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시인, "춘천 신동면 최복순 씨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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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안진 시인, "춘천 신동면 최복순 씨를 찾습니다"

    1970년대 집안 일 도맡아준 고마운 분
    "꼭 찾아 보답하라" 모친 유언
    춘천 이영춘 시인도 수소문 나서

    • 입력 2021.05.12 00:00
    • 수정 2021.05.14 06:2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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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안진 시인(오른쪽)과 이영춘 시인.
    유안진 시인(오른쪽)과 이영춘 시인.

    "춘천 신동면에 살던 최복순 씨를 꼭 만나고 싶어요. 제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입니다."

    유안진 시인(80·서울대 명예교수)은 11일 본지 기자에게 반세기 전 헤어진 '동생'을 죽기 전에 꼭 만나 어떤 형태로든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60대 후반~70세 정도 나이일 최복순 씨는 1970년대 서울의 유안진 시인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함께 살았다고 한다.

    최 씨는 유 시인 어머니의 친척인 춘천 주민 권대헌(1970년대 당시 40~50세) 씨가 소개해 유 시인의 서울 안암동 집에 입주했다. 1970년쯤, 10대 후반의 나이였던 것으로 유 시인은 기억했다. 최 씨의 본가는 춘성군(현 춘천시) 신동면이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로터리 부근의 개운사 입구 단독주택에 살던 유 시인 가족은 몇 년 후 잠실 고층아파트로 이사했다. 최복순 씨도 함께였다.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 따뜻한 물이 나온다며 엄청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유 시인은 최복순 씨가 7~8년 간 가사를 돌보면서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 시인의 모친과 함께 중풍으로 쓰러진 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까지 했다는 것이다. 모친은 그럴 때마다 "남의 집 귀한 딸인데 미안해서 어떡하나"라고 말하곤 했다.

    "제 어머니는 30년 전 타계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저희 자매들에게 '복순이에게 충분한 보답을 못 해주었다. 너희들이 꼭 찾아서 잘 해주길 바란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유언이나 마찬가지예요."

    집에서 최 씨는 유 시인을 '언니', 유 시인의 여동생(71·미국 거주)에게는 '작은 언니'라고 불렀고 당시 나이가 어렸던 막내 여동생(65)은 최복순 씨를 '복순 언니'라고 불렀다. 유 시인 가족이 최 씨와 헤어진 것은 1978~79년 쯤이었다. "어느 날 직장에서 귀가했더니 어머니가 '복순이가 집에 가고 싶다며 춘천으로 귀향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떠나보냈어요.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유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최복순 씨 생각이 간절해진다고 했다. 더구나 5월은 가정의 달. 가톨릭 신자인 유 시인은 집 근처 방배동 성당에 갈 때마다 복순 씨를 위해 초를 사서 밝혀 놓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꼭 다시 만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우연히 지하철에서라도 마주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저도 나이 들어 이곳저곳 몸이 아프니 더욱 생각이 나더군요. 궁리하다 못해 제 오랜 친구이자 문우인 이영춘 시인(80·전 원주여고 교장)에게 '이 시인이 춘천에 사니 복순 씨를 좀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지요. 교장선생님도 하셨으니 혹시 그 많은 제자들이 힘써 주지 않을까 해서요."

    이영춘 시인이 유 시인의 부탁을 받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신동면 최복순' 만으로는 찾기 힘들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주민등록 전산망을 이용한 조회도 불가능했다. 이 시인은 "유 시인의 소원이 꼭 이루졌으면 좋겠다. 춘천 시민 누구든 최복순 씨를 아는 분은 귀띔을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유안진 시인=1941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학·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학위(교육심리학)를 취득했다. 서울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 1965년 현대문학에서 시 '달' '별' '위로'로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달하' '절망시편' '거짓말로 참말 하기' '지란지교를 꿈꾸며' '바람편지' 등 다수의 시와 수필집을 펴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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