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만화 말고 민화” 공방 겸 카페 ‘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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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만화 말고 민화” 공방 겸 카페 ‘시율’

    • 입력 2021.05.01 00:01
    • 수정 2023.09.07 12:29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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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여러 종류의 수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은 연인과의 데이트코스나 친구들과의 이색체험 코스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방에서 주최하는 ‘원데이 클래스’는 짧은 시간에 알찬 취미생활을 원하는 학생과 직장인 등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단지 직접 체험해보는 의미를 넘어 나만의 제품을 만든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춘천에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반지 공방, 도자기 공방, 유리 공방, 향수 공방, 캔들 공방 등 다양한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오픈한 공방 겸 카페 ‘시율’은 조선시대 민중을 중심으로 유행한 한국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그림 ‘민화’를 주제로 한다. 민화 카페라는 간판을 보고 “만화책 보러 가시나 봐요?”라며 말을 건네는 택시 기사를 뒤로하고 깔끔한 카페로 들어섰다.

    공방 겸 카페를 운영하는 이서하 작가는 춘천에서 태어나 자랐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후 서울에서 웨딩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는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드레스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재밌기도 했지만, 항상 지하철이 끊기고 들어가는 생활에 지쳐 춘천으로 내려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시율의 외부와 내부. 사람들이 종종 만화 카페로 오해한다. (사진=이서하 작가 제공)
    시율의 외부와 내부. 사람들이 종종 만화 카페로 오해한다. (사진=이서하 작가 제공)
    이서하 작가가 제티를 안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 ‘십장생도’ 옆에 앉아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이서하 작가가 제티를 안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 ‘십장생도’ 옆에 앉아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에 내려와 배우기 시작했던 것이 민화였다. “참을성 없고 너무 활달한 성격에 주변에서 배워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설명한 그는 “그동안 여러 취미활동을 했는데 다 끝까지 못 한 반면, 민화는 잘 맞아 10년째 하고 있다”며 민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작가가 말하는 민화의 매력은 색감이다. 빨강, 노랑, 초록, 주황 등 한국적이고 화려한 색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에 이 작가의 작품 또한 화려한 색감이 특징이다. 이 작가는 “스승님이 색을 많이 죽여보라는 말씀도 하셨지만 제 고집대로 계속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어차피 미술에는 정답이 없지 않냐”고 웃었다.

     

    한·일 색지서화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서하 작가의 ‘책가도’. (사진=배지인 기자)
    한·일 색지서화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서하 작가의 ‘책가도’. (사진=배지인 기자)

    공방과 카페를 겸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단 내가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며 운을 뗐다. 민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커피 한잔하며 즐거운 분위기에서 수업하는 꿈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인사동에는 민화가 대중화돼가는 편인데 춘천은 늦은 감이 있다”며 “그래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차 한잔 하는 편한 분위기에서 민화를 많이 알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공방과 카페를 겸하기 위해 커피를 공부한 지 약 1년이 됐다는 이 작가는 라떼아트로 하트를 만들 수 있다며 자랑스레 웃었다. 공방이 주가 되고 커피는 아무거나 준다는 이미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직도 클래스를 쉬는 일요일이면 커피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원두는 구수한 맛이 강한 과테말라 원두를 사용한다.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료도 준비돼있다. 가장 추천하는 메뉴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한정판으로 앵두차, 매실차, 개복숭아차를 판매하고 있다”며 “어머님이 직접 재배한 과일을 항아리에 담가 동굴에서 숙성시켰기 때문에 몸에 좋다”고 추천했다.

    시율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마스코트인 강아지 ‘제티’다. 제티를 보러 공방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은 편이라고. 강아지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이 작가였지만, 남편과 파양된 제티의 사연을 듣고 데려오게 됐다고 한다. 이 작가는 “당시 셰프였던 남편이 밤 10시에 일을 끝내고 인천까지 가서 데리고 왔다”며 “처음 봤을 땐 상태가 안 좋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건강하고 우리도 너무 행복하다”며 애정을 내비쳤다. “강아지 유치원에 보내놨더니 무법자가 돼서 다른 강아지들 음료수 뺏어 먹는다고 맨날 민원이 들어온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제티를 무서워하는 손님도 더러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공방 안쪽에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다.

     

    강아지 유치원에서 다른 강아지의 음료를 뺏어 마셔 민원이 들어온다는 8개월차 강아지 ‘제티’. (사진=이서하 작가 제공)
    강아지 유치원에서 다른 강아지의 음료를 뺏어 마셔 민원이 들어온다는 8개월차 강아지 ‘제티’. (사진=이서하 작가 제공)

    이 작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일단은 민화를 많은 분들께 알리는 것”이라며 “민화를 만화로 보지 않으시게(웃음), 민화로 보시게 알리는 게 목표다”고 답했다. 5월은 이 작가가 중국에서 열리는 그림 대전에 참가하기 위해 주말에 클래스를 운영하지 않으며, 카페는 이용 가능하다. 6월부터는 주말에도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클래스를 쉬는 날에도 대전 준비, 원데이 클래스 샘플 준비, 취미·작가반 수업 준비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는 쿠션, 앞치마, 에코백 등 공예품을 제작해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요일에 하루 1~2시간 진행한다. 취미반과 작가반은 전통민화를 배울 수 있는 수업 프로그램으로, 취미반은 총 16시간, 작가반은 총 24시간을 진행한다. 작가반은 이론강습도 함께 진행한다. 클래스에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시율 블로그, 인스타그램, 전화나 방문 등으로 문의하면 된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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