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서 길을 찾다] 4. 설립 활발한 협동조합…10곳 중 3곳은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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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에서 길을 찾다] 4. 설립 활발한 협동조합…10곳 중 3곳은 ‘낮잠’

    춘천 협동조합 10곳 중 3곳 ‘사업 미운영’
    수익모델 미비·자금 부족, 운영률 저하 원인
    사업성·성과 평가 기준 부재…개선 필요
    구체적인 수익 모델·자금 조달 방식 고민 있어야

    • 입력 2021.04.29 00:04
    • 수정 2021.05.12 15:37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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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A기업 대표는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소상공인 협동조합 지원을 받기 위해 협동조합을 창업하려고 했으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포기했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창업을 시도하려고 했던 탓이다. 오늘날 협동조합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수익모델에 대한 철저한 준비없는 설립은 협동조합의 운영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춘천지역 협동조합 운영률은 65% 정도다. 지난해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54%에 비해 10%p 가량 증가했지만, 여전히 10곳 중 3곳 이상이 ‘사업 미운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소수의 인원끼리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다보니 인력과 공간 확보, 운영자금 마련, 조합원 간의 갈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버티지 못한 곳들이 운영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춘천지역 협동조합 운영률은 약 65%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셔터스톡)
    2021년 춘천지역 협동조합 운영률은 약 65%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셔터스톡)

    이는 비단 춘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설립 인가된 1만3016개의 협동조합 중 37%에 달하는 4832개가 수익모델 미비,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거나 폐업했다. 1404개(10.7%)는 현재 사업자 미등록 상태다.

    협동조합의 운영률은 춘천과 같이 협동조합이 급속도로 늘어가는 지역일수록 더욱 강조된다. 협동조합의 양적 팽창이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과 2013년 춘천시 협동조합 조례 제정 이후 단순히 정부·지자체 지원금에 기대는 부실한 협동조합의 난립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시내 협동조합 중 35%는 ‘사업 미운영 상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내 협동조합 중 35%는 ‘사업 미운영 상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수익모델 미비·자금 부족, 협동조합 운영률 저하 원인

    수익모델 미비로 인한 운영중단은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또한 지자체 지원금만 받고 운영은 하지 않는 ‘허수(虛數) 창업’이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자금부족도 협동조합 운영률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다. 일반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울 뿐더러 자금조달 방법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조경자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협동조합이 갖는 고충은 일반 기업체들이 겪는 어려움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일단 은행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운영자금 마련이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사업성·성과 평가 기준 부재…걸림돌

    협동조합의 사업성이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보통의 기업체를 평가하는 기준은 매출 성과와 재정 현황, 고용률 등 재무제표다. 하지만 재무적성과 같은 수치만으로 협동조합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협동조합도 엄연히 기업활동을 하는 사업체지만 지역사회나 공공에 대한 공헌을 목적으로 두고 있으며 민주적 의사결정이나 경영의 자율성, 사람과 노동 중심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린이집 협동조합의 경우 사업을 통한 수익이나 외부 지원금을 이윤을 남기지 않고 그대로 쓰는 편이기 때문에 영업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 운영을 통해 낳는 사회적 효과를 감안하면 영업이익이 크지 않다고 해서 성과가 낮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영리적 특성으로 인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의 부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시도할 시 과도한 담보가 요구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중소기업 협동조합들은 이로 인해 공동구매와 공동판매, 공동 연구 등 사업 추진에 자금 문제를 겪어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체를 평가하는 기준인 재무제표는 협동조합의 성과를 평가하기에 무리한 측면이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셔터스톡)
    기업체를 평가하는 기준인 재무제표는 협동조합의 성과를 평가하기에 무리한 측면이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셔터스톡)

    ■협동조합 성공하려면

    춘천지역에 설립된 다양한 협동조합들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 경제 활성화 등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관심사나 문제의식을 가진 지역민들끼리 힘을 합쳐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취약계층에게 자립의 기반을 닦아주는 것 모두 협동조합을 통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을 만들고 설립 개수만 늘려나간다고 해서 지역사회의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내실 없는 양적 팽창은 오히려 지역사회를 어렵게 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공적인 협동조합을 만들어내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구체적인 수익 모델 △자금 조달방식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협동조합 역시 사적 자본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인 만큼,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명확한 수익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수익구조나 정부 지원도 다방면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과 달리 사람의 문제가 강조되는 인적 구성체로 정의된다. 따라서 경영과 더불어 민주적 운영도 강조된다. 사업과 민주적 절차를 함께 이해하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 주인의식을 가진 조합원들의 이해 강화,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 등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는 것.

    최동윤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연고에 의해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또한 건강하고 자립적인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과 같이 신뢰,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민주적인 조직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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