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서 길을 찾다] 2. 협동조합의 힘…스페인선 세계 금융위기도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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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에서 길을 찾다] 2. 협동조합의 힘…스페인선 세계 금융위기도 극복

    ‘몬드라곤 협동조합’, 바스크 지역경제 근간 이뤄
    에밀리아로마냐 1인당 GRDP, 이탈리아 평균比 2배
    해외 성공 사례 추종은 ‘금물’, 춘천만이 지닌 배경 감안해야

    • 입력 2021.04.27 00:02
    • 수정 2021.05.12 15:35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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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바야흐로 협동조합 시대다.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는 자유시장주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촉발제가 됐고,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 활성화 관심을 확산시켰다. 2009년 2월 유럽연합(EU) 의회는 ‘사회적경제에 관한 결의’를 채택했으며, UN은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또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을 시행했다. 기본법이 시행됐던 같은 해 강원도는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춘천이 뒤를 이어 ‘풀뿌리 사회적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2013년 ‘협동조합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협동조합의 핵심은 아니지만,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협동조합에 적극 관심을 갖게 됐다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알려진 몬드라곤 협동조합. (사진=몬드라곤 협동조합)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알려진 몬드라곤 협동조합. (사진=몬드라곤 협동조합)

    ■협동조합으로 경제 활성화 성공한 지역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2008년 금융위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56년 5명의 노동자로부터 시작한 이 협동조합은 현재는 260여개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연간 매출액 150억 유로(약 21조1600억원)를 넘어선 대기업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했을 당시 제조업 부문에서 8000명에 이르는 일시 휴직자가 발생하고 총 매출액이 20% 이상 떨어지는 타격을 받았지만, 협동조합 내부에 갖춰진 사회보장기금을 통해 80%의 휴직급여를 받았다. 이들은 이후 몬드라곤 협동조합 산하의 다른 협동조합으로 이직됐다.

    이는 주 5일에서 주 4일로 근무시간을 줄이고, 임금의 5%를 삭감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그동안 쌓아둔 비분리 자산과 협동조합 금융기관, 그리고 자체 기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몬드라곤은 바스크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스페인에서 노동양극화가 가장 덜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도 협동조합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거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5000여 개가 이 지역에 밀집돼 있다.

    에밀리아로마냐는 우리나라 경기도와 비교하면 면적은 2배 정도이고 인구는 3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2010년 기준 이 지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4만 달러로 이탈리아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이 지역은 지역주민의 3분의 2가 협동조합에 가입했으며 GRDP의 약 절반이 협동조합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소득은 전국 평균의 1.5배에 달하고 유럽의 120여개 경제 지역 중 11번째로 잘 사는 지역으로 꼽힌다. 실업률 또한 4% 수준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외에도 유럽에는 수많은 협동조합이 자율적으로 독립적인 경영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사회적기업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또한 유럽의 협동조합은 생산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지역경제의 원동력이자 서민경제의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의 주도 ‘볼로냐’의 전경 (사진=셔터스톡)

    반면,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 농협 10위의 사업규모를 가졌던 협동조합 애그웨이는 1980년대 초 캘리포니아 전체 쌀 생산량의 70% 이상을 취급했으나 1990년대 말 전체 물량의 겨우 5%만을 취급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0년 애그웨이는 80년 역사를 마치고 파산했다.

    애그웨이의 대표적인 파산 원인으로는 △필요 이상의 규모 강조 △다양성을 강조한 무리한 사업 확장 △가입조건을 최소한의 출자의무 △높은 부채비율 등이 꼽힌다.

    애그웨이는 1984년 매출액이 41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당시 미국 협동조합 중에선 가장 규모가 컸다. 또한 낙농회사를 인수하며 경쟁이 치열한 낙농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예상 이하의 투자수익과 재정적자로 매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사업량 확대를 위해 최소한의 출자의무만 부과한 것은 추가 출자 기피 현상과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조합원의 무임승차 문제와 자본 조달의 어려움이란 결과를 낳았다. 파산 당시 총 자산 중 자본금 비중은 4%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수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은 “애그웨이는 수익성보다는 물량 위주의 규모 확대에 치중하다 위기를 자초했다”며 “조합원에게 필요한 사업이라면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에도 무리하게 진출했고, 이는 곧 실패로 이어져 큰 손실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단순 벤치마킹 어려워…사회적 배경 달라

    이같은 해외 사례들은 협동조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에 있어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하지만 해외 성공사례들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 지역은 춘천과 시대적·역사적 배경이 모두 다른 ‘성공사례’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수환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유럽의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모순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으로 출발하다 보니 정치적 단체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사회문화적으로 정치적 단체로서 산업단체를 용인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유럽과 같이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사례들의 경우 재무제표와 같이 실질적 수치를 분석하는 양적 평가가 가능했지만, 춘천은 아직 이를 위한 전수조사도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춘천이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해외 지역은 따로 없지만, 그럼에도 춘천은 도내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며 “타지역에 높은 협동조합 설립 개수와 높은 운영률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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