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6. 분열된 춘천 여론…찬반 목소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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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6. 분열된 춘천 여론…찬반 목소리 팽팽

    “춘천 랜드마크 뜰 것” vs “세금 쏟아부어 하필 유적지에”
    일자리 9000개, 경제유발 6000억, 200만 관광객에 인구유입 효과
    문화유적지 ‘중도’ 내 위치 논란
    민생경제는 뒷전…불만도 다수

    • 입력 2021.04.22 00:00
    • 수정 2021.05.12 15:25
    • 기자명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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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공에서 바라본 레고랜드 건설 현장. (사진=박지영 기자)
    상공에서 바라본 레고랜드 건설 현장.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시민 대부분은 레고랜드 코리아(이하 레고랜드) 사업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알고 있다. 지난 10년간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기대감을 표하기도 혹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MS투데이는 레고랜드의 개장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명동, 공지천, 강원대 등으로 나가 춘천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개장 확정 여부와 별개로 여전히 레고랜드에 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에 시민의 반응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 레고랜드 개장 찬성 시민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레고랜드 개장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단순히 레고랜드 주변 부지뿐만 아니라 춘천 전체, 더 나아가 강원도까지 개장에 따른 기대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견해다.

    앞서 강원도는 레고랜드와 주변 부지 개발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연간 200만명의 방문객과 9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강원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명동의 한 옷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도현진(31·석사동)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상권이 사실상 죽다시피 해 비슷한 일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며 "레고랜드가 개장하면 경제 활성화 효과가 상당할 거라고 하던데 춘천은 넓은 도시도 아니니 그 효과가 시 전체로 퍼져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동선(25·후평동) 씨도 "일자리는 분명 늘어날 거고 상권 자체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며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에도 종종 가곤 하는데 레고랜드가 개장한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몇몇 시민은 춘천을 대표할만한 '랜드마크'가 없다는 점 때문에 레고랜드 개장에 찬성표를 던졌다. 랜드마크가 생기고 관광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춘천 전역이 개발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는 김명린(71·후평동) 씨는 "레고랜드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중앙로나 소양로 근처에 낙후된 곳이 많은데 개장 이후 관광객이 몰리면 이런 지역들의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랜드마크가 생기면 인구 유입도 활발해지고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강로희(60·후평동) 씨도 "춘천은 인구가 적고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볼만한 게 부족하기 때문에 레고랜드가 빨리 개장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춘천 외 지역에 사는 친구들에게 레일바이크나 청평사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추천할 만한 관광지도 없어서 레고랜드 개장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 개장 반대 목소리도 여전…'선사유적·세금·이미지' 삼중고

    레고랜드 개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특히 왜 하필 대량의 선사유적이 발굴된 중도에 레고랜드를 건립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지역경제에 끼칠 긍정적인 효과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주장이 많았다.

    공지천에서 인터뷰에 응한 정종길(73·퇴계동) 씨는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을 시점부터 중도라는 문화 유적지에 레고랜드를 건립하겠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다"며 "뿐만 아니라 레고랜드 개장 직후 붐이 일면서 일시적으로 관광객이 몰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으니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는 김건강(31·석사동) 씨도 "시간을 질질 끌면서 착공에 돌입하는 데만 10년이 걸렸고 선사 유적에 관한 이야기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레고랜드에 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모습이 불만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춘천시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여전히 큰데도 불구, 강원도가 관광객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돼 정작 필요한 곳에는 세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전관형(24·효자동) 씨는 "춘천만 해도 시민들이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말고 진짜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게 맞지 않느냐"며 "예컨대 강원도가 학생들의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지원한다든가 하는 방식을 고민한다면 레고랜드보다 훨씬 값지게 세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희(60·효자동) 씨도 "강원도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레고랜드 건립 이후에는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갈까 봐 걱정된다"며 "춘천 시민들이 쉽게 찾아가서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레고랜드가 그 해답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춘천 시민 중 한사람으로서 레고랜드의 성공을 기원하면서도 강원도가 대외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신경을 써주길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여러가지 잡음이 발생한 탓에 레고랜드 이미지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상당히 많다는 의견이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신예빈(18·석사동) 양은 "'춘천' 하면 산이나 강처럼 자연물과 관련된 이미지를 떠올리는 외지인들이 많으므로 레고랜드라는 랜드마크가 새로운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선사유적지 위에 건물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어 이러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기복(72·퇴계동) 씨도 "춘천에 레고랜드가 들어서기로 확정된 상황이니 당연히 성공하게 해야 하고 또 실제로 성공하길 저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바라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외국 자본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니 강원도와 춘천시가 이 부분을 잘 조율해서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끝>

    [김대영·박지영 기자 kimgiza@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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