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협동조합] “장수 비결은 화합” 춘천 싱그런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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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협동조합] “장수 비결은 화합” 춘천 싱그런협동조합

    만 7년 된 농업 분야 장수 협동조합 '싱그런'
    농민에게는 행복을, 소비자에게는 건강함을
    무농약 쌀, 참기름 등 인기 품목
    화합과 소통, 배려가 조합의 롱런 비결

    • 입력 2021.05.09 00:01
    • 수정 2023.09.07 12:4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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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공동 이익 창출과 사회 문제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춘천 내 협동조합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협동조합’을 시리즈로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협동조합은 3년을 못 간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고추밭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안경자(65) 싱그런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자의 전화에 비닐하우스 끝에서 헐레벌떡 달려왔다. 새벽같이 일어나 모종을 심고 거래처 배송을 다녀왔다는 안 이사장은 춘천 시내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그의 일과처럼 발도, 말도 빨랐다.

    남편의 고향인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로 귀농한 지 10년째. 5월 농번기, 협동조합 일에 마을 부녀회, 강원대와 춘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이뤄지는 교육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안경자 싱그런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난 7일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수 협동조합’의 비결을 묻기 위해서다.

     

    안경자 춘천 싱그런협동조합 이사장. (사진=권소담 기자)
    안경자 춘천 싱그런협동조합 이사장. (사진=권소담 기자)

    중국 당(唐)대 시인인 이신(李紳)이 지은 ‘민농(憫農)’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누가 알리요 상 위의 밥(誰知盤中飱) 알알이 다 피땀인 것을(粒粒皆辛苦).”

    싱그런협동조합은 이런 농민의 노고를 정직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적절한 수익을 보전할 모델을 찾기 위해 출범했다. 동내면의 ‘복사꽃수레작목반’이 모태로 지난 2014년 8월 설립돼 만 7년의 업력을 바라보는 춘천지역 대표 농업 분야 협동조합이다. ‘3년이 고비’라는 협동조합의 세계에서 조합원 간의 꾸준한 소통과 화합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사업 분야는 지역 농산물 가공·판매다. 정 조합원 7명과 준 조합원을 포함해 39명의 식구가 협동조합을 구성한다.

     

    싱그런협동조합 로고. (사진=싱그런협동조합)
    싱그런협동조합 로고. (사진=싱그런협동조합)

    “농민에게는 행복을, 소비자에게는 건강함”을 모토로 농업인의 수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판로 개척과 수익 향상을 위해 협동조합이 시작됐다. ‘싱그런’은 언제나 신선하고 싱싱한 농산물처럼, 항상 처음처럼 합심하자는 뜻이다. 지역 농민들의 협동과 연대를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의 대안 모색을 통해 자립과 공생의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지역에서 친환경으로 생산된 싱싱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로컬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쌀, 고추, 들깨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발효 현미 식초, 고춧가루, 들기름 등을 가공해 판매한다.

     

    싱그런협동조합 무농약쌀로 생산될 벼가 모내기를 앞두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싱그런협동조합 무농약쌀로 생산될 벼가 모내기를 앞두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2017년에는 강원도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협동조합 가치 실현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시장 표창을 받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위기도 있었다. 사세가 확장되고 자체 가공 및 체험 시설 등의 필요성이 커지며 고은리에 조합 건물을 지었다. 새로운 건물에 창고와 생산설비, 체험 학습실 등을 갖췄으나 코로나19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고민이 많았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배달하던 중 행정분야를 전담하는 이자형 상임이사가 교통사고를 당하며 업무 공백도 생겼다. 지난해 이상 기후로 작황이 부진하며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것도 사업의 변수가 됐다.

     

    싱그런협동조합의 배송 차량. (사진=권소담 기자)
    싱그런협동조합의 배송 차량. (사진=권소담 기자)

    이때 조합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비대면 판로 확대다. 도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공공몰인 강원곳간에 입점한 것은 물론, 지난해 4월에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단골손님 유치에 나섰다.

    주력상품은 진공 소포장된 무농약 쌀이다. 땅심을 키워 건강한 자생력으로 생산된 쌀로 제초제 없는 우렁이 농법이 적용됐다. 추수 후 우렁이는 땅속 유기질 비료가 돼 기타 비료 사용도 최소화된다. 500g, 1kg씩 소포장된 제품을 비롯해 4kg, 8kg 등 다양한 용량으로 친환경 백미와 현미를 판매한다. 특히 도정 후 소량씩 진공 포장된 500g 제품은 1년 넘도록 햅쌀과 같은 맛과 질이 유지된다. 쌀 소비량이 적은 1인 가구 등이 주요 소비층이다. 특히 선물·캠핑용으로 인기를 모으는 제품이다.

     

    춘천 싱그런협동조합의 주력제품인 무농약 쌀 제품. (사진=싱그런협동조합)
    춘천 싱그런협동조합의 주력제품인 무농약 쌀 제품. (사진=싱그런협동조합)

    '싱그런 참기름'도 인기다. 조합원들이 친환경 또는 저농약 농법으로 재배한 고품질의 들깨를 엄선해 제조하며 방부제, 첨가제, 착색제, 보존제, 색소 등의 첨가물 없이 순수 춘천산 참깨만을 사용해 본질에 충실하다. 100~145도 미만의 저온압착 방식으로 착유해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은 건강한 참기름이다.

    암 투병 후 춘천으로 귀농해 강원농업마이스터대학, 강원대 농촌사회교육원 농업최고경영자과정 등에서 농업 경영과 친환경 농법 등을 적극적으로 공부한 안경자 이사장의 투지가 바탕이 됐다. 강소농 체험농장 운영 등을 통해 사람들과 나눴던 ‘함께의 에너지’도 협동조합 운영의 동력이다. 또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주 이사진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이 장수 협동조합의 비결이다.

    자체 두부 공장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 및 코로나19 진정 이후 마을 장터, 체험교실 운영은 싱그런협동조합의 다음 목표다.

     

    춘천 싱그런협동조합 건물 내 마련된 무농약쌀 가공 시설.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싱그런협동조합 건물 내 마련된 무농약쌀 가공 시설. (사진=권소담 기자)

    안경자 이사장은 “어렵게 조합 건물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여러 활동이 위축되며 어려운 점도 분명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며 조합원들과 오래, 또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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