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육 진단] 5. 공부 못하는 춘천 학생들, 해결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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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교육 진단] 5. 공부 못하는 춘천 학생들, 해결책 없나?

    ‘실력 향상’ 해법? 시민 10명 중 6명 “공교육 강화”
    외고 등 특목고 설립에도 관심
    전문가 “지역 인프라 활용해야”
    석·박사 인력-학생 연결 등 제안
    수능 점수, 몇 년째 전국 하위권

    • 입력 2021.04.17 00:02
    • 수정 2021.05.14 11:26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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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교하는 춘천 고교생. (사진=MS투데이 DB)
    등교하는 춘천 고교생. (사진=MS투데이 DB)

    춘천지역 고교생 대부분이 수시로 대학에 입학한다지만 몇 년째 수능 점수는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특히 올해 입시에서 정시를 통해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수시를 포함한다고 해도 3명에 불과하다. 이는 춘천지역 고3학생 1000명당 1.47명만이 서울대에 진학한다는 의미로, 서울(1000명당 14명), 세종시(11.3명)는 물론 제주도(5.2명)보다도 한참 뒤처지는 수치다(이광재 더불어민주당의원실 자료). 특목고 등을 제외한 전국 일반고교의 2021학년도 입시 서울대 합격생(등록기준) 수는 학교당 평균 1.09명이지만 춘천지역 일반고교는 0.3명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당연히 서울 주요 대학 진학률도 신통치 않다.

    연이어 들려오는 학력 저하 소식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공교육에 기대를 걸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상위권 중학생들은 특목고 등으로 진학하며 일찌감치 춘천을 떠난다. 남은 학생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대학 진학에서도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MS투데이가 지역교육 관계자와 전문가 등에게 춘천교육 문제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이들은 공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외에도 춘천지역 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장기적인 접근 필요, 전반적 학력 수준 끌어올려야”

    강원연구원에서 교육 분야를 연구하는 오윤정 책임연구원은 “현재 강원도의 교육정책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우선 상위권 학생들이 춘천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에서 인재를 흡수하는 블랙홀 현상은 전국적이어서 강원도나 춘천이 단독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같은 문제를 겪는 지자체가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며 “지역에 남은 학생의 박탈감과 교사의 무력감 극복도 과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과 지역의 학습 격차가 심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교육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춘천지역 학생들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력 저하는 예견된 일, 학교서 수능에 집중해야”

    조백송 강원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강원도의 학력 저하는 민병희 교육감 체제에선 일부 예견된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혁신학교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교과교육을 소홀히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조 회장은 “아이들이 중학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기초학력을 쌓아야 하는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 학년제가 도입됐고, 교과 비중이 크게 줄었다”며 “반면 예술‧체육 등 비교과 영역의 비중은 늘었다. 지필고사도 수행평가로 대체됐다. 학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고교 평준화가 도입됐고, 고입 선발 시험이 사라졌다. 동시에 수시를 통한 대입 통로가 넓어졌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돌아볼 수 있는 시험이 부족해졌다는 것이 강원도 교육계 종사자들이 공유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방법이 없다 보니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또 학부모들은 자녀의 점수를 알 수 없어 불안해하며 사교육에 매달리게 된다”면서 “공정성 문제로 정시가 확대되는 만큼 학생들이 수능에 집중하고 교육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신 1등급도 수능 최저등급 못 맞춰 대입실패”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강원도 고교에서 내신 1등급인 아이들도 수능에선 3‧4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대학 진학에 실패하는 이유”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현재 교육감의 교육철학으로는 정시를 강화하는 대입 전형을 대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강원교육은 파행하고 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철학을 가진 집행부가 교육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 소장은 “체험과 발표, 토론 중심의 수업도 좋지만 평가와 진단을 통해 깊이 있는 지식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일선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실력을 높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종윤 신흥늘배움터 대표(강원대 교육학과 박사과정)는 지역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교육 현장에서는 잘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의 중간에 초점을 맞춰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상위권 학생이 교육 서비스에 만족하기 어려운 이유”라면서 “강원대에서 석‧박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이 이들을 가르치도록 제도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학교에서는 과거의 학문을 가르치지만 현장에서 교육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은 선진적인 부분을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서 “이 제도가 정착하면 학생들이 굳이 수도권 고교로 진학하거나 학원가로 이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춘천시민 59.5% “공교육 교과과정 강화해야” 

    춘천시민들은 공부 잘하는 춘천을 만들기 위해선 공교육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MS투데이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부 잘하는 춘천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방안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5%(156명)이 ‘공교육 교과과정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외고 등 특목고 설립’ 16.4%(43명), ‘진로‧진학 지도 강화’ 16%(42명), ‘기타 의견’ 5.3%(14명) ‘사교육 시장 활성화’ 2.7%(7명) 순으로 나타났다. 

    댓글을 통해 기타 의견을 낸 한 독자는 “공부 잘하고 못하고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라며 “공부로 아이들의 미래를 좁히는 문화가 사라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됐다.

    [배상철‧조아서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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