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교육,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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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교육, 이대로 좋은가?

    • 입력 2021.05.20 00:00
    • 수정 2021.05.22 06:21
    • 기자명 신경호 강원미래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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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호 강원미래교육연구원장
    신경호 강원미래교육연구원장

    지난해 12월 2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20학년도 수능성적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강원도의 수능성적은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무려 4년 연속이다. 국어와 수학 ‘나’는 17개 시·도 중 17위, 수학 ‘가’는 다행히도 16위다.

    강원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모두를 위한 교육’, ‘강원도행복청’이라는 문구가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진정 강원도의 교육 현실이 모두를 위한 교육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스스로 강원도행복청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것일까?

    강원도교육청은 수능은 문제만 달달 외우는 시험이라고 평가절하한다. 1994년까지 시행하던 학력고사는 지식평가 위주였지만, 1995년 이후 시행한 수능은 지식에 대한 이해와 적용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대학에서 학문을 수학할 능력이 있는가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시험이며, 절대 문제만 달달 외운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교육청은 도내 학생들은 경쟁 없이 학교 활동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수능학습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수시전형 중 학생부교과 전형은 말 그대로 고등학교 교과의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이며,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과 함께 다양한 고등학교에서의 비교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지만, 이 경우 역시 학교 내신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수시전형으로 입시를 치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경쟁과 그에 따른 부담감은 사라지는 것인가? 수시합격을 위해 좋은 내신을 받으려면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고등학교의 같은 학년, 같은 반 친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 수시가 아이들의 경쟁을 없앤다는 말은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인정하기 어렵다.

    내신은 눈에 보이는 친구들이 바로 경쟁의 대상이다. 수능으로 전형하는 정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국의 학생들과의 경쟁이며 같은 반 친구는 더는 경쟁의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로 격려하고 함께 공부하며 서로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수시와 정시 어느 것이 교육적으로도 더 바람직한 모습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도내 학생들은 정시 위주가 아닌 수시 위주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수능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연‧고대를 비롯한 상당수 대학의 수시전형에는 수능 최저등급이 포함된다. 내신이 뛰어나고 생활기록부가 우수해도 수능 4과목 합산 성적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합격할 수 없다. 강원도 내에서 이 등급을 만족하는 학생은 민사고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그런데도 강원도교육청은 수능이 필요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수능을 준비시키지 않는다.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등급이 필요하고 정시 선발 인원이 전년도보다 확대됐는데도 수능이 필요 없다고만 한다. 수도권 및 주요 국립대학 평균 정시선발 인원은 전체선발 인원의 34%에 달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입시 전형을 포기하는 것이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대구교육청과 광주교육청에서는 지역 학생들의 가채점 점수를 취합하고 독자적으로 각 대학의 배치기준표를 제작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 학생들의 수년간 축적된 자료가 확보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의 진학지도를 도교육청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국적인 모의고사 평가의 경우 1‧2학년은 연 4회, 3학년은 6회 실시하고 있는데 광주교육청의 경우 자체적으로 문제를 제작해 더 많은 모의고사를 제공하는 등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힘쓰며 입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다수의 다른 시‧도 교육청들은 이렇듯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능에 준비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0여 년간 학생들의 수능성적과 그에 따른 진학 정보를 전혀 축적하려고 하지 않았다. 답답한 것은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선발한 명망 있는 교수진과 출제진들이 장기간에 걸쳐서 출제한 수능 문제를 깎아내리면서도, 각 학교 교사들이 내는 내신 시험문제는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암기 위주의 시험에 가까운가에 대한 대부분 사람의 상식과는 괴리가 있다.

    강원도교육청이 수능을 부정하는 동안 벌어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능에 대한 성취도 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임에도 분석 자료가 없으니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향성마저 잡을 수 없다.

    또 강원도교육청에서는 교육의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량적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수능을 부정함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학업 성취도 검사를 반대했고, 학업 성취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치르는 학업 성취도 검사를 반대한다면 강원도교육청 자체적인 학업성취도 검사는 시행하고 있는가? 없다. 도대체 강원도교육청은 어떤 방법으로 현재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파악하고, 그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어떠한 계획을 하고 있는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평가가 절대 등급으로 바뀌고 내신만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오로지 학교의 내신에만 매달리고 있다. 학교 정기고사 때만 잠깐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학업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전 과목에 걸쳐 A등급을 받는다. 그 성적표를 받아든 부모님이나 학생들은 자기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착각한다.

    한편 수능 준비를 하지 않아 행복한 교육이라고 포장한다. 대학에서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만 요구하기 때문에 수시로 대학가는 강원도 학생의 일정은 거기까지다. 간혹 정시준비를 하는 소수의 학생은 설 곳이 없다. 강원도 아이들을 적성에 맞는 원하는 학과,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학습지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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