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갤러리 품은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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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갤러리 품은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

    • 입력 2021.05.08 00:01
    • 수정 2023.09.07 12:29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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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춘천 서면에는 의암호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차와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식당, 카페들이 즐비하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암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세월이 느껴지는 전통적인 외관의 경양식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을 만날 수 있다. '커피&식사'라고 적혀있는 입간판이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식사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러 의상과 소품이 갖춰진 포토존도 눈에 띄었다. 구경하고 있는 사이 원정인(59) 대표가 웃으며 마중을 나왔다.

    원 대표는 “여기서 장사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울 출신 화가였던 원 대표는 23여년 전 그림 작업을 하러 춘천에 왔을 때 '메밀꽃 필 무렵' 건물 신축 과정을 목격했다. 이후 갤러리와 갤러리카페 등을 운영하던 그는 2017년 4월 인연이 다시 닿아 메밀꽃 필 무렵을 인수하게 됐다.

     

    춘천 서면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의 원정인 대표가 직접 그린 그림 앞에 서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 서면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의 원정인 대표가 직접 그린 그림 앞에 서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화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의상과 소품 외에도 눈길을 끄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원 대표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원 대표는 자신을 '화가'라고 소개했다. 받아든 명함에는 ‘대표: 원정인 작가’라고 적혀있었다. 지금은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지만, 갤러리 운영에 대한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쉬는 날에는 그림을 그려 레스토랑에 전시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장사에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원 대표는 “내가 화가로서 작품을 그려 완성하는 것도 성취감이 있다”며 “하지만 그림, 서예, 조각 등을 사고파는 것에도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꿈을 위해 지난해부터 홍익대학교 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미술시장에 대해 깊이 공부한 후 갤러리를 열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1년간 비대면으로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원 대표는 “전시나 미술시장에 대해 알기 위해선 대면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이번 학기에 휴학했고 대면 강의 여부에 따라 복학을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춘천 서면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 (사진=배지인 기자)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춘천 서면 레스토랑 ‘메밀꽃 필 무렵’. (사진=배지인 기자)

    ▶“쉽게 하는 요리보다 성실함이 우선”
    레스토랑 운영 역시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식사 메뉴는 돈가스, 치즈 스파게티 등으로 모두 원 대표가 직접 요리한다. 원 대표는 “맛에 대해서는 손님이 가장 먼저 아는 것 같다”며 “요리를 할 때 쉽게 하려 하기보다는 성실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가 아니어서 실수도 많이 했는데, 운영한 지 4년쯤 되니 이제야 조금 알게 됐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식당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 때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묻자 원 대표는 “혼자 일하는 시간에 많은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돌려보내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며 “돈을 못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맛있다고 찾아와주셨는데 어쩔 수 없이 손님을 보내야 할 때가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가장 보람찬 건 손님이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아왔다고 말해주실 때”라며 손님들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춘천 서면 카페 '메밀꽃 필 무렵' 내부 공간 한편에 개화기 의상과 소품들을 대여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 서면 카페 '메밀꽃 필 무렵' 내부 공간 한편에 개화기 의상과 소품들을 대여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원 대표는 작년 10월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고 겨울에는 손님이 적어 6개월간 레스토랑을 닫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이 때 레스토랑의 오래된 나무 벽을 뜯어 곰팡이 제거 등의 공사를 마쳤다. 또 개화기 의상과 소품을 대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원 대표는 “쉬는 동안 본업인 화가로서 그림도 많이 그렸다”며 웃었다.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이(레스토랑) 건물을 매입해 자리를 잡고 2층에 갤러리를 오픈하는 것”이라며 현재 1층인 레스토랑을 2층으로 증축해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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