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동해안 해파랑길 종주한 김웅기 전 춘천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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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동해안 해파랑길 종주한 김웅기 전 춘천고 교장

    40년 교직생활 마무리...7번국도 750km 도보로 완주

    • 입력 2021.04.13 00:01
    • 수정 2023.09.07 12:44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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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0km 해파랑길 종주에 성공한 김웅기 씨. (사진=서충식 기자)
    750km 해파랑길 종주에 성공한 김웅기 전 춘천고 교장이 지난 4월5일 MS투데이 기자와 만나 여행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몸도 아파보고, 장애물도 만나고, 길도 잃어보는 등 인생을 압축해 한달 동안 길 위에서 살아본 듯 합니다. 인생의 단면을 체험해본 것 같아 모든 순간이 뿌듯합니다.”

    40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도전했던 한달간의 동해안 7번국도 해파랑길(750km) 종주를 마친 김웅기(64) 전 춘천고 교장이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그는 1981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올해 2월28일 춘천고등학교 교장직을 끝으로 인생 1막을 마쳤다.

    평소 걷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는 은퇴 후 800km 길이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각을 접게 됐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750km 길이의 ‘해파랑길’이었다.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장거리 걷기 여행길로 전체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동해안을 걷는 ‘해파랑길’. (사진=두루누비 갈무리)
    동해안을 걷는 ‘해파랑길’. (사진=두루누비 갈무리)

    해파랑길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모교인 춘천고 동문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동문 여럿이 2024년에 있을 춘천고 100주년 행사 성공을 기원하고자 해파랑길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관심을 갖게 됐다. 해파랑길이라는 이름의 좋은 어감, 동해안 7번 국도에 관한 향수 등 김웅기 씨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 많았고 올해 1월 중순쯤 종주를 결정했다.

    그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두루누비’ 사이트에 소개된 해파랑길 코스를 모두 다운로드해 정리했다”며 “이때 해파랑길이 750km인 걸 처음 알았다. 길어봐야 400km 정도일 줄 알았는데 살짝 놀랐다”고 웃음 지어 이야기했다.

    ▶해파랑길에서 살다
    3월1일, 동해안을 걷는 해파랑길과 남해안을 걷는 남파랑길의 시작 지점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그의 본격적인 종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비가 닥쳤다. 종주 이튿날 평소 좋지 않았던 허리통증이 급격하게 심해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쪽 허벅지에 감각 이상이 와 마치 남의 살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벌레가 피부 안으로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 했다. 이후 감각이 없어지고 발목과 다리에 이상이 와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날카로운 무엇인가로 찌르는 통증 때문에 이틀 동안 절뚝댔다”며 “완주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통증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늘해랑길 49코스 안인항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김웅기 씨)
    늘해랑길 49코스 마차진해변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김웅기 씨)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어디였냐는 질문에 “모든 순간이 뿌듯했지만, 가장 걷기 싫었던 곳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영덕에 신재생에너지단지를 향해 가는 길로 산비탈을 깎아 만든 도로”라며 “걸어가야 할 길이 보이고 걸어온 길도 보이는 곳인데 3시간가량을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 게 나를 지치게 했다. 해파랑길 코스에서 빠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해파랑길을 완주한 3월31일에 대한 특별했던 기억도 소개했다. 해파랑길 종착점인 고성 통일전망대에 가기 위해서는 도착 7km 전인 제진검문소부터는 필수로 차를 타야 한다. 김웅기 씨는 속초에 거주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이동할 수 있었는데 도착한 통일전망대에는 춘천에 사는 친구가 깜짝 방문해 있었다. 그는 “또 다른 극적인 기쁨을 느꼈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늘해랑길 36코스 괘방산 옛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김웅기 씨)
    늘해랑길 36코스 괘방산 옛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김웅기 씨)

    ▶길에서 만난 사람들
    해파랑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관한 이야기도 전했다. 길 위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일 뿐인데 종주를 함께 하거나 이후에도 연락하며 도움을 받는 등 친구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울산에서 만난 배관공을 꼽았다. 길을 걷던 중 행색이 비슷해 보여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다음 날 같이 걷자는 제안에 이틀 동안 2코스를 동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는 “울산에서 만난 배관공은 우리나라에 있는 길이라는 길은 대부분 걸어본 사람으로 걷는 게 생활화된 사람이었다”며 “이틀 동안 우리나라의 산업발전과 일본 생활 시절 공부했던 고대사 등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있는 만남이었다”고 전했다.

    또 경상북도에서 만난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정부 산하기관 원장으로 최근에 퇴임했던 분이었다. 10분 정도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며 “식당을 추천받아 들렀는데 그분 이야기를 하니 크게 환영하면서 맞아 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밥을 먹고 가라 해서 ‘아침은 원래 안 먹는다’고 조심스럽게 거절하니까 과일, 떡 등 여러 음식을 챙겨줬던 따뜻한 정이 기억난다”고 전했다.

    종주를 마친 김웅기 씨의 추후 계획은 ‘유유자적(悠悠自適)’이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들을 하며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자유롭게 지낼 계획이다. 그는 “당장 계획은 통기타를 배우는 것이다”며 “해보고 싶었던 일이 많은데 앞으로 하나하나 도전해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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