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 사각지대 갇힌 춘천 '학교 밖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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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현장 사각지대 갇힌 춘천 '학교 밖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7명, 근로계약서 미작성
    재학 청소년보다 많이 일하고 조금 벌어
    물리적 위험 등 부당대우 노출↑
    “청소년 문제=청년 문제, 좋은 어른 역할 중요”

    • 입력 2021.06.02 00:01
    • 수정 2021.06.03 12:57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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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조아서 기자)
    (그래픽=조아서 기자)

    춘천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노동 현장 사각지대 방치는 물론 제대로 된 처우도 받지 못하면서 이들을 보호할 사회 안전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춘천시가 최근 조사한 청소년 노동 현황 및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7명(75%)이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노동현장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밖 청소년은 재학 청소년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밖 청소년의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21.5시간으로 고교 재학생(18.5시간)보다 더 길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의 평균 월급은 49만5000원인데 반해 고교 재학생의 경우 58만2000원으로 8만7000원이나 차이를 보였다. 아르바이트 급여는 대부분 시급 계산으로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 단위 임금에서부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의 평균 시급은 8857원으로 고교 재학생 평균 시급(1만398원)보다 1541원(14.8%) 정도 더 적다. 이는 설문에 참여한 전체 청소년의 평균 시급인 1만93원도 하회하는 수치다.

    춘천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모든 청소년의 노동이 존중받아야 한다”며 “노동 현장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거나 부당한 임금 차별을 겪지 않도록 어른들, 특히 업주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조아서 기자)
    (그래픽=조아서 기자)

    더 심각한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임금 차별 외에도 물리적인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설문에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 중 31.8%가 고용주나 손님으로부터 언어폭력이나 성희롱, 물리적 폭행을 겪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답변을 한 고교 재학생은 11.6%에 그쳤다. 이어 일하다 생긴 부상에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한 경험을 한 비율도 학교 밖 청소년이 고교 재학생보다 3.6배나 높았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은 부당한 일을 겪고도 감내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에게 노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활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3명은 ‘가족 생활비 충당’, ‘보호자에게 용돈을 받을 형편이 아니어서’, ‘학교생활 관련 여러 비용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등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부당대우 대처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학교 밖 청소년의 23.3%가 ‘참고 계속 일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재학 청소년(고등학생 8.2%, 중학생 3.4%)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청소년 문제의 경우 우리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청년기 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유민상 연구원은 “청소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선 민간 일자리보다 공공일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면서 “공공일자리는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호의 테두리가 옅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위험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회복 가능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청소년이 겪는 부당한 대우는 소액 사건이거나 경미한 사안인 경우가 많아서 공공의 도움을 받기 어렵지만, 근로감독관이 피해 청소년에게 더 밀착해 부당한 노동 현장 한 곳, 한 곳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소년을 위한 근로감독관 내실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 문제는 장기적으로 청년기 문제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청소년 노동 인권 증진은 매우 중요한 만큼 청소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좋은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교 밖 청소년’이란 취학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제적·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 등을 의미한다. 올해 춘천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 등록된 학생은 지난 5월 기준 200여명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는 매년 300명이 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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