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우리집 주치의…‘가정 혈압’이 건강 지켜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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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우리집 주치의…‘가정 혈압’이 건강 지켜줘요

    • 입력 2021.05.28 00:00
    • 수정 2021.05.29 06:50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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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며칠 전 대한고혈압학회에서 ‘가정혈압 관리지침’을 발표했죠. 그런데 혈압이면 혈압이지 가정혈압은 또 뭘까요. 가정혈압은 집에서 의료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측정하는 혈압수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할까요. 사실 우리나라에 가정혈압이 소개된 해는 2018년으로 몇 년 되지 않습니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선 이미 2000년 초부터 가정혈압 지침서를 발간하고 개정을 거치는 등 국민계몽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혈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혈압은 의사들이 환자의 건강을 평가할 때 호흡수와 심박수, 산소포화도, 체온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활력징후입니다.

    지금은 초등학생도 아는 혈압이지만 이를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기까지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1733년 호기심 많은 과학자가 말의 다리동맥에 황동 파이프를 꽂고 피가 솟구치는 것을 관찰한 것이 혈압을 측정한 시초라고 하네요. 당시 동맥압에 의해 혈액 기둥이 8피트3인치(약 2m50㎝)까지 올라가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뒤에야 혈압측정에 수은이 도입됐고, 팔에 감는 커프를 이용하기까지 또 50여년이 흘렀습니다.

    본태성(1차성) 고혈압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11년으로 당시만 해도 그게 얼마나 건강을 위협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뉴딜정책과 2차세계대전을 연합군 승리로 이끈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조차도 고혈압을 예방하지 못해 재임 중 쓰러졌지요. 그는 독일의 항복을 눈앞에 둔 1945년 4월 애완견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 63세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병명은 악성고혈압에 의한 뇌출혈이었죠.

    가정혈압이 필요한 것은 혈압의 변동성 때문이지요. 혈압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바뀌고, 감정의 변화와 신체활동은 물론 주위 온도와 소음, 측정 자세와 식사까지도 영향을 끼칩니다. 의사 가운만 봐도 혈압이 오르는 ‘백의 고혈압’, 평소에는 혈압이 높은데 병원에선 정상인 ‘가면고혈압’이 좋은 예이지요.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가정혈압이 135/85㎜Hg이라면 활동혈압은 130/80, 진료실 혈압은 140/90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네요.  

    가정혈압을 꼭 챙겨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혈관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잣대여서지요. 혈압은 바로 혈관에 걸린 압력입니다. 압력이 높으면 혈관 벽을 구성하는 내피세포가 손상을 입습니다. 혈관 내벽에 상처가 생기면 이를 치유하기 위해 대식세포들이 몰려와 염증반응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콜레스테롤까지 쌓여 언덕을 만들어 석회화가 시작됩니다. 이를 두고 의사들은 ‘죽상 동맥경화증’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되면 혈관 내경이 더욱 좁아져 압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그 결과,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혈관 내벽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고혈압 뿐은 아닙니다. 흡연은 물론 미세먼지, 스트레스, 고혈당이 모두 혈관에는 적입니다.

    문제는 혈관에 신경이 없다는 것입니다. 혈관 내경이 좁아져 부하가 걸린다거나 손상을 입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돼서야 비로소 부랴부랴 병원을 찾는 이유입니다. 

    고혈압환자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30%인 1200만 명이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놀랍지 않습니까. 특히 젊은 고혈압 환자가 10명에 1명꼴로 증가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혈압은 수축기 140(수축기)/90(이완기)㎜Hg 이상일 때 진단하지만 이 선을 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근사치에 가까울수록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합병증 발병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은 생활습관병입니다. 치료보다 관리가 중요한 질환입니다. 의사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건강한 습관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혈압의 적은 비만, 흡연, 나트륨, 스트레스입니다. 여기에 가족력과 나이, 당뇨도 영향을 미칩니다. 체중을 10% 감량하고, 채소 식단 위주의 식사,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만으로도 10㎜Hg의 혈압 강하 효과를 체험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고혈압이거나 120~139/80~89㎜Hg의 고혈압 전단계이면서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가정혈압 측정을 실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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