 “아날로그 레코드, 특히 중고 LP는 세대 간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며 “아날로그 레코드는 부피가 크고 보관이 힘들지만 그만큼 전시효과도 있어 SNS 상 ‘있어보이즘’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된 상품을 잘 보존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게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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