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고마운 귀…이어폰 볼륨을 낮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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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고마운 귀…이어폰 볼륨을 낮추세요

    • 입력 2021.05.14 00:00
    • 수정 2021.05.16 07:41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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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아예 불가능하지요. 필자는 마스크를 쓸 때면 ‘귀가 없었다면 마스크를 어떻게 착용했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괜한 걱정이겠지만 귀가 이렇게 귀한 용도로 쓰일지 조물주나 진화론자들이 알았을까요.

    귀는 소리를 모아주는 겉귀도 흥미롭지만 사실 음을 전달해서 인식하기까지 어느 곳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신비로운 터널입니다.

    요즘 이어폰과 관련해 외이도가 논란의 중심이죠. 외이도는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2.5㎝ 길이의 터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은 크게 귓바퀴에 걸쳐 사용하는 ‘오픈형’과 귓속까지 집어넣는 ‘인이어’형(커널형)으로 나뉘지요.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입니다. 최근 모 회사제품 구매자들이 이어폰을 사용한 뒤 귓속이 붓는가 하면 가렵고 물집이 잡혔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물론 실리콘 팁의 재질이 피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사실 커널형에선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구조의 한계라고 할 수 있지요. 팁이 귓구멍을 막으면 귀 안쪽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필자만 해도 이어폰의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소독은커녕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가 필요할 때 착용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인체에 삽입한다는 점에선 당연히 눈에 사용하는 콘택트렌즈처럼 다뤄야 합니다. 자주 청소나 소독은 물론 별도의 위생용기에 넣어 보관해야 하는 것입니다.  

    외이도염의 원인균은 주로 곰팡이류 같은 세균입니다. 따라서 약국에서 살 수 있는 항염증제 같은 연고로도 쉽게 치료돼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알레르기나 아토피성, 지루성 피부염이라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원인 진단 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의사들은 일부러 귀지를 파내지 말라고 해요. 외이도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막을 만드는 등 자체 청소기능이 있기 때문이지요. 귀지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지방 등이 섞여 있어 세균번식을 억제하고, 외이도가 건조해지는 걸 막아줍니다. 귀지는 땀샘 같은 귀지선에서 분비되는데 파낼수록 더 많이 생성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리적 자극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더 많이 생겨요. 귀지는 하루 0.05㎜ 속도로 밖으로 이동해 결국 저절로 배출된다고 해요.

    이보다 귀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것은 소리입니다. 

    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버스나 지하철처럼 시끄러운 장소에서 이어폰을 하루 평균 80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의 소음성 난청 유병률은 22.6%에 달한다고 해요. 이는 12~19세 청소년의 20%가 난청이라는 해외 통계와도 비슷한 수치입니다. 특히 소음이 큰 장소에서 이어폰을 사용한 청소년의 난청 위험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4.5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시끄러운 장소에선 소리를 잘 들으려고 이어폰 볼륨을 높게 유지하지요. 일반적으로 시내버스나 지하철 소음은 80㏈ 정도 됩니다. 때문에 이어폰 사용자는 이보다 높은 85~90dB로 볼륨을 높입니다. 

    그런데 이는 사업장에서 귀를 보호해야 할 소음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회사는 작업자들이 평균 90dB 소음에 8시간 노출되면 의무적으로 귀마개 같은 청력보호구를 지급해야 해요. 또 95dB 이상에서 4시간, 100dB 이상에서는 2시간 이상 노출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소음성 난청이 산업재해에 해당되기 때문이지요.

    소리를 듣는 것은 음파가 마치 북처럼 고막을 때리면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발생한 진동이  망치뼈와 모루뼈, 등자뼈를 거쳐 진동을 증폭시키는 난원창에 전달합니다. 그리고 이 음파는 달팽이관의 액체를 통과하며 전기신호로 바뀌게 되지요.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달팽이관에 있는 2만여개의 유모세포입니다. 아주 미세한 섬모가 흔들거리며 각각의 위치에서 크고 작은 진동수를 분류하고 분석해 청신경에 전달합니다.

    소음성 난청에는 소리전달 과정의 모든 기관이 관여하겠지만 이처럼 유모세포의 손상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러니 청력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120dB의 소리에 단지 7분만 노출하면 우리의 귀는 영구히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죠.

    80㏈의 소음 수준이라도 오래 반복되면 청력 기능이 서서히 퇴행합니다. 유모세포를 비롯한 내이기관들이 피로해 청각자극에 둔감해집니다. 소음에 오래 노출되면 짜증스럽고,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실제 혈압이 올라가고, 불안정해지면서 수면장애가 오기도 합니다. 이는 귀를 보호하기 위해 뇌가 심리적 방어장치를 작동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의료계에선 이어폰을 사용할 때 최대볼륨의 60% 미만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어폰의 최대 볼륨이 90~100dB라는 사실을 감안해서 볼륨을 줄여주세요. 또 1회 사용시간을 1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 사용해야 할 경우에도 10분 정도 귀를 휴식시켜야 합니다. 커널형 이어폰이라면 더욱 그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폰 보관함을 준비하시고, 정기적으로 소독과 청소를 해주세요. 요즘엔 이어폰 위생용품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니 인터넷을 참고하세요.

    중요한 것은 혹시라도 소리가 작게 또는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한쪽 귀만 유난히 잘 안 들리는 것 같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특정한 소리에 불쾌감을 느낀다거나 이명이 생겼을 때도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참고로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이나 시금치 또는 로메인 상추 같은 녹색채소, 엽산 등 항산화제가 내이의 혈관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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